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헌중 (주)우리밀 대표이사

현재 학교급식은 보통 ‘친환경무상급식’으로 두루 불리고 있으나 실상은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핵심 과제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현행 학교급식법(이하 급식법)에는 급식정책의 추진 방향과 운영 원리에 관한 기본 정신이 모호하다. 학교급식을 무엇을 위해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무상급식, 친환경우리먹거리 사용, 교육·직영 등 그 기본원칙을 명시해야 한다.

둘째 급식법상 학교급식 적용 대상으로 교육받는 아동·청소년들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아동·청소년 그 모두가 수혜 대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현행법상 제외되어 있는 유치원도 당연히 포함해야 하며 기타 초중등법상 각종학교도 그 성격에 따라 확대하고 포함해야 한다.

셋째 급식정책의 의사결정구조 및 공공전달체계로서 중요한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현행법상 임의조항에 따른 각지의 급식체계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의지에 좌지우지되어 지역별 편차가 너무나 크다. 센터 설치·운영을 의무조항으로 개정할 뿐만 아니라 센터의 설치·운영 비용에 대한 국가의 지원 책임도 명시해 무상급식을 무상교육과 아동·청소년의 먹거리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국가의 기본책임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넷째 반쪽 절름발이 ‘무상급식’을 명실상부한 무상급식, 안전하고 행복한 급식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현재 무상급식 경비 부담에서 국가의 책임 분은 전무하다. 그 결과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지역별 무상급식 학생 수의 비율이 천차만별인 선별적 무상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2년도의 경우 시·도별 초·중·고 학생 중 무상급식 학생수 비율을 보면 최고 80.0%(전북)에서 최저 20.8% (울산), 전국 평균 56.8%로 지역별 편차도 극심할뿐더러 전국적으로도 ‘반쪽 절름발이 무상급식’임을 알 수 있다.

거주 지역별 차별을 없애고 어느 곳 어느 학교에 다녀도 교육받는 아동·청소년이라면 무상으로 양질의 우리먹거리를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교육청 간 양쪽의 분담을 전제로)국가 재정 지원에 따른 급식경비의 전액 무상화를 실현, 명실상부한 친환경무상급식을 전면 달성해야 한다.

위 핵심 과제들에 대한 급식운동 진영의 정책 요구들은 ‘학교급식법 전면개정법률안’(우원식 의원 외 55인 발의)에 담겨 지난해 11월 14일 국회에 발의, 올해 4월 10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되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핵심 과제들에 대한 급식운동 진영의 정책 요구들에 비추어서는 많이 미흡하지만 국가의 재정 지원 책임분 50%, 센터의 의무화 등 내용이 반영된 2건의 개정법률안(김춘진 의원 외 106인 발의의 ‘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 박홍근 의원 외 11인 발의의 ‘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직영급식, 친환경우리먹거리급식, 무상급식’ 세 가지로 집약하여 전개된 지난 10여 년간의 급식운동은 2006년 급식법 개정과 2010년 지방선거 및 교육감선거 등을 거치며 수많은 성과를 내었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간난신고를 무릅쓰고 전개되어온 급식운동의 역사적 운동적 의의는 무엇인가.

첫째 계급계층과 부문·지역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풀뿌리 국민연대운동이었다는 점, 둘째 직업운동가나 인텔리 중심에서 벗어나 대중의 직접·참여 민주주의 방식이라는 대중노선에 철저한 점, 셋째 무엇보다 대중의 생활상의 필요(이해와 요구)를 조직화한 대중운동운동으로서의 확산성을 가진 점, 넷째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일시적 스트라이크의 기동전으로 좌우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활실천운동으로서의 진지전의 성격을 가진 점, 마지막으로 이른바 투쟁 일변도가 아니라 투쟁과 구성, 저항과 건설 등 국가와 자본의 억압·수탈에 대항하는 자위적 생활방위형 운동과 그 억압·수탈 체계를 넘어서는 대안적 생활협동체계, 도농공생체계, 친환경우리먹거리체계로서의 생활창조형 운동을 통합적으로 구사·지향한 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늘 급식운동의 과제 또한 이러한 의의·성과를 토대로 그 한계를 잘 돌이켜보는 데서 다시 설정해나갈 수 있다. 명실상부한 친환경우리먹거리 무상급식체계의 안정적 구축을 위한 학교급식법 전면개정, 학교급식에서 나아가 여타 공공급식 전반으로 확장과 이들을 포괄 운영하는 공공조달체계 구축, 시·군·구 등 일선 소비지 활동주체와 생산지 활동주체의 양성 및 역량강화와 그 연계체계 활성화, 급식과 관련하여 학교 내외에서 다양한 학부모운동 및 식생활교육운동 활성화, 소비지·생산지 모두에서 학교급식을 포함한 공공급식(공공조달시장) 전반에 걸쳐 사회적 경제조직(협동조합, 비영리조직, 마을기업 등)의 양성과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 등을 들 수 있다.

위와 같이 생각해보면 급식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의 의의·성과가 관련 활동주체의 양성 및 역량강화(급식 관련 풀뿌리 지역운동 역량의 강화)로, 이를 토대·계기로 하여 다양한 대중적 필요의 조직화로 확산되는 지속가능한 지역연대운동 활성화로 나아가고 있지 못한 점들을 돌이켜보고 신발끈을 고쳐 매는 데서 풀뿌리 무상급식(희망먹거리)운동이 다시금 타오르기를 기대해본다.

‘아이들에게 건강을, 국민에게 건강을, 농촌에 희망’을 위해, ‘학교급식을 넘어 온 국민의 먹거리 보장’을 위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급식운동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