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전남 순천농협 대회의실에서 식량보장법을 제안한 최재관 여주군친환경학교급식센터 소장이 식량보장법 강의를 하고 있다. 순천군농민회는 이날 하반기수련회 마친 뒤 마을좌담회를 통해 식량보장법 제정운동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등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104년만의 가뭄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아 세계적 식량위기가 예상 되면서 한국농촌경제연구소, 농협경제연구소,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등의 연구기관과 한국은행까지 나서 식량위기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는 가운데 식량보장법 제정운동이 일고 있어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지난 4·11 총선 과정에서 제주, 해남지역에서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을 상대로 지역 농민회가 식량보장법 공약을 요구 하는 활동을 펼쳤으며, 이후 이러한 논의는 각 지역과 부문으로 확산돼 나가고 있는 추세로, 12월 대선과 관련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현장 강의에 나선 식량보장법 제안자 최재관 소장을 통해 식량보장법에 대한 내용과 현장 농민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 최재관 여주군친환경학교급식센터 소장

지난 14일 여주군친환경학교급식센터 최재관 소장은 순천농협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순천군농민회 수련회 강의를 통해 “식량보장법 제정으로 근본적인 식량위기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2011년 12월 15일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으로 식량보장법 제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각계 각층에 ‘식량보장법 제정’을 제안해 오고 있는 최 소장은 “농업의 본질은 농민의 직장이 아닌 국민의 먹거리”라면서 외국인 근로자들도 외면하고 있는 농촌의 현실을 지적하며 “농민없이 식량없다. 농민을 만들어서라도 식량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2008년 광우병사태 당시 먹거리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 국민 100만명이 거리로 나선 사실을 인용하며 “점점 쪼그라 들고 있는 농민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자신의 먹거리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라며 “이들 국민들과 농민들은 공동운명체인 만큼 함께 식량보장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식량안보의 일환으로 추진 되고 있는 정부의 해외농업개발의 비현실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근본적인 식량자급은 우리나라 농민들의 생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저곡가 정책으로 국민생활을 유지해 오다 농민들이 줄어들면서 불가능해 지면서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 마저도 대안이 못 되자 광활한 농지와 저임금 국가를 찾아 해외농업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방법도 해당 국가가 곡물 수출금지를 하면 그만”이라며 식량보장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식량보장법 제정과 함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협동조합 개혁 방안도 제시했다. 2015년 전국 동시 농협장 선거가 있는 만큼 “투표지 한 장만 더 추가하면 특별히 돈을 들이지 않고도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할 수 있다”면서 “FTA 추진으로 농협의 신용사업을 외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조합원들이 농협의 주인임을 만 천하에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특히, “기초지자체와 민간기구인 농협은 WTO의 저촉을 받지 않기 때문에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을 계기로 학생과 군인,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30%가 넘는 계획적인 ‘공공조달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으로 식량보장법 제정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강의는 순천시농민회(회장 송완섭)의 하반기 수련회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순천시농민회는 8월 중 마을간담회를 계획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순천시농민회 관계자는 “불안해 하고 있는 농민들과 함께 식량보장법 제정운동을 하면서 국민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남군농민회도 지난 3월 최재관 소장을 초청, 식량보장법 제정에 대한 내용을 공감한 뒤 지역구 의원인 김영록 의원과 함께 식량보장법 제정 논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남농민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농민 뿐만 아니라 도시에 살고 있는 지인 등과 함께 식량보장법 제정운동을 확산해 나가면서 농민회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학교급식네트워크 등의 소비자단체들도 식량보장법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제주도에서 출마한 문대림 후보(민주당)도 농민회와의 소통을 통해 식량보장법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 후보의 낙선으로 더 이상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순천시농민회에서 식량보장법 강의가 있던 같은 시각,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발의 추진’을 선포했다.

이날 전농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통해 ▷농민 가격 결정권 ▷국민 주식에 대한 국가 채임 강화 ▷국민경제 안정 ▷통일 대비 민족식량주권 확립 등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전국 농협 RPC 단일 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과 전농은 국가수매제 쟁취를 위해 품목별 국가수매제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광범위한 여론전 등을 통한 강력한 실천투쟁을 통해 12월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각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전농을 중심으로 한 농민들의 국가수매제 입법 운동은 그 어느때 보다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 되고 있다. 농민들만의 요구로, 또한 현재의 통합진보당을 통해 국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패배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범 국민차원에서 식량보장법 운동이 확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대선 과정에서 식량보장법 제정 운동이 얼마나 탄력을 받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식량보장 시스템의 변화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관 소장의 주장처럼 외국인 노동자도 외면하고 있는 농촌의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식량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 들이느냐가 관건으로 부각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