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

▲ 남효진

가기 전까지는 고된 일과 뜨거운 햇빛 걱정에 갈까, 말까 수십 번 고민하지만
다녀오면 그간의 걱정은 다 잊고 또 다음해에도 자연스레 농활 마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농활의 참 매력이겠죠?
땀 흘리며 노동의 가치와 우리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평화,
요즘 들어 남북관계 기사를 보면 불안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화는커녕 끊임없이 북을 도발하고 있고 북에서도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으로 나오고 있죠.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몇 년 전에 금강산에서 직접 북측 대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아니지만 헤어질 때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이 가까운 거리를 왜 이렇게 힘겹게 왔는지,
만나면 다르지 않구나, 만나면 좋구나 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 불안한 남북관계에 대해 더 고민해보고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 때 만난 북측 대학생과 다시 만나면 결혼하자는 약속을 했거든요. 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래서 저희는 민통선 부근으로 <평화농활대>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철조망과 어울리지 않는 마을
마을에 도착하고 제일 눈에 띤 건 역시나 철조망이었습니다.
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으로는 철조망과 군부대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예쁜 집들과 문수산을 배경으로 하는 풍경이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마을에는 며칠을 봐도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연스레 남북 분단의 아픔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다른 농활대원들이 농사일을 도와드릴 때 저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많은 마을 분들을 뵙지 못해 아쉽지만, 한 할아버님을 뵙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성이 고향이라고 하셨어요. 형제들도 북에 있어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하셨는데 만나 뵙지 못하셨다고. 요즘엔 그것조차도 없긴 하지만.
가깝게 보이는데 가지 못해 아쉽다고, 연세가 90세라 못 가볼 것 같다고 하시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학생들이 더 나서서 통일 앞당겨 오겠다고, 말씀드렸죠!
저의 힘은 미약하겠지만 앞으로의 세대를 살아갈 대학생들이 분단과 통일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을잔치 때 못 오셔서 집으로 국수 갖다드리기로 했는데 제가 못 갖다드렸네요ㅠㅠ
여름 농활때는 꼭 집으로 찾아뵙고 맛있는 음식 해드리고 싶어요.

3박4일간의 시간
긴 시간은 아니기에 마을에 대해 다 알기엔 부족했지만 친근하고 따뜻했습니다.

신경 많이 써주신 이장님과 총무님
문수산에 둘러싸인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농사 일 보다도 더 힘들었던 가파른 문수산 등반과 정상에서 바라본 북녘 땅
마을 입구에 있는 원두막의 시원한 바람,
마을과 어울리지 않던 철조망,

<평화농활대>라는 이름에 비하면 저희가 한 역할보다 배워가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마을에 대해 조금씩 애정을 갖고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앞으로의 더 큰 연대의 힘을 만들어 갈 바탕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을에서도 저희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더 멋진 여름농활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이장님이 80점 점수 주셨는데, 여름에는 100점 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