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사람사는농원 홈페이지 <농사이야기>(http://soofarm.net)

짧은 4박 5일간이긴 하지만 여행은 아니고, 배우러 갔으니 엄연히 유학이겠지요.
정부보조없이 순전히 자부담으로 일본에 복숭아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영천지역 복숭아사랑동호회원 분들과 전국의 복숭아 고수님들 몇 분과 함께 했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복숭아 밭만 둘러보고, 복숭아 얘기만 하다 왔습니다.

한마디로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물론 우리나라 복숭아 농가들의 실력도 좋지만, 한 나무에서 3천과(果)를 수확하는 나무도 있고, 80세가 다 되어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시는 분이 있고, 대를 이어 복숭아를 키우는 가족도 있고...

아무튼 복숭아 농사를 짓는 그 정성과 열정은 그야말로 '장인정신'이었습니다.
사람사는농원도 '장인정신'으로 복숭아를 키우겠다고 다짐합니다.

▲ 사람사는농원지기 이영수 씨와 가족들 모습.

<사람사는농원지기의 일본 복숭아 유학기>
새벽 4시 영천출발, 김해공항 10시 출발, 나리타공항 12시 도착.
나리타 공항에 내리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20인승 승합차를 타고 4시간 이동해 나가노에 도착했다.
농협 농기구센터에 들러 운영에 대해 간단히 듣고 과원으로 이동.
해는 저물어 가지만 하나라도 더 보고 더 배울 마음에 다들 연신 셔터를 누른다.
얼핏 보면 ‘나무가 뭐 이렇노’ 싶지만, 고수의 손길이 느껴진다.

첫 날 밤 숙소
동네형님이 주신 오소리 쓸개즙을 한 잔씩 돌리고, 복숭아 얘기로 새벽까지 토론을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온천욕 한 번 해주니 기운이 상쾌하고, 내친김에 명상도.

저수고 수형, 일명 ‘야나’수형으로 키우는 과원에 도착.
팔순이 다 되어가는 어르신께서 궂은 날씨에도 우리는 기다리고 계셨다.
칠순이 넘어가고 배수불량 과원에 대한 고민으로 본인이 개발한 수형이라신다.
연구하고 도전하는 이 어르신...정말 존경스러웠다.
복숭아 전문 통역가 배민금 씨도 보인다.

버스로 이동해 나가노 전농지부와 간담회를 갖고 복숭아 생산현황 및 기술지도 현황을 들었다.
또다시 버스로 4시간에 걸쳐 야마나시 현으로 이동했다.
개심자연형의 고수 스즈키 씨를 만났다.
마침 전정 중이었는데 하루에 2~3나무 정도 한다고 한다.
재식거리 10*10m 한 나무 한 나무가 볼만했다.
다만 너무 결과지 중심으로 전정해 들어가다보니 측지 선단이 처지고, 묵지가 발생하고, 세력이 약간 떨어지고 있는 듯 보였다.

셋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야외 온천탕에서 몸을 푹 담궜다. 작업장 짓다가 다친 어깨가 희한하게 덜 아프다. 진짜 온천욕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첫 방문과원은 대등류의 달인 미나미 씨 농원이다.
4년까지 거의 손을 대지 않고 키우고 그 다음에도 나무자체에 대부분 맡겨 전정을 그야말로 최대한 적게 한다. 그래서 초약전정이라 한다.
아래 사진은 15년생인데 3,000개를 수확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놀랠 노자다.
경산의 영호 형이 특히 관심이 많다. 겨우내 적뢰를 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아무튼 새로운 이론과 원리를 배운다. 자연개심형 중심으로 생각하던 내게는 더 혼란을 가져다준다.

두 번째 방문지는 완숙농원의 오노 씨의 과원이다.
대부분 택배와 생협에 판매한다. 전형적인 자연개심형이다.
수세가 너무 세어 보이고 결과지가 대부분 중가지와 장가지 위주다. 강전정 방식이다.

흡연팀과 비흡연팀으로 나눠 점심을 가볍게 먹고, 곧바로 야마나시 과수 시험장으로 갔다.
일본에서도 보안과 방문이 가장 까다로운 곳이라 과수연구소에 책을 산다는 핑계로 들어갔다.
입구에 팔메트형이 있다.
세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팔메트형에 대한 고민을 더욱 안겨준다.

곧바로 후류야 씨 농원에 방문했다.
후루야 씨는 나보다 1살 어린 친구인데 일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아버지 농장을 이어받아 농기업화를 이룬 친구다.
2011년 복사동 전국총회가 열린 경산에도 왔다.
복숭아, 포도, 감으로 수십억이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큰 길 옆에 위치한 매장이 인상 깊다.

농원에 가자니깐 자기 밭보다 자기 스승 밭에 가면 배울 것이 더 많다고 그리로 안내해준다.
'앗'
이럴수가...진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복숭아의 새로운 경지를 봤다.
내친김에 전정시범까지 부탁했다.
기꺼이 해 주신다.
동영상으로 찍었다. 두고두고 보면서 공부해야지...

후류야 씨와 그의 스승 이지마 씨와 함께 내친김에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숲을 지나니 나도 모르게 키가 훌쩍 큰 것처럼
고수사이에 서니 나도 모르게 고수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넷째 날 아침
마지막 날이다. 어김없이 온천욕으로 하루를 맞았다.
나리타 공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 과원을 들렀다.
주인도 없지만, 사실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너무너무 잘 해놨다길래 무작정 들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인은 없었다.
책에서만 보던 오쿠사형, 대초류다.
충격이다.
결과지 배치가 예술이다.
이런 복숭아 나무로 키워야겠다고 굳건히 마음먹고 다짐의 사진 한 컷 찍었다.

부주지가 1m정도 나와서 꺾여 주지와 비슷한 방향으로 나가게 하는 이 기술...
아는 분은 아실 것이고 모르는 분은 모르실거다.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고뇌와 연구, 진화의 역사를 말이다.
나도 이제 좀 깨닫는 것 같다.
그야말로 대단하다.

한 나무 한 나무 관리하는 것이 예술이다.
이런 것이 장인정신이다.

이지마 씨 옆 과원에 심겨진 유목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석은 아니지만
마치 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복숭아 나무에 비유한다면 이제는 베어지고 없어진 고목 옆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유목정도가 아닐까 싶다.
70평생 아버지가 마련한 기반위에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실천으로 ‘장인의 복숭아나무로 크리라’

사람사는농원 농장지기의 2012년 일본 복숭아 유학기를 마칩니다.

▲ 사람사는농원의 고유상표 '단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