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카길 등 13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지난해 10월 25일 개장한 서해대교 바로 밑에 자리잡고 있는 (주)태영그레인터미널. 건물 앞마당에 카길이 당진군청의 허가를 받아 2013년 완공을 목표로 대두유공장을 짓는다.

오는 3월 15일 발효를 앞두고 있는 ‘한미FTA’와 관련 야권이 4·11 총선과 12월 대선을 통해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며 벼르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곡물기업 카길이 당진에 식용류와 사료공장을 짓고 있어 주목 되고 있다.

카길이 본격적인 아시아 전진기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카길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당진-평택항 내 양곡부두에 대두유 가공공장을 짓고 있다. 식용류를 만들고 남는 부산물을 이용, 사료공장도 함께 짓는다. 1987년에 이은 두 번째 사료공장이다.

카길은 본격적인 식용류 생산에 들어 가게 되면 단번에 국내 식용류업계 1위가 된다. 대두 가공처리 기준이 연간 75만ｔ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대두유 시장은 약 700억원 규모로 CJ제일제당(65만ｔ)과 사조해표(30만ｔ)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 식용류 업체 중 원료인 콩을 들여와 대두를 가공하는 곳은 CJ제일제당과 사조해표 두 회사뿐이다. 식품업계들은 규모 뿐만 아니라 유통 경비 등 생산비 차원에서도 카길과의 경쟁에서 뒤지면서 조만간 국내 식용류시장이 카길에게 장악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식용류를 짜고 남은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사료공장도 마찬가지다. 카길의 사료공장은 기름을 짜내고 난 부산물인 대두박을 가공해 사료로 만드는 전 과정을 처리하게 된다. 공장 완공과 함께 현재 1위인 카길의 국내 사료시장 점유율이 2배로 늘어나면서 국내 사료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 카길이 소유한 카길애그리퓨리나는 현재 국내 사기업 사료시장의 10%(120만ｔ)를 점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제일사료(100만ｔ), CJ제일제당(80만ｔ), 대한제당(72만ｔ), 우성사료(65만ｔ) 순이다.

이러한 상황 진전과 관련 국내 식품업계들은 카길이 한국시장에서 사료나 대두유 시장을 발판으로 종합식품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카길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면서 식품시장 판도가 뒤집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우려 하고 있다.

카길은 세계 곡물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세계 최대 곡물업체로 연간 매출이 130조원 규모에 이른다. 사업 내용도 곡물 사업뿐만 아니라 육가공 소금 파스타 주스 코코아 등도 취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제약 철강 섬유 등에도 진출해 있다.

카길이 당진에 공장을 짓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인 2009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지난 2009년 12월 23일 충남도청 소회의실에서 충남도와 당진군, 당진항 양곡부두(주)가 ‘당진항 매립부지 내 부두조성사업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이인화 당시 충남지사 권한대행, 박성진 당진부군수, 정세진 당진항 양곡부두(주) 대표이사가 참여했다.

이날 협약에 따라 이들은 수도권에 편중돼있는 양곡화물의 분산처리로 지역경제활성화 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한다는 목적으로 충남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 서부두 부지 내 46만4000㎡(14만평)에 2011년까지 양곡부두를 건설하기로 했다. 사업 주체는 산업은행과 태영인더스트리 등 13개 국내외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 1656억원을 공동출자했다.

그리고 2011년 10월 25일 평택-당진항 양곡부두가 개장식을 갖고 본격적인 출발을 선언했다. ‘(주)태영그레인터미널’은 태영그룹의 태영인더스트리를 운영출자로 해 건설사 4개사(고려개발, 남광토건, 태영건설, 대림산업) 및 전략출자자 2개사(카길, STX팬오션), 재무출자자 6개사(산업은행, 농협, 대구은행, 부산은행, 삼성생명, LG손해보험) 등 13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국토해양부의 당진․평택항 양곡부두 민간투자사업(2선석)의 사업자 공모로 선정됐다.

개장식에 앞서 2011년 6월 8만DWT급 곡물운반선인 M.V. EPSON TRADER호가 미국 시애틀에서 옥수수 82,123톤을 싣고 들어와 무사히 하역을 완료하는 시운행을 성공리에 마쳤다. M.V. EPSON TRADER호는 현재까지 국내에 입항한 곡물 운반선으로는 최대 규모이다.

한편 카길의 본격적인 당진항 진출은 충남도와의 MOU로부터 시작된다.

2010년 11월 29일 충남도 구본충 행정부지사와 김기용 카길 한국대표는 충남도청에서 업무협약식을 갖고 카길사가 748억원을 투자, 평택·당진항만 양곡부두 배후부지에 2013년까지 연 75만t 규모의 유지가공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투자협정서에 서명했다

이날 협정서와 관련 충남도는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75만t 이상의 대두유 관련 제품을 생산하게 돼 100여명의 고용 창출은 물론 관련 산업 육성, 선진물류기술의 이전 등 막대한 부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후 카길은 당진군으로부터 공장 승인 허가를 받아 올 초에 착공계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당진군청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법률적인 저촉이 없어 승인했다”면서 “지난해 말 상담을 통해 올 초 착공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식품부 관계자는 카길 관련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전혀 파악 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