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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꾸는 귀농귀촌, “오해하지 마”구자인 진안군 마을만들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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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27  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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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인 진안군 마을만들기연구소장.

서울에서 공부하고 나름대로 마을만들기 활동을 열심히 해오면서 내린 결론이 하나 있다. “도시가 꽃이라면 농촌은 뿌리”라는 말이 있듯이 농촌 마을이 붕괴되는 가운데 도시의 마을만들기가 독자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시의 마을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촌이 잘 살아야 한다는 나름의 깨달음이다. 생태학 관점에서 도농관계를 생각해보면 이런 결론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도시 주민들은 살고 있는 생활공간 속에서 현재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나 쾌적함이 농촌의 희생 위에 서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먹는 음식이나 마시는 물, 사용하는 에너지가 어디서 오고,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오로지 가격이 문제일 뿐이다. 또 물가안정이라 정책 목표에 맞추어 농산물 가격이 통제되면서 농민들의 생계가 일상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현실에 눈감는다.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상식에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왜곡된 인식은 농촌 이주를 꿈꾸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에게서 가장 잘 발견된다. 농업과 농촌, 농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현재 시점의 왜곡된 이미지로 쉽게 판단해버린다. 지금 바라보는 많은 문제점의 원인들이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고, 구조적 현실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 못한다. 주관적 판단으로만 접근하고 학습과정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한다.

최근에는 귀농과 귀촌을 구분하는 경향이 강하고 용어상의 혼란도 크다. 하지만 귀농이란 말 속에는 원래 귀촌 개념을 포함하고 있었다. 정책적인 의미에서 귀촌을 구분할 뿐이고 농촌 사는 사람은 누구나 농업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농촌은 농사짓는 사람들만 사는 공간이 결코 아니다. 농업은 생업(生業)이며 산업적 의미를 뛰어넘는다. 또한 한자로 ‘돌아갈 귀(歸)’를 쓰는 것도 도시 출신 분들은 의아해하기도 하지만, 대(代)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농촌 출신이기도 하고 농촌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돌아가야 할 고향이기 때문에 여전히 타당한 표현이다.

전국귀농운동본부가 1996년 9월에 창립할 당시 창립선언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이제 흙으로, 고향으로, 농촌으로 돌아가자. 가서 땅을 갈고 거름을 내어 씨를 뿌리자.” 이처럼 귀농은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출발했다. 단순히 도시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 농촌으로 이사가는 차원과 다르다. 농촌으로 이사 가는 것이야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말릴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이런 경우에도 행정의 예산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농촌에 살며 훨씬 더 어려운 사람이 여전히 많은데 이런 분들이 보시기에 위화감을 느낄 뿐이다.

필자는 진안에 정착한지 9년째가 되고 자치단체의 귀농귀촌 정책에 깊이 관여하면서 농촌 이주를 꿈꾸는 분들을 많이 만나왔다. 대개 하시는 질문들이 비슷한데 ‘땅 값 싸고, 경치 좋고, 인심이 살아있는 마을’을 소개해달란다. 아이들 교육과 노후 복지, 문화생활도 편리한 곳을 찾는다. 사실 이런 좀 ‘이상향’같은 마을이 이 세상이 있을까? ‘무임승차’하려는 마음 자체가 욕심이다. 함께 이런 마을을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바람직하며 또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와 보람을 안겨다 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많은 도시 분들이 착각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농촌에서 먹고 살 걱정을 하며 ‘무슨 농사’가 좋은지도 많이 물어본다. 이것도 농촌을 ‘농사꾼’이 되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농촌 입장에서 새롭게 이사 오기를 바라고 필요로 하는 사람은 사실 전업 농민이 아니다. 농사 자체는 잘 몰라도 농산물 가공과 직거래 유통, 새로운 상품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더욱 필요로 한다. 또 아이들 교육이나 복지, 문화, 환경 등의 분야를 담당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어느 것이나 농촌 주민들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지만, 사람 사는 농촌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영역이다. 농촌에 이사 와서 환영받고 ‘토박이 주민’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이런 영역의 새로운 농촌창업을 시도해야 한다.

물론 농촌에서 새로운 창업은 쉽지 않고 도시에 있을 때부터 많이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주어진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은 ‘죽은 노동’을 하는 셈이고 낮은 임금에 재미도 보람도 없다. 농민들이 잘 하고 있는 농사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제한된 파이 나눠먹기’인 셈이다. 농촌창업은 먼저 시작하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에게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 영역이다. 이를 위해 도시에 살면서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잘하고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농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 길을 찾는 과정에서 가까운 곳의 귀농학교를 다니며 여러 정보를 입수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를 찾아야 한다. 또 도시농부학교와 같은 기회를 활용하여 도시농업을 몇 년간 경험해야 한다. 생협 회원으로 가입해 도농교류 체험행사에도 자주 참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잘 해왔던 영역의 전문성을 농촌 실정에 맞추어 더욱 갈고 닦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농촌에 사는 것이 더욱 행복하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가족 합의를 거쳐 결국 농촌 이주를 결단할 수 있다. 결국 당연한 말이지만 농촌을 잘 알아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생각이 결국에는 오해이거나 착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예행연습을 반복하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꿈’을 실천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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