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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맛을 즐기면 세상을 알게된다”
“필요하면 미원도 넣을 수 있다”…중요한 건 지속가능성
슬로푸드운동 26년…환경·농업까지 내용 확장
김원일 (사)슬로푸드문화원 상임이사 인터뷰
유정상 기자  |  buksor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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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25  15: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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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사)슬로푸드문화원 상임이사를 만나 슬로푸드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1986년 이탈리아에서 패스트푸드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로 출발한 슬로푸드운동이 26년을 지나오면서 환경과 농업지속까지 내용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자연의 맛이 중요하지만 필요하면 미원도 넣을 수 있다”면서 “유기농이라 해도 농민이 최소한 농약 한 번은 줘야한다고 하면 그게 맞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양한 입장을 인정하며 지속가능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에 비해 1시간 남짓 인터뷰 시간은 너무 짧았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울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서 진행했다.
<유정상 기자>

 
▲ 김원일 (사)슬로푸드문화원 상임이사

-슬로푸드 운동. 독자들에게 소개를 해 달라. 어떤 역할들을 해왔나.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현상들을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됐다. 예를 들면 거대 자금력을 앞세운 유통기업과 골목상권. 여러 분야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고 대안으로 제기돼 왔다.
슬로푸드 운동은 그런 다양한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

시작은 1986년 미국 맥도날드사가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하려 하자 카를로 패트리니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맛을 단일화하고 전통음식을 밀어내는 패스트푸드에 저항하면서 부터였다.
식탁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이탈리아 시민들이 빠른 식사, 식사 아닌 식사를 강요하면서 밀려드는 신자유주의 문화에 저항했던 것이다.

시작은 시민들이었지만, 지금은 환경과 농업 지속을 위한 생물종다양성보호까지도 내용이 확장됐다. 맛있고 즐겁고 건강한 식탁이 후세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생물종이 보호돼야한다는 것이다.
2012년 현재는 △생산자와 공동생산자(소비자) 연결 △로컬푸드 지원 △종 다양성 보호 △음식교육 △네트워크 구축과 교류 5가지 임무들이 있다.

슬로푸드운동을 하기 전에는 로마 맥도날드 입점 반대 정도만 알고 있었다. 2009년 말 국제본부 활동가 두 사람을 만날 일이 있었다. 슬로푸드하고 로컬푸드가 어떻게 다른거냐고 물어보니, 세계 슬로푸드 사무총장이 “로컬푸드는 음식, 슬로푸드는 철학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때 탁 느껴지는 게 있었다. 이전까지는 된장이나 김치 등 발효식품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맛이 좋고(good), 안전하고 깨끗한 음식(clean), 공정한 거래(fair) 개념까지 포함된 것이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음식의 재료를 농민에게 헐값에 빼앗아오면 그건 슬로푸드가 아니다. 좋은 맛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고 후세도 느낄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영농까지 포함하고 있다.

맛이 좋다는 것(good)은 자연의 맛, 음식 자체로 첨가물을 안 넣은 자연의 맛이다.
인공적으로 유혹하는 화려한 맛이나 가격을 맞추기 위해 재료를 속인 산업의 맛, 자본의 맛이 아니다. 또한 좋은 맛은 각 나라마다의 자연이 주는 다양한 맛을 인정한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저항으로 출발했지만 맛있는 자연의 음식(good)을 생산자는 안전하고 깨끗하게(clean) 공급하고 소비자는 오래 맛 보기위해 제값(fair)을 주고 구입하자고 해온 26년, 음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방향성을 가진 운동이 슬로푸드 운동이다"

1989년 IMF와 세계은행 미국 정치·경제 학자와 관료들이 모여 워싱턴 컨센선스를 통해 세계 발전을 위해 한 지붕 아래로 모이자는 내용을 발표했다.
같은해 슬로푸드운동이 시작됐다. 또한 국내에서는 1986년 한살림농산(현 한살림)은 한살림선언문을 발표했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를 책임지자는 내용이다. 슬로푸드는 세계, 한살림운동은 국내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지만 그 출발 배경과 가치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완성될 때 동시에 반 신자유주의 깃발이 올랐다.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다고 본다.

-음식시민모임·지미(知味)교육 등 프로그램이 구체적이다. 참여나 반응은 어떤가.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미각체험 프로그램으로 간장을 맛보게 한 적이 있다. 맛보기 전에 “간장은 물에 검은 물을 타서 만드는 게 아니고, 콩으로 만드는 것…”설명을 먼저 해준다. 그리고 1년, 3년, 5년이 지난 간장을 맛보게 한다.

5년 묵은 간장을 먹어보고 한 아이가 “아 짜!”하고 인상을 쓴다. 그러면서 “짠데, 맛있다”라고 하더라. 이 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속 깊은 맛을 이해했다고 본다. 교육이나 체험이 없으면 쉽게 이런 맛을 알지 못할 것이다. 간장은 묵힌 햇수에 따라 맛이 깊어지고 달라진다.

예전부터 한식의 간은 간장으로 했다. 1년 짜리는 간을 하는 청장(맑은 간장), 2~3년 짜리는 다른 요리에 썼다고 알고 있다. 간을 소금으로 하면서 예전 음식문화 일부가 사라진 것이다.
지금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산분해간장, 콩기름 짜고 남은 찌꺼기를 황산과 염산으로 분리하는 산업의 맛이 차지해버렸다. 미각교육은 산업이 만든 맛이 아니고 자연이 만든 맛. 물과 소금 콩 그리고 시간이 맛을 낸 그 맛을 알려주는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 미각체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직접 맛보고 만들고 말하는 체험이 기억으로 쌓이면 성장해서도 그런 맛을 찾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공동생산자인 것이다. 또 깨어있는 음식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음식과 맛을 알지 못하고 깨여있지 않으면 자본이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글로벌 식품 기업에 의해 음식문맹(食盲)이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1800년대 고서중에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이 있었다. 조리서다. 며느리에게 오래 동안 내려오는 조리법을 정리해줬던 책이다. 체험과 교육으로 맛의 전통을 이어갔던 것이다.

맛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말이 없으면 음식이 사라진다. 문화의 다양성은 말과 같다고 본다. 태평양에 있는 섬 주민과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어떨까.

이 역시 농업하고 중요한 연관이 있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없으면 음식이 많아질 수 없고 음식이 많아지지 않으면 농업이 많아질 수 없다. 물론 서로 상호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살구도 많은 기준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청도에서 나는 단 살구가 좋아’ 또 새콤한 맛을 좋아할 수도 있고, 무르고 단단한 것도 차이가 나고, 품종도 다양하다. 즉 단어가 많을수록 다양한 품종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대량생산 병해충에 강한 편한 품종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호가 뚜렷하면 소농들이 다양한 품종을 재배할 수 있게 되고 생산기반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각교육으로 번역돼 감각훈련정도로 의미가 축소된 것 같다. 그래서 지미(知味)교육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개인의 아픔도 있다고 들었다. 위 절제. 그런 경험이 영향을 미쳤나.

2004년 10월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1주일 뒤 초기 위암 판정을 받았다.
단순한 사람인지라 그 자리서 “그럼 어디로 갈까요?” 물었더니 분당 서울대병원을 연결 해줬다. 거기서 “다음 주에 수술합시다”는 말을 들었다.
초진 2주 만에 바로 수술을 한 것이다. 위 1/3을 절제했다.
‘순식간에 이렇게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 본 이후에야 건강과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영동 1985>에 대한 포스팅을 본 기억이 난다. ‘누군가로부터의 계몽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끊임없는 자아성찰을 통해 경계하며 자정해 나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는 글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보면 소비자가 먼저 나서야하는데, 현재 많은 시민운동들의 모습은 활동가들이 앞에서 끌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슬로푸드운동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어떻게 생각하나.

아픈 다음에 바뀐 사람들은 많다. 누구라도 필요하면 스스로 찾는다. 하지만 큰 시련이 아니면 자각을 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자본이 만든 문화의 위력은 강하다. 화려한 산업의 맛이 소비자를 알아서 쫓게 만든다.
스스로 자각하기에는 너무 잘 짜여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알리고 교육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함께할 수 있는 혹은 자본에 맞서는 방법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소통)’과 ‘디자인’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수단일 뿐 결정적으로 ‘즐거움’이다. 즐거워야한다. 맛있는 식탁이 주는 즐거움은 꽤 오래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슬로푸드 운동의 마지막 카피는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먹고 요리해라’다. 일단 자연의 맛을 즐겁게 맛있게 먹어라. 세상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외식 비중도 높다. 오히려 건강을 생각하면 집에서 밥을 해먹자고 한다. 시민과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외식업계와 관계도 필요한 것 아닌가. 이 지점에 대한 활동은.

아직 역할은 없다. 

국가개입도 성공을 못했고 그래서 다시 시장에 맡기자는 신자유주의는 거대 금융자본들이 거대해지며 독주했다. 그래서 공동체, 로컬, 순환 등 새로운 대안경제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거대 시장은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외식의 비중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인정할 것은 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나 새로운 시도들이 자꾸 되면서 균형을 이뤄나갈 때가 온다고 본다.

식생활 교육을 통해 소규모 생산자, 소규모 상인, 시민 소비자들의 의식이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시도들이 있다.

농진청에서 하는 '농가맛집', 대학로에서 우리 농산물만 거래하는 파머스 마켓 '마르쉐'. 노들섬에서 기른 채소를 조리하는 '파릇한 절믄이(파절이)' 등. 파절이는 재료를 로컬푸드만 구입하고 자전거로만 배달을 하는 등 지키는 원칙들이 있다. 이런 흐름들이 생길 것이다.

-뜻은 좋지만 생활인에게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말했듯이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다. 어려운 분들이 ‘맛은 개뿔. 먹고 살만하니 음식으로 장난친다’고 볼 수도 있다. 모든 계층과 함께 하기 무리기도 하다. 그렇지만 먼저 고민하는 역할들이 있어야 나중에 확산도 된다고 본다.

한편 자연의 맛을 강조하지만, 필요하면 미원도 넣을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유기농의 깨끗함도 때로는 100%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농민이 최소한 농약 한 번은 줘야합니다”하면 그게 클린이라고 본다. 최대한 할 수 있는 정도에서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 깨끗한 것이라고 본다. 입장마다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지향성으로 굿·클린·페어가 있지만, 같이 사는 세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말이 있다.
‘환경을 모르는 미식가는 무식하지만, 미식을 모르는 환경운동가는 불행하고 외롭다’
혼자는 잘하겠지만, 엄격한 잣대만 들이민다면 결코 같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활동계획과 하고 싶은 말.

여건 상 지미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과 공감하고자 한다.
3월 일본으로 맛있는 여행을 가서 외식업모델과 농촌정주형 모델을 견학하려 한다. 또한 테이스트 워크숍도 계획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식생활 교육을 다른 기관도 많이 하고 있지만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반응이 좋다. 물론 지자체의 지원도 있지만 관점문제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정해놓고 가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도착할 때 차이가 난다고 본다. 이런 생각으로 활동해 나가겠다.

1990년 대학을 졸업하고 전농 교육국간사를 하면서 농민운동을 시작으로 자연농업, 중도매인연합회, 영농조합, 통일농업 등 농업과 연관된 실무자로서 쭉 살아왔다.
지난해 3월부터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삶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고 수월하게 해갈 수 있는 것 같다.

슬로푸드 선언문
(1986년 11월 9일 프랑스 파리 코믹오페라에서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서명하고 채택한 슬로푸드 파리 선언 전문)

산업 문명의 이름 아래 전개된 우리의 세기에 처음으로 기계의 발명이 이뤄졌습니다. 오늘날 기계는 우리 생활의 모델이 됐습니다. 우리는 속도의 노예가 됐으며, 우리 습관을 망가뜨리며 우리 가정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우리로 하여금 패스트푸드를 먹도록 하는 빠른 생활, 즉 ‘패스트 라이프’라는 음흉한 바이러스에 굴복 돼 가고 있습니다.

호모사피엔스라는 이름에 상응하기 위해서 인류는 이제 종이 소멸되는 위험에 처하기 전에 속도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보편적인 어리석음인 빠른 생활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물질적인 추구를 자제하는 것입니다. 속도와 효율성에 도취한 흐름에 전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느리고 오래가는 기쁨과 즐거움을 적절하게 누려야 합니다.

우리의 방어는 슬로푸드 식탁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우리는 지역 요리의 맛과 향을 다시 발견해야 하고 인간으로서 품위를 낮추는 패스트푸드를 추방해야 합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빠른 생활이 우리의 존재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고, 우리의 환경과 자연 경관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 유일하면서도 진정한 용기 있는 해답은 ‘슬로푸드’입니다.

진정한 문화는 미각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미각을 발전시키는데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데는 경험과 지식, 그리고 국제적인 교환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슬로푸드는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합니다. 슬로푸드의 상징은 작은 달팽이며, 슬로푸드운동은 국제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능력있는 지지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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