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동흠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

북반구와 남반구로의 구분, 그리고 기상과 지형적 조건 속에서 다양한 곡물생산 패턴을 갖는 지구상의 곡물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다국적 기업은 인공위성까지 동원해 지구상의 기상과 작황을 살펴 대응한다지만,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구글 검색이나 세계 주요 곡물관련 기관, 주요국의 농업부 홈페이지를 뒤적이는 정도다. 결과적으로 일어난 일들을 종합해 전달할 뿐이다. 그렇지만 국제곡물 움직임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와 여러 부분의 대비에 나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비중 있는 이야기는 미국의 올해 농사전망이었다. 지난해 50년 만에 미국에 닥친 혹독한 가뭄으로 최근까지 세계 곡물가격 고공행진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3월말 미 농무부에서 발표한 농가재배 의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옥수수 재배면적은 1936년이래 최대 면적인 9,728만 에이커(3,937만 ha)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콩 재배 면적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지만 역사적으로는 4번째 높은 수준이고, 밀 재배 면적은 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발표로 인해 국제곡물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국제곡물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밀은 부셀 당 7달러 전후, 옥수수는 6달러 초반 대 그리고 콩은 14달러 초반대로 내려온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3일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조류인플루엔자도 국제곡물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닭고기 소비 급감과 그로 인한 중국 사료곡물 수입 감소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중국 동부지역은 80%, 그 외 지역은 30% 닭고기 판매가 감소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 여파로 현재 중국의 콩 수입은 지난해 동기대비 약 13% 감소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중국 사료용 곡물의 약 50%를 닭 사육에서 감당해왔기 때문이다. 2012년 중국이 세계 시장 수요의 약 60%인 58.29백만 톤의 콩을 수입 했다는 것에서 중국 콩 수입 감소가 세계 시장에 던지는 충격을 가히 짐작 해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세계 곡물가 전망은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등지의 곡물생산, 중국의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경제침체 등의 영향에서 하락이 좀 더 진전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우세하다.그렇지만 최근 다소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곡물가격은 꾸준한 재반등의 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추가적인 곡물가 하락을 방지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지구 북반구에서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냉해다.

미국과 유럽의 겨울밀이 자칫 냉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이어진 탓이다. 파종시기를 앞둔 옥수수와 콩은 파종이 지연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최근 북반구의 날씨가 올해 세계 곡물생산의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 이라는 단정은 아직은 일러 보인다. 겨울 밀은 향후 충분한 성장을 회복할 시간을 갖고 있고, 옥수수와 콩도 이제 막 파종시기가 도래한 만큼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다양한 경로로부터 들려오는 올해 대풍전망은 결코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곡물사정의 불안정성은 최근까지 풍년을 논하던 인도 남부·서부지역에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사탕 수수, 목화 그리고 곡물생산까지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이맘때도 대풍을 전망, 곡물가 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50년 만에 미국에 닥친 최악의 가뭄과 그로 인한 국제 곡물가 고공행진의 지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