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제주시오일장에서 시장을 보고 돌아가던 제주도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입법발의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제주지역 농민들이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입법 활동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전농 제주도연맹(의장 박태관)은 22일 오후 제주시 오일장에서 도민들을 상대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입법발의 서명운동과 선전을 벌였다.

제주도연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된 선전전 및 서명운동에서 도민들을 만나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 대해 설명을 하고 3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날 서명운동 및 선전전에는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동참하는가 하면, 뭍에서 여행 온 관광객들도 서명운동에 함께했다.

특히 제주지역 농민과 도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한 농민은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류, 감귤 등이 기초농산물에 포함돼 있다는 유인물을 보고 발걸음을 돌려 서명운동에 동참하게 됐다”며 “농촌이 더욱 어려워지고 농사짓기도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가 만들어 지면 농민과 소비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서명운동 동참 이유를 밝혔다.

▲ 지나가던 학생들도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입법발의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나가던 여고생들도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제주시 노형동에 사는 현지혜 학생(신성여고 1학년)은 “할아버지가 귤 농사를 짓는데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았다. 농촌에 가면 젊은 사람도 많지 않고 농사짓기가 더 힘들다는 할아버지 말씀이 떠올라 서명운동에 동참하게 됐다”며 웃음 지었다.

도시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40대 여성은 “큰 농사는 아니지만 농사를 지어보니까 농업의 중요성을 알겠더라. 그래서 농민의 힘든 점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됐다. 농민이 있어야 우리 농업도 중요하고 먹을거리도 생산해 내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서명운동을 지나칠 수 없었다”면서 서명을 한 뒤 총총걸음으로 뒤돌아섰다.

이날 제주시 한낮 온도는 30℃를 웃돌았고,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재래시장에서 입법발의 서명을 받은 만큼 선전전에 나선 농민들의 열기도 더했다.

전농 제주도연맹 측은 “22일 제주시 오일장 선전전을 시작으로 27일은 서귀포시·한림 오일장, 고성, 세화 등 제주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 권역별 오일장에서 선전전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올해 초 사업계획을 세울 때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입법발의 활동을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그만큼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가 제주지역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제주도연맹은 제주지역에서 1만 명의 서명을 받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농민(맨 오른쪽)이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입법발의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제주도민들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

실제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에 포함된 품목에는 제주도의 최고 소득 작물인 감귤이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은 무, 당근, 대파, 배추 등 국내 월동채소의 주 생산지인 만큼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가 만들어지면 제주지역 농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 감귤 재배면적은 2만595ha, 생산량은 66만8,561톤, 조수입은 8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더욱이 감귤 외에도 무, 당근, 대파, 배추, 콩, 보리 등이 기초농산물 품목에 포함돼 있는 만큼 제주지역 농민들은 “이 제도가 만들어지면 제주지역 농민들도 농사를 지을 맛 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재 기초농산물을 국가가 수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식량보장법’은 이미 입법 발의된 상태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 법안을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제주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를 요구하는 범국민 서명은 김 의원에게 전달돼 정기국회 때 제출될 예정이다.

<글·사진=최병근 전농 제주도연맹 총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