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평 되지도 않는 농사 신문에 나가기 그래요"> 16일 노들텃밭에서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김 씨(45, 맨 왼쪽)가 노들텃밭에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씨는 "몇 평 되지도 않는 농사 신문에 나가기 그렇다"며 사진 촬영은 쑥쓰러워 했지만 텃밭농사 이야기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요 며칠 서울에 400mm이상 비를 뿌린 장마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16일 오후 서울 이촌동 노들텃밭을 찾았다. 해까지 나진 않았지만, 가꿔 놓은 농작물을 살펴보러 나온 몇몇 도시농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김 씨(45)도 노들텃밭에서 근대를 수확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낯선 이방인이게 주는 떡일까. 김 씨는 직접 기른 허브 ‘스테비아’ 한 잎을 뜯어 “설탕보다 200배는 달다”며 건넨다. 연일 장마에 물을 많이 머금었을 법도 한데 정말 달았다.

일주일에도 몇 번은 텃밭을 찾는다는 김 씨는 “텃밭농사가 헬스클럽 보다 낫다”고 평했다. 헬스클럽은 등록하고 잘 안 갔는데, 텃밭에는 자주 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텃밭을 함게 가꾸는 친구는 롯데월드보다 낫다고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올해 김 씨는 로메인 상추, 적겨자, 치커리 등 10여 가지의 쌈채소와 아욱, 근대, 가지, 토마토와 페퍼민트 등 허브류 등을 기르고 있다. 여름 농사가 끝나면 가을 김장 배추를 심겠다는 계획이다.

2.5평 남짓 작다면 작은 텃밭이지만 초보 농군의 치열함도 엿볼 수 있었다. 김 씨는 “지난해 처음 텃밭 농사를 접하고 가을에 상추를 심었지만 서리에 수확하지 못했다”면서 “올해 농사를 앞두고 철저하게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장마에 토마토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칼슘식초(계란껍질과 식초를 섞어 살포)를 뿌려주고, 비닐멀칭 대신 신문지를 활용하고 있었다.

▲ 비닐대신 신문지로 흙을 덮어준 모습

▲ 스테비아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도 일어났다고 한다. 겨자는 벼룩잎벌레가 못 쓰게 만들고, 고추는 역병으로 뽑아냈지만 김 씨는 “농사를 직접 지어보기 전에 28점박이 무당벌레나 벼룩잎벌레가 해충인지 알기나 했겠어요? 직접 이렇게 농사를 지어보니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도 알게 됐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전에는 유기농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비쌀만하다고 느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제는 즐겁게 그러려니 한다”며 내민 김 씨의 흙빛 손톱이 왠지 즐거워 보였다.

<유정상 기자>

▲ 16일 김 씨가 수확한 근대와 치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