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농식품부가 미래농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식물공장’을 시범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추진 중인 가운데, 농업·환경·소비자·연구 단체들이 식물공장의 타당성 여부를 점검하고 나서고 있다.

‘식물공장, 새로운 농업의 대안이 될 것인가’ 토론회<사진>가 25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슨카슨홀에서 식물공장 대책위원회 주최로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식물공장은 자연조건과 완전 차단된 시설에서 빛, 이산화탄소, 양분 등 생육환경을 인위적으로 제어해, 작물을 계절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공산품처럼 생산할 수 있는 농업시스템을 말한다. 태양광은 LED(발광다이오드)등 인공광이 대신하고 작물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은 양액으로 공급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연중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발표 <식물공장의 전망과 정책과제>를 통해 “현재(단기) 식물공장 기술로는 상추 등 채소 생산에 그치고 있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점을 감안, 식물공장이 중장기적인 미래 산업이 되려면 의약품 등 기능성 소재 생산,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 생산, 생명공학과 연계한 분자농업, 우주농업 등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연구개발용 식물공장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은 “산·학·연 전문가 28명에게 조사한 결과 식물공장 발전·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경제성 확보(52%)가 경제성확보 방안으로는 소득증대(판로확보, 34%)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초기 투자비 지원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과제(58%)로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발제 후 종합토론에서는 식물공장의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식물공장에 투자되는 비용에 비해 ‘안전한 먹거리’, ‘지속가능한 환경’에 기여하는 바가 적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듯 보였다. 또한 식물공장이 개인이나 소규모 영농법인에서는 손대기 벅찬 사업인 만큼 ‘정부 지원금’ 자체가 목적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식물공장은 막대한 투자비가 들지만 그에 비해 경제성은 낮고 많은 에너지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실패한 정책으로 확산되고 있지 않다”면서 “식과 농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신보연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정부지원으로 식물공장을 세운 베지텍스를 방문해본 결과 “실제 가동률은 40%가 안 되고, 김종철 대표는 정부 지원이 없으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면서 “미국의 제네럴일렉트릭사 일본의 미쓰비씨사 등도 수익성이 없어 철수했고 국내에서도 CJ가 수입성을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재은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경제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대안이 뚜렷치 않은데 결국 초기 투자비 지원해달라는 게 핵심 아닌가”라고 지적하면서 “식물공장이 채소 생산이 아닌 의약품 원재료 생산을 목적으로 한다면 사회적 합의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문제와 관련 식물공장이 철저히 자연과 차단돼있고 에너지가 고투입 되는 것으로 대변될 뿐이지, 다른 고투입농법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며 “식물공장까지는 적, 여기까지는 우리 편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재관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농업농촌위원장은 “최첨단이라는 식물공장을 세우려면, 20년 전첨단이었던 유리온실이 걸어왔던 길에 대한 점검이 먼저 필요하다”며 “이윤이 목적인 기업에게 먹거리 맡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열리기전인 오후 2시에는 ‘식물공장 대책위’가 발족했다. 지난 3월부터 정부의 식물공장 사업을 주시 해오던 가톨릭농민회,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서울환경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한살림 서울생협,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 농업·환경·소비자·연구 단체들은 이날 정식으로 대책위를 구성하고 식물공장 추진에 대한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책위는 이날 발족식에서 “농사의 다원적 기능을 철저히 무시한 공장식 농사일지라도 오로지 입에 들어가는 먹을거리만 잘 생산하면 만사 오케이라 여기는 식물공장을 농사로 인정할 수 없다”며 “과연 식물공장이 대안이며 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지 또 도시농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함께 대책을 논의해나가자”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2월 미래농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식물공장을 시범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상추 등 물가변동 폭이 큰 엽채·원예 작물을 식물공장에서 생산하는 농업인·농업법인에게 필요한 비용을 1%금리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정상 기자>

(기사수정 : 2013. 7. 1.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