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시민들이 강동구 도시농업지원센터에 마련된 강동구 친환경 농산물 매장 '싱싱드림'에서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도시농업 바람을 타고 서울 강동구에 지역 먹거리(로컬푸드)가 뿌리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농업을 주요 산업으로 삼고 있는 지자체가 아닌 도시에서의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강동구(구청장 이해식)는 지난 11일 도시농업을 더욱 활성화하고 친환경 로컬푸드 직거래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서울시 소덕동 302번지에 ‘강동구 도시농업지원센터’를 개관했다.

강동구의 도시농업은 2010년 시작 첫해 둔촌동 226구좌의 텃밭으로 시작, 4년차를 맞은 올해에는 텃밭이 3,800구좌(14.6ha, 서울 자치구 중 최대 규모)로 늘어날 만큼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강동구는 이번에 개관한 도시농업지원센터를 통해 도시민에게 도시농업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허브(Hub, 중심축)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또한 도시민들이 자생적인 지역 공동체의 기틀을 마련해갈 수 있는 토대가 되면서, 농가·시민단체·기업·생협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또한 구축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강동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강동구에서 소비한다는 ‘강산강소(江産江消)’ 로컬푸드 운동을 벌여나가면서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지역 주민들이 저렴하게 구입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강동구 도시농업 관련부서 기획팀, 도시텃밭 육성팀, 로컬푸드 지원팀 중 로컬푸드지원팀은 아예 지원센터로 책상을 옮기고 ‘강산강소’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를 위해 강동구는 지난 3월 강동구 친환경인증 44농가로 구성된 ‘강동구 친환경 농산물 생산농가 협의회’와 농산물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농가의 소득증가와 함께 지원센터에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

생산자가 자신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세척·포장해 지원센터 ‘싱싱드림’ 매장에 마련된 자신만의 판매대에 직접 가격을 매겨 진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는 도매시장 시세 정보를 취합해 적정 가격을 유도하고 수시로 품질을 감독한다.

▲ 생산자 정보가 표시돼 있다.

아울러 강동구는 지역 내 모든 초등학교에 친환경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을 추진하고 친환경 농산물 사용 음식점 인증제 등을 통해서도 ‘강산강소’ 친환경 로컬푸드 운동을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영국 농업경제학자 에번 프레이저는 현대 농업을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하는 길만이 인류문명이 살아남는 길이며 이를 위해 기계 대신 사람이 근력을 사용하는 농업과 생산물의 지역판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탄소저감과 안전한 먹거리 확보 뿐만 아니라 가족 간, 이웃 간 소통이 단절되는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친환경 농산물 3시간이면 소비자 식탁으로

지난 11일 개관한 강동구 도시농업지원센터(3월 준공)에 지난달 29일부터 ‘싱싱드림’ 매장이 문을 열고 지역 먹거리 유통에 들어갔다.

구에 따르면 매장을 연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하루 매출이 50~60만 원 선, 평균 방문객은 하루 250명에 이르고 있다. 강동구 친환경인증농가에서 생산한 지역 농산물을 찾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동구는 인기의 이유를 ‘신선함’, ‘저렴함’, ‘친환경’으로 꼽고 있다.

당일 아침 생산된 농산물이 낮 12시 이전 지원센터의 ‘싱싱드림’매장에 진열돼 판매된다. 강동구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운송거리 5km미만의 지역 먹거리다.

강동구청이 운영하는 냉장탑차를 통해 강동구 텃밭과 농가를 돌아 당일 수확한 채소를 센터로 가져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당일 아침에 수확한 농산물을 식탁을 올리는데 3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진열된 상품은 최대 3일을 넘기지 않고 판매기간을 넘긴 농산물은 ‘푸드마켓’에 기부된다. 신선함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은 중간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대형마트 등 기타 매장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모듬쌈의 경우 13일 오후 5시 경 매장에서 100g당 2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강동구에 따르면 모듬쌈 100g의 경우 인근 대형마트에서는 620원, 생활협동조합에서는 1천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안전한 먹거리가 아니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센터에서는 생산자의 사진과 정보를 표시하고, 판매되는 전 품목에 대해 잔류농약검사를 실시 구청이 안전성을 인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준 미달 농산물을 판매할 시에는 1년간 매장이용이 금지된다.

판매할 농산물을 가져오면 전처리장에서 흙과 이물질 등을 깨끗하게 세척해 상품화하고 생산자가 직접 매긴 가격으로 매대에 진열된다. 농산물 세척, 포장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 10%는 친환경 생산농가 협의회의 운영비로 적립된다.

▲ 13일 오후 강동구 도시농업지원센터 관계자들이 전처리장에서 농산물을 세척하고 있다.

다만 강동구 관내 농산물만을 취급하다보니 농산물이 다양하지 못한 점이 단점일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외려 로컬푸드 정신에 충실하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안철환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는 강동구 도시농업지원센터의 시도에 대해 14일 “지역 내 농업인(생산자)과 함께 로컬푸드를 접목해 강산강소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고 본다”며 “또한 다른 매장에서 살 수 있는 것(농산물)을 굳이 가져다 놓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다는 게 의미 있다”고 말했다.

<유정상 기자>

▲ 옥상에는 시민, 도시농부들을 위한 옥상텃밭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