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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칼럼]논을 생각해보다지면 제106호 12면 <식량종합> (2018.10.08)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소장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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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08: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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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소장
지난 50여일 중 해가 뜬 날을 손꼽을 만큼 비가 연이어 내리고 있다. 우중에도 벼는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쌀 생산조정제가 시행된 첫해 몽탄 들녘 여기저기에 사료용으로 재배된 옥수수들이 수확이 포기된 채 방치된 모습이 들어온다. 논에 콩이나 옥수수 등의 타작물을 심은 농가 대부분이 수확을 포기했다. 그나마 사료용 총체벼는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기상이 이 상태가 지속되면 수확이 어렵게 된다.

쌀 생산조정제는 쌀 생산면적을 강제적으로 줄이려는 정부의 욕구는 일정정도 채웠을지 모르지만, 농가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다. 내년에는 거의 참여할 농가가 없을 것 같다. 논을 재대로 알지 못하는 탁상머리 관치행정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 본다.
돼지를 키우면서 수년 동안 유기농 벼를 재배중이다. 우리 가족이 먹을 식량생산이 목적인지라 수확량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나오는 대로 수확하고 남으면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고 그도 남으면 일부는 판매하기도 한다. 우리 집 자급양돈 돼지퇴비만을 넣고 농사짓는데 올해도 농사가 잘됐다. 돼지퇴비가 과다하게 들어간 일부분이 쓰러질 정도로 벼이삭이 알차다.
 
농약과 비료를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농자재로 왕우렁이 만을 넣었을 뿐이다. 외부에서 조달된 유일한 농자재가 왕우렁이고 이것은 정부보조로 지급됐다. 더욱 엄밀히 따지자면 논갈이 때 트랙터에 들어간 경유와 수확할 때 지급할 콤바인 비용이 추가된다. 유기농은 관행농업에 비해 생산비가 확연하게 저렴하고 노동력이 적게 투입된다. 올해는 우렁이가 일을 잘해 논의 잡초를 멘 적도 없다. 논둑 풀만 예초기로 두 번 베어 준 것이 내가 쌀농사에 해준 유일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유기농이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관행농업의 대안이 되는 이유다. 낮은 생산비와 적은 노동력이 경쟁력이다. 관행농법에 비해 수확량이 작은 것은 정부차원에서 친환경직불금을 늘려주면 유기농은 대안이 되게 된다. 직불금을 늘려주면 생산농가가 늘고 소비자들에게도 값싼 유기농 쌀이 공급된다.
 
올해 정부가 쌀 생산조정제를 완전히 망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정관료들이 농업을 너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농정은 예산놀이가 아니라 우리 농업 현장을 이해하는데서 만들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정관료들은 고시를 통과해서 수학은 잘할지 모르나 현장을 모르고 농업을 너무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한국 농정은 자꾸 산으로 간다.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가축사료용 쌀 생산과 논을 이용한 민물고기 양식에 집중투자중이라 들은 적이 있다. 쌀을 작게 먹고 고기를 많이 먹는 식생활에 맞추어 어떻게 논을 활용할지를 고민한 현장에 기반을 둔 고민의 결과라 본다. 플라스틱 남용으로 바다는 갈수록 오염이 심각해지고 보다 안전한 먹거리로 내수면 민물양식이 떠오르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또한 GMO로 오염된 사료용 곡물에서 벗어나는 유력한 대안이기도 하다. 사료용 쌀 재배와 민물고기 양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유기농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유기농을 통해 국가는 농약과 비료로부터 국가의 환경을 지켜낼 수 있게 된다. 농민들은 생산비를 줄이고 소득을 높이게 된다.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삼조를 얻게 된다.

한국에서도 유기농을 고민하는 여러 선구자들이 유기농 벼 재배와 함께 민물고기 양식을 접목시켜 진행 중이시다. 현장에 기반을 두다 보니 창조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정관료들이 수학을 버리고 현장을 공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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