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도시사람들이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08년 멜라닌 파동과 광우병 사태로 터진 촛불집회 등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는 도시농업의 확산으로 도시사람들이 직접 채소를 키워먹을 수 있게 도시텃밭을 가꾸는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도시텃밭의 열기는 개인적인 취미와 여가를 넘어 먹거리에 대한 신뢰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나서서 주말농장을 운영하거나 상자텃밭을 분양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도시농업은 인기있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도시농업의 육성과 지원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고, 앞으로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서울시는 이미 발빠르게 도시농업의 체계적인 지원을 해가고 있다.

도시농업을 통해 사라져가는 도시의 농지를 지킬 수 있다. 도시에 대부분의 농지가 개발과 더불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 농사짓는 농민들이 점차 줄면서 농지의 활용도도 낮아지고 있다. 일본은 이렇게 사라질 상황에 처한 도시의 농지를 ‘시민농원’으로 만들 수 있게 여러가지 제도를 개선하여 도시의 농지를 보전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농지보전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에게 농사체험 공간을 제공하고 유사시 도시의 대피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지는 녹지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도시열섬화, 대기정화, 토양보전의 가치 등을 통해 도시의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사회적으로는 텃밭체험교육을 통한 정서함양, 생태교육, 식습관개선 등 교육적인 가치와 더불어 도시의 공동체를 복원하는 여러가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농업의 다원적 가치’라 한다.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환경, 문화,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데 특히 도시 안에 들어온 농업은 더욱 빛을 발휘하게 된다.

도시농업의 실천은 도시민들이 이러한 다양한 가치를 생활 속에서 만들어가는 운동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시농업의 가치 중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농업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도시텃밭을 통해 농사를 경험하는 시민들은 그만큼 바른 먹거리, 우리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우리농산물 구매, 친환경농산물 구매가 많아지게 되고, 결국 소비가 받쳐주면 농업기반도 튼튼해 질 수밖에 없다. 도시농업을 통해 도시민들의 농업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는 것은 농업을 살리는데 기여하게 된다.

과연 농업정책에 관심있는 도시민들이 몇이나 될까?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도시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많은 도시민들은 내가 먹을 먹거리를 어떻게 생산할지에 대한 관심은 적다. 먹거리정책의 핵심은 어떻게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국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첫째는 전체 국민이 먹을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그 우선 과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문제일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반(농지와 농민)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는 신뢰할 수 있는 유통체계를 통해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공급해야 한다. 농민과 도시민들의 거리를 좁히고 신뢰를 회복하는 로컬푸드운동 등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고 얼굴있는 농산물로 만들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먹거리 기본권이 확보돼야 한다. 빈곤의 차이가 먹거리에 대한 접근의 차이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먹거리양극화는 전체국민의 생존과 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마땅히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권리가 먹거리 기본권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은 중요한 정책 중에 하나이다.

이를 위해 마땅히 농업에 대한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없이는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땅히 농업정책은 농민을 위한 정책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래서 농업이 피해가 가더라도 FTA를 추진해야하고, 300만 명 농민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5000만 명 전체에게 이익이 될꺼라 생각하면 농업, 농민, 농촌의 피해를 나몰라라 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이 생존을 위한 먹거리정책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정책보다 더 중요시 해야 하는 정책이 무엇일까? 국민의 먹거리를 보장하기 위해 농업, 농민, 농촌을 위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올바른 농업정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도시민들이 무엇보다 농업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농업정책은 농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키웠는지 모를 음식을 먹을 것인가? 우리땅에서 난 얼굴있는 먹거리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몇 개의 다국적 곡물기업이 좌우하는 식량에 우리의 먹거리를 내 맡길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먹거리를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것인가의 중요한 문제이다.

최근 도시농업에 대한 뜨거운 열기도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농업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야 한다. 도시민들의 관심만이 우리의 먹거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농업을 지키는 정책에 관심 갖고 목소리를 내는 도시농부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