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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칼럼]농민은 식량안보를 지키는 공직자(?)지면 제106호 14면 <오피니언> (2018.10.08)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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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08: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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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금 청와대 앞에서는 농민들이 25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이들은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에도 집으로 가지 못했다. 우리 밥상을 책임져왔던 농민들이 한창 추수를 해야 하는 이 시기에 스스로 곡기를 끊고 청와대 앞길에서 한뎃잠을 자고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대통령 선거 당시에 내놓았던 공약을 지키라는 것이다.

수 십 년 동안 농민들의 숱한 싸움을 봐 왔다. 집회, 혈서, 삭발, 농성에 단식까지 정말 안 해본 것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많은 농민들이 자신들이 가진 것을 걸고 싸워 왔다. 그러나 언론이나 방송이 온통 장밋빛 농촌만을 보여주니 농민들이 농사를 박차고 농지를 떠나 도시로 와서 싸우는 것에 대해 힘겨운 도시의 삶을 이어가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때론 자신들의 삶도 버거워서, 때론 그것이 배부른 소리처럼 보여서 비판적인 경우도 종종 봤다. 그러나 이번 농성은 그런 그동안의 안타까움이 보다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연일 농성장에는 그야말로 민초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무엇 하나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자신들이 가진 재주란 재주는 다 내놓고 선전물을 만들고 동영상을 만든다. 하루라도 함께 농성장을 지키겠다는 이들이 줄을 잇고, 후원금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중학생부터 팔순의 어르신까지 나이를 초월하고, 직업을 초월하고, 지위를 초월한 사람들이 농성장으로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다.

단식농성을 처음 결의하고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두 명의 전사(!)는 방문할 때마다 그런 국민들 덕분에 25일의 단식이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기운이 난다고 큰 소리를 친다. 그 큰 소리에 담긴 절박함을 알기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그 앞에서는 함께 웃고 뒤돌아 피울음을 뱉어낸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그들이 추울새라 맘 편히 잠들지 못하는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국민들이 어디 보통 국민들이냐. 2016년 11월 농민대회를 앞두고 트랙터를 끌고 서울로 들어오려던 농민들을 경찰들이 양재에서 막아섰을 때, 그 추운 겨울밤을 견뎌낼 농민들의 소식에 밤을 달려 담요와 먹거리는 내주고 함께 밥을 지새웠던 국민들이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의 날,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어르신을 지키기 위해 1년을 서울대 병원을 둘러싸고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견뎌낸 국민들이다. 2014년 4월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 300여 명을 국민들의 눈앞에서 수장시킨 정권에 대항하여 광화문에서 수 만 명이 함께 단식을 해 가면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싸워낸 국민들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세운 국민들이다.

아무리 이전투구에 바쁘다 하더라도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정치권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며칠 사이 정치권에서의 방문도 빈번하다. 드디어 국회에서 집권당 대표를 비롯한 몇몇 의원과의 면담도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농민들이 왜 이리 절박한지, 국민들이 왜 농민들과 한마음으로 싸우고 있는지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곧 방법을 찾아볼 테니 단식을 풀고 기다리라고만 한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은, 그리고 농성단을 이끄는 이들은 ‘기다리라’는 것의 의미를 안다. 그래서 그들은 여기에서 멈출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농민은 식량안보를 지키는 공직자입니다’ 이 글을 지난 2016년 농민의 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농민을 공직자라고 말했던 그 때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농민들은 공무원 대접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단다. 그저 자신들이 농사지은 것에 대해 최소한의 가치만이라도 인정해 달라고 말한다.
 
그마저도 들어주지 못한다면 지난 몇 년 매주 전국 방방곡곡에서 촛불을 들면서 적폐청산을 외쳤던 우리 국민들이 너무 슬프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슬픔이 계속 슬픔만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 슬픔은 분노로, 그 분노는 저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더 늦기 전에 정치권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지금 민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 정신차리고 똑똑히 바라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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