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 / 최성호(자유기고가, 페이스북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룹지기)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만물이 생장하고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아도 형형색색의 꽃천지가 펼쳐진다. 이 시기에 피어나는 야생화 중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꽃 중에 하나가 금낭화(錦囊花)일 것이다. 금낭화는 꽃모양이 아름답고 그 자태가 고와서 사람들은 이 꽃을 만나면 카메라를 꺼내어 그 모습을 담기에 분주하다.

금낭화는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키는 50cm 정도까지 자란다. 주로 산지의 계곡 주변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산다. 금낭화는 원래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왔으나, 설악산 등지의 중부지방에서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어 한국도 원산지임이 밝혀졌다.

잎은 달걀모양의 쐐기형으로 어긋나게 달리며 각각의 잎은 다시 3~5회로 갈라진다. 5~6월이 되면 연한 홍색이나 흰색의 꽃이 밑을 향하여 주렁주렁 달린다. 우리가 흔히 보는 꽃은 분홍색으로 운이 좋다면 변이종인 흰색 금낭화를 만나기도 한다.

꽃은 가운데 부분이 볼록한 주머니 모양으로 바깥쪽 2장과 안쪽 2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있다. 끝이 양 갈래로 갈라져 살짝 올라간 2장의 꽃잎 사이로 작은 추 모양의 꽃잎이 늘어져 나온다. 바깥쪽 꽃잎 2개는 꿀주머니로 발달하고, 꽃 가운데 하얀 주머니 모양에는 암술과 수술이 들어 있다. 그 안쪽을 살포시 열어보면 1개의 암술과 6개 수술이 자리 잡고 있다. 수술은 좌우로 3개씩 나뉘어 1개의 암술을 감싸고 있는 구조이다. 열매는 꽃이 지고 나면 6월경에 익는다. 다 익은 열매를 손으로 툭 치면 검은색의 윤기 있는 씨앗이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금낭화도 꽃의 모양을 보고 이름을 지은 대표적인 식물이다. 꽃 속에 황금빛 꽃가루가 들어 있어 ‘금주머니 꽃’이라는 뜻의 금낭화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고(위키백과 참조), 옛 여인들이 차고 다니던 비단 주머니인 금낭(錦囊)을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등처럼 휘어지고 모란과 같이 꽃이 예뻐서 등모란·덩굴모란으로, 그 모양이 주머니 모양을 닮아 며느리주머니, 며늘치로 불리기도 한다.

▲ 금낭화 피는 모습(1)

▲ 금낭화 피는 모습(2)

▲ 금낭화 피는 모습(3)

▲ 금낭화 피는 모습(4)

▲ 금낭화 피는 모습(5)

▲ 금낭화 피는 모습(6)

영어로는 꽃이 사람의 심장 모양을 닮아 ‘Bleeding Heart’라고 한다. 한 여인의 사랑을 얻지 못한 왕자가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고 숨졌다는 전설을 간직한 꽃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붉은 피를 연상케하는 영명보다는 우리나라 이름인 금낭화에 더 정감이 간다. 지인들은 이 꽃을 보고 통닭을 닮았다느니, 오징어를 닮았다느니 하여 한바탕 웃곤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에 이러한 말들이 오고가는 것이다.

금낭화는 꽃이 특이하고 10개 이상의 꽃들이 한 줄기에 길게 달리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식물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을 위한 자연학습장, 야생화 애호가들을 위한 정원에 많이 식재되고 있다. 귀한 야생화가 우리 주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다. 안타깝게도 금낭화는 다른 야생화와 마찬가지로 꽃피는 시기가 되면 산에서 많이 남획되어 수난을 겪는 식물이기도 하다.

금낭화는 종자 및 영양번식이 가능하지만 종자는 발아율이 낮고 꽃을 보려면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영양번식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꽃은 전국의 야생화 재배 농가에서 포트 묘 형태로 생산되고 있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현재도 경제작물로서 가치 있는 금낭화의 대량생산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이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는 중이다.

금낭화는 일반인들도 기르는 것이 그리 까다롭지 않은 식물이다. 내한성은 강하지만 여름 고온에는 약하므로 반그늘의 배수가 잘되고 유기질이 많은 토양에 심으면 된다. 꽃을 잘 피운다고 그대로 방치하면 식물의 세가 약해지므로 2년에 한 번씩 포기나누기를 해주면 더 많은 금낭화를 볼 수 있다.

▲ 금낭화

금낭화는 봄에 어린 순이 나오면 삶은 후 며칠 동안 물에 담가 독성을 빼고 나물이나 국거리용으로 먹는다. 잎이 뻣뻣해지기 전에 채취하여 삶아 말린 후 묵나물로 이용하기도 한다. 강원도 지방에서 이 나물은 손님이나 사위를 대접하는 귀한 음식으로 여긴다. 꽃은 그늘에 말려 차로 마시는데 향이 은은하니 좋다. 주의할 점은 금낭화는 독성이 있는 식물이므로 잎을 함부로 생식해서는 안 된다.

금낭화는 이외에도 약용식물로 사용되는데 한방에서는 뿌리를‘하포모단근(荷包牡丹根)’으로, 전초를‘금낭(錦囊)’이라 한다. 땅속줄기에는 프로토핀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피를 잘 돌게 하고, 종기나 타박상 등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금낭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 외에도 우리의 곁에 머물면서 아픔을 없애주는 그러한 식물인 것이다.

5월이 저물어 가는 지금, 산속이나 길가에 핀 금낭화를 만나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꽃말처럼 아낌없이 주는 이 식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금낭화 전초

▲ 금낭화 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