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를 공장에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도시농업은 더이상 낯선 말이 아니게 됐다. 그렇지만 같은 도시에서도 대응 방식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자투리 공간에서 직접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이 있는가 하면, 기술·자본을 바탕으로 식물공장을 세우는 기업가도 있다.

일본 식물공장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식물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철(38) 베지텍스 대표를 만나봤다.

김 대표는 인터뷰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식량공장”이라면서 “우리나라의 IT기술 등을 접목 앞으로 감자·벼 등 식량작물도 생산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 식물공장을 둘러싼 친환경 논란에 대해서는 “식물공장을 위해 전기 등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100%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생산량이 많다는 점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베지텍스 일산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완전 폐쇄형 식물공장으로 현재 무농약 양액재배 방식(다단식 8단)으로 상추, 레타스 등 엽채류를 일일 약 1천5백 봉(1봉=80g)을 생산하고 있다. 인터뷰는 17일 오전 고양시 구산동 베지텍스 일산팜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유정상 기자>

▲ 김종철 베지텍스 대표

-직접 식물공장을 세우게 된 계기는.

돈을 벌기위해 시작했지만, 돈을 벌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일본 페어리 엔젤사 식물공장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근무했다. 공장스텝부터 시작해 영업, R&D(연구 및 개발), 물류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식물공장을 직접 해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또한 농업에 뛰어난 우리나라의 IT기술을 접목하면 인건비 절감, 수확량 증가, 농사 기간 단축 등을 통해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도 보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011년 5월부터 1년간의 준비를 거쳐 2012년 6월에 베지텍스 식물공장 문을 열었다.

-생산 품목은.

주력으로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은 상추, 비타민, 경수채, 레타스 등이다. 현재 식물공장 2개동에서 생산 중이다. 3번째 동은 짓는 중이다. 1봉지 80g을 기준으로 하루 1천5백 봉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40~50톤 엽채류 생산이 가능하다.

유지비는 전기세 40%, 인건비 30%, 양액·씨앗·알코올·장갑 등 소비품에 30%가 든다.

-판매는 어떻게 하고 있나.

현재는 롯데마트가 가장 큰 판매처다. 롯데마트 6개 매장을 판로로 가지고 있는데, 현재는 4개 매장으로 납품하고 있다. 8월부터는 20~30여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판매가는 1봉당 2천5백 원, 마진은 20~25% 정도다. 앞으로 서울, 경기북부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로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고양시 일대 몇몇 초등학교에도 공급된다. 여름철 채소가 비쌀 때 급식단가를 맞추기 위해 우리 공장의 채소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식물공장 상황은 어떤가.

일본도 식물공장에 대한 찬반이 첨예하게 나뉘어 있다. 기존 농업을 하던 분들은 식물공장은 농업이 아니라고 하고, 식물공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우리도 농업이라고 한다. 농업 예산이 정해져 있다 보니 식물공장이 많아지면 나눠 가져야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주로 금속가공, LED업체 등에서 식물공장을 만들어 자사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LED업체나 자동세차기계 만들던 회사에서 식물공장사업부를 만들어 식물공장을 세우고 있다.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에 위치한 베지텍스 일산팜 전경

-식물공장이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드는 반면 엽채류 위주의 생산이라는 것이다. 실제 운영해보니 어떤가.

경제성 있다. 1년 내내 균일한 품질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한 식물공장의 특징을 살린다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

문제는 판로 확보다. 상품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이 하는 영세업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기가 쉽지 않다. 경제성에 대해 판단하려면 공장이 다 만들어지고, 본격적으로 판매해본 이후라야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올라가면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9월 롯데마트 매장에서 처음 판매할 때는 1주 판매량이 50봉지가 안됐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주당 2천~2천5백 봉이 팔린다. 3번째 동이 완성되고 저 홍보가 되면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현재는 2개동에서 1주에 5천 봉 정도가 생산된다.

상품 수도 늘었다. 지난해 12월까지는 1개 상품이었지만, 올해 4월부터는 웨이브 레타스, 비타민 샐러드, 그린 상추 등 상품명으로 총 4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정부지원은 있나.

2011년부터 식물공장을 짓기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식물공장에 대한 지원체계가 없어서 전액 자부담이었다. 11억 원 정도 들었다.

올해 초 농어촌공사 30억 원 규모의 식물공장 예산에 응모했는데 포기했다.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1% 금리의 좋은 조건이었지만, 이미 땅을 담보로 공장시설을 만들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었다.

정부지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8월에 매장이 늘어나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정부지원으로 지어지고 있는 식물공장들은 생산성에 중심을 두지 않고, 재배가 가능한데만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 운영해보면 대부분 좌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성이 있는 식물공장은 우리 밖에 없다고 자신한다. 우리 공장은 매출의 30%를 인건비로 떼고도 이익이 가능하다.

최근 김포에 세워진 식물공장에서도 상담을 왔었다. 온도, 빛의 세기, 물의 양 등이 안 잡힌다는 것이다. 바로 잡으려면 다 돈이 들기 때문에 도움을 주진 못했다. 정부예산, 개인 자부담이 들어갔을 건데 공장을 짓기 전에 우리 공장의 시스템을 반영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아무래도 노지 채소와는 다를 것 같다.

생산성 다음으로 많이 듣는 질문이 맛이다. 맛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일반 채소에 비해 덜 쓰고 덜 질기다.

채소가 왜 이렇게 씹는 맛이 없고 물컹하냐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혹시 약에 담갔다 꺼내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또 1주일이 지나도 그대로 인데 방부제 처리하는 것은 아니냐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실제로 약품처리는 하지 않는다. 그런 문의를 받으면 수경 재배한 채소들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한다. 영양교사분들과 전화를 해보면 안 질겨서 맛있다는 학생들의 반응도 있다고 한다.

맛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식물공장을 친환경으로 볼 수 있을까.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이라는 말도 있고, 식물공장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기 등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들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고 있나.

식물공장은 친환경이다. 일단 식물공장에서의 재배방식은 친환경인증 내역과 부합해 있다. 다만 식물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기 등 여러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100%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앞으로 전기를 태양광, 지열 등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친환경을 이야기 하려면 생산량도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식물공장에서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친환경이 아니라고 하는데,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량도 그만큼 많다. 생산량에 비해 사용되는 전기량도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진청과 공동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시설농사도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고투입방식의 농사다.

물 부족도 환경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라고 사용하는데 식물공장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은 시설농사의 1/10정도로 알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 사용량도 많다. 대기의 3배 농도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식물공장에 넣어준다.

우리 공장은 형광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식물공장에서 사용되는 전기량은 LED나 형광등이냐는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는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더 많다. 설치비에서는 LED가 더 비싸다.

-먹거리가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대응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같은 도시에서 한쪽에서는 흙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첨단기술로 해결한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다.

식물공장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본다. 신규농업인은 없고 기존 농사짓는 분들은 고령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막상 우리 농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똑같은 돈을 주고 논에 가서 일하라면 안한다고 하신다.

곧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돈이 되면 다 가지고 올 것이다. 막을 수 없다고 본다. 노지농사는 또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 4~5개월 생산되는 양으로는 공급에 한계가 있다. 자생력을 길러야하는 것은 맞는데 직접 농사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흙으로 돌아가자고 하는데 말만한다.

한편 일부 도시농업 주도하는 분들이 상업적으로 가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가끔 도시농업 하시는 분들이 식물공장에 방문하셔서 어떤 도시농업 사업을 하면 평당 얼마가 나오고 보조비가 나오고 유지비가 나온다는 말은 한다. 몇 % 떼어주겠다는 분들이 있다. 그 수가 꽤 많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식물공장을 할 게 아니라 차라리 부녀회에 책자, 씨앗, 비료 등을 지원해주면 알아서 할 것으로 본다. 자발적으로 하도록 직접 지원해주면 된다. 취미와 건강을 위한 도시농업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일부 지원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시농업을 명목으로 혈세가 가는 것은 반대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궁극적인 목표는 식량공장이다. 식물공장이 인류 먹거리 문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의 농업과 국익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도 실질적으로 식량이 필요한 나라들에 식물공장을 수출할 수 있다.

지금은 채소생산을 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해서 딸기, 토마토 등 근채류와 이후에는 옥수수, 감자 등 식량작물과 쌀까지도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도 아직 연구단계긴 하지만 식물공장에서 1년 2모작으로 벼를 키우고 있다.

현재 대부분 식물공장에서 앞으로 기능성 작물을 생산한다고 한다. 특수작물 재배가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적다. 소비층이라고 해봐야 연구진, 기업, 요리사 등 한정적이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판매가 이뤄져야한다고 본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농가와 농지가 줄어들고 있다. 농사짓는 분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고, 후대까지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이 없다. 일본도 그런 현상이 심하다. 앞으로 우리 식물공장이 쓰러지지만 않으면 채소생산에서 끝내지 않고 근채류와 식량 작물도 생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