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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은 돈도 명분도 아니다. 소농이 되자.“진정한 귀농귀촌정책은 농지확보·후계인력양성”
박용범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인터뷰
유정상 기자  |  buksor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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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22  19: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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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범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귀농귀촌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박용범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인터뷰를 통해 “현재 귀농귀촌의 모습은 농업의 가치를 지속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며 “국가적인 농지감소,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될 수 있도록 농지지원, 농업후계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세워지고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귀농운동본부는 귀농희망자들이 농촌으로 돌아가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촌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1996년 창립됐다. 인터뷰는 5월 21일 오전 10시 경기도 군포시 속달동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유정상 기자>

-전국귀농운동본부는 어떤 활동을 해왔나.

1996년 창립 이래 17년 동안 생태가치를 지키고 자립하는 삶을 위해 귀농을 안내해오고 있다. 2005년 도시농부학교 운영을 시작하면서 귀농과 더불어 도시농업까지 활동반경을 넓혔다.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인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명분이라도 삶에 내재되지 않으면 공허한 명분이 되고 만다. 우리 농산물로는 10명 중 2명밖에 식량자급이 안 되는 현실 속에서 농사를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농사가 재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산업사회 속 쓰고 버리는 삶의 방식은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미래까지 담보로 삼고 있다. 귀농운동본부는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내 생명을 온전히 이어가는 자립하는 삶, 건강한 ‘소농’의 삶을 일궈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귀농가구가 전년도에 비해 11.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귀농귀촌 바람이 불고 있다. 귀농귀촌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 귀농귀촌의 모습은 농업의 가치를 지속하는 것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귀농자보다는 귀촌자들이 더 늘고 있다.

귀촌은 도시에서 벌어놓은 돈으로 여생을 농촌에서 보내거나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 농촌에 내려가 있는 형태다. 도시 공간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장소만 농촌으로 옮겨서 행복을 찾겠다는 것이다.

귀촌하는 분들은 대부분 땅을 비싸게 사기 때문에 농지 값이 올라가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농사를 짓고자하는 귀농인들이 농지를 마련하는 게 그래서 더 만만치 않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땅 뿐만 아니라 후계영농인도 중요한데 귀농귀촌과 농업 승계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유기농조차도 후계자가 없는 현실이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업의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지자체의 귀농귀촌 정책에 대한 생각은.

한 마디로 농촌으로 이사 가는 데 지원하면 안 된다고 본다. 아무리 농촌이 공동화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막연한 지원으로는 농촌을 살리는 해답이 될 수 없다. 또 그렇게 지원해 줄 돈도 없다고 본다.

지자체에서는 인구 늘리기 차원에서 귀농귀촌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본다. 농식품부에서는 귀농귀촌을 하면 다해줄 것처럼 홍보를 했다. 귀농희망자들은 정부에서 다 해주려나 보다고 생각한다. 실상을 보면 빈집수리비, 영농자금 저리이자 융자, 이사비용, 집들이 비용 정도의 지원이다.

농촌이 살만한 곳이 되면 자연스럽게 귀농인구는 늘어난다. 인구유입은 유치로 될 일이 아니다. 국가적인 농지감소,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될 수 있도록 농지확보나 농업후계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방향이 돼야 진정한 귀농정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아무 지원이 없어도 귀농이 늘고 있는 곳이 있다. 충남 홍성 문당리 유기농업마을의 경우 땅이 평당 15~20만 원인데도 귀농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을이 이미 만들어져 귀농자들이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선배 귀농자가 있고, 이들과 어울려 정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마을이 만들어지면 자기 돈 내고 귀농귀촌을 하라고 해도 온다고 본다. 돈만 지원해주면 되겠지라는 식은 안 된다.

현 정책은 귀농귀촌자들에게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안은 정착까지다.

-원주민과 귀농귀촌자의 갈등도 귀농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이런 문제를 많이 접해봤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을 먹는가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귀농자는 농부가 되겠다는 마음이니 농민들과 소통이 된다. 반면 일부 귀촌자들은 농촌 공동체 질서에 섞이려하기 보다는 단지 거주조건을 자연에 두고 싶은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질화 문제는 곧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그저 거주환경을 농촌으로 하고 싶다고 하는 귀촌인 일지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모습 아닌가.

귀촌인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자기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니 기술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다. 마을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다. 또 한 가족이 귀촌을 하면 아무래도 도시에서 알던 사람들도 찾아오기도 하는 등 인구와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강조하고 싶은 건 귀촌에 방점을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농지가 감소하고 있고 영농후계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오히려 귀농인이나 농사를 짓겠다는 젊은이들은 땅을 살 수 없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미래를 위한 귀농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에너지 자립을 위한 적정기술, 중간기술을 들어본 적이 있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귀농운동, 도시농부교육도 하고 있지만 에너지도 바뀌어야 한다.

식량은 곧 석유라는 말이 있다. 사시사철 농산물이 나올 수 있으려면 난방을 해야 하고, 농사에 사용되는 각종 농자재도 석유가 쓰이지 않는 게 없다.

우리는 과도하게 전기와 물을 쓰고 있으면서도 삶은 바꾸지 않고 있다. 자연에 부담 주지 않으며 내 생명을 온전히 이어가는 선순환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적게 쓰던 에너지를 대체하던지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석유가 곧 식량이니 석유에서 바로 독립할 수 없다. 그래서 석유를 대체 할 수 있는 중간에너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농사와 직결된 에너지 자립 기술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본다면 풍력·태양열을 이용한 고추건조기, 화덕, 환기시스템, 펌프 등이다. 완주에 살고 있는데 완주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와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이 협력해 에너지자립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앞으로도 농지, 토종종자문제, 에너지 자립, 지역순환방식 등을 계속 고민하고 활동할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올 것이다. 아니 이미 왔다. 에너지와 농업문제 등도 결국은 돌파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귀농운동본부가 절대적인 대안도 아니다. 대안이라면 다음 세대에서도 실행 가능한 것이어야만 한다.

다만 앞으로 미래세대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씨앗만이라도 전달하는 역할을 해 나가고자 한다.

대농, 경쟁력 있는 억대 농부를 강조하지만 그것은 지속가능한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한 것이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도둑질 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수정 / 2013. 5. 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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