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정 음성군 농민회장.

2009년 가을의 일이었습니다.

음성의 농민단체들이 모여 떨어져가는 쌀값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음성군 쌀값보장대책위원회(농민회, 이장단, 농업경영인, 농촌지도자, 쌀전업농) 활동을 하면서, 군청 앞과 농협 군지부 앞에 190여 톤의 어마어마한 쌀의 산 2개를 만들어 놓고 수매하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하는 쌀 문제로 절치부심하던 때입니다. 당시 시가로 거의 2억3천만 원 가량하는 양의 벼를 야적 하면서, 군청에서도 농협에서도 사지 못하겠다고 할 때 입니다.

밤잠도 못자고 고민할 때, 근본적인 해결을 찾아야 매년 되풀이 되는 농산물가격 폭락에 대처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음성군차원의 기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농민회와 대책위의 논의를 거쳐 합의한 것이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 조례에 의한 음성군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입니다.

타 지역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약 6개월가량의 논의, 연구, 자문, 의견제시를 받아서 조례안이 탄생했고, 50억 원 이상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으로 조례 주민발의를 선포했습니다.

2010년 9월부터 약 3개월간, 하필이면 일 년 중 가장 바쁜 벼 수확 철에 서명을 받아야했기에 아주 힘들었습니다. 논두렁을 헤매면서 받은 6,421명의 서명은 그래서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애초 목표한 1만 명의 서명은 못 받았지만(농한기이면 충분히 받았을 것입니다) 서명을 군청에 제출할 때의 기쁨과 기대는 큰 것이었지요!

장벽은 있었습니다. 예산문제로 인한 자치단체의 난색으로 군수, 군의회에 지속적인 설득과 압력(?).

누구하나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주민발의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운 요건들이 많지만 결국에는 그 힘 때문에 조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지요. 군의회와의 간담회를 2차례 거치면서 2011년 마지막 음성군의회, 마지막 안건으로 만장일치로 통과하게 됩니다.

조례가 통과되기 까지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은 의외였습니다. 언론 인터뷰를 약 20번 정도하였으니까요! 지역농민과 언론에 의한 올바른 여론형성이 아주 중요하더라고요!

조례 통과 후 다음은 예산통과가 문제였는데, 내심 걱정도 되고 군수, 군의회와 간담회를 하면서 요구도 했지만, 음성군의 법으로서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모두가 인정하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조례 통과 전 조례에 반대하던 군수님도 입장을 바꾸셨고 해서 다만 시간 문제였지요!

그런 3년여의 긴 과정을 거치면서 이번에 음성군의회 추경에서 10억 원 기금예산(음성군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이 통과되게 된 것입니다.

우리 조례는 음성의 농가인구 대비로 정한 6개 품목(쌀, 고추, 복숭아, 인삼, 한우, 수박이며 추후 품목을 확대할 수 있음)의 최저가격을 정해 놓고, 그 가격이하로 떨어질 때 기금에서 차액을 직접 농민에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대상은 출하자료의 투명성을 위하여 모든 농축산물이 아닌 농축협 계통출하 물량을 대상으로 하고요. 대신에 농축협에서도 기금을 같이 출연하게 되지요.

쉽게 말하면 가락동 출하 포함하여 농축협에 근거가 잡히는 주요 농축산물은 가격 걱정 없이 농사지을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매년 10억원 이상 기금을 차액지원으로 쓴다면, 쌀로 계산하면 벼 40킬로 포대 당 약 4,000~5,000원 지급할 수 있는 아주 큰돈입니다.

조례에는 2018년부터 기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군과의 내부적 합의는 조례를 개정해 내후년인 2015년 말로 앞당기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FTA로 볼 때 농민들이 오래 기다릴 수가 없겠지요!

현재 충남 부여군농민회가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조례를 주민 발의하여 제출해 놓았고요, 며칠 전에는 홍성군 의회 의원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자료를 보내주면 홍성에서도 해 보겠다고 하셨고요, 오늘은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도조례를 만들기 위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방송 인터뷰도 이어지고 있고요…

우리의 희망은 우리 음성의 조례와 기금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궁극적으로는 농정의 기본방향으로 최저가격 보장제가 실현되어 농민들이 가격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농사짓는 것입니다.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하여 여러분 함께 노력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