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문을 연(6월 22일 개장)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그린로컬푸드’ 매장을 찾았다. 간판은 로컬푸드지만 요즘 유행 하고 있는 로컬푸드 매장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로컬푸드 매장마다 흔한 채소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가게처럼 수박, 토마토 등 제철 과일이 더 눈에 띈다.

품목마다 지역도 제각각이다. 철새도래지쌀은 군산에서 오고 EM쌀은 양평에서 왔다. 수산물도 있고, 축산물도 있고, 간장 등 가공품도 있다. 지역과 품목의 제한이 없어 보인다. 언 듯 봐도 로컬이 아니다. 이에 대해 안효웅(33) 대표는 “대한민국 전체가 로컬 영역”이라고 말한다. 트럭 2대가 새벽 2시에 출발, 전국 어디든 하루 안에 다 해결한다고.

“거래 농장의 반은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오지에 있어요”

이러한 안 대표의 로컬에 대한 기준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안효웅·박연숙 부부는 태어나자마자 백혈병 투병을 해 온 아들을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몸에 좋다는 먹거리를 찾아 해맸다. 다행히 부모의 정성으로 올해 6세가 된 아들은 백혈병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병원에서도 “99% 완치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들이 처음부터 농산물 매장을 운영해 온 것은 아니다. 그동안 식당을 하면서 아들과 함께 백혈병과 맞서 전면전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전국 각지의 좋은 먹거리를 공부해 온 것이 지금의 로컬푸드 매장을 열게 된 동기가 됐다.

인터넷을 뒤지며 몸에 좋은 먹거리가 생산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지체 없이 현장을 방문해 정말로 좋은 먹거리인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병마와 싸우는 아들에게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매일 낙지 2마리와 전복 5~6마리를 먹이기도 했다. 몸에 좋고, 또 몸에서 받아들이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젠 아이도 도사가 됐단다. 몸에 좋지 않은 먹거리는 곧바로 뱉어버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국의 생산자들이 조직됐다. 까다롭게 농산물을 구입 하다 보니 현재 그린로컬푸드와 거래 하고 있는 농장들은 반 이상이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오지에 있다고.

“우리는 하나의 몸”

그린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대표 부부와 남자 후배 2명 등 총 4명<사진>. 그런데 이들의 분위기가 참 재미있다. 이들은 선후배 사이로 아들 병마와 싸우는 선배를 도와 함께 식당에서 일하다 로컬푸드매장으로 합류했다. 이름도 특이하다. ‘머리(박영숙)’와 ‘왼팔(김지훈)’, ‘오른팔(백영준)’ 그리고 안효웅 대표는 ‘몸통’으로 불린다. 이름에서처럼 이들은 서로 한 마음으로 아이를 생각하며 로컬푸드매장을 운영 하고 있다.

이곳에 치즈와 요쿠르트 등을 공급 하고 있는 김포 꿈목장 이윤재 사장은 “어느날 인터넷을 보고 찾아왔는데, 사람들이 진실 돼 보여 납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로컬푸드에 대한 상식이 많이 달라 망설였는데 수완이 좋은지 물건은 잘 판다”며 “재미있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