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지역에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밭에 심은 고구마와 콩이 고사위기에 놓였다. 더구나 도의 중장기적인 농업용수 관리대책 부재로 농작물 재배에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애월읍 고승완 씨의 콩밭.

제주지역에 사상 유례없는 가뭄으로 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 가는 가운데 농민단체들이 공동 성명을 내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전농 제주도연맹(의장 박태관)과 전여농 제주도연합(회장 김정임)은 1일 성명을 내고 근본적인 농업용수 관리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사상 유례없는 가뭄으로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며 “농민들이 마음 놓고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철저한 농업용수 관리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전 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으로 이 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매년 발생할 우려가 큰데, 행정당국은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관망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박과 참외의 경우 고온에 의한 열사 및 탄저병 등 병해충 발병이 우려되고 있다. 콩 등 일부 밭작물은 잎사귀가 시들고 있다”며 “문제는 전 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으로 이 같은 현상이 매년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속이 타들어 가는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마음 편히 농사만 지을 수 있도록 행정당국이 도와 달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제주도 전역은 초기 가뭄 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다. 8월 중순까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제주산 채소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농작물 가뭄재해 총체적 예방대책 회의자료’에 따르면 도내에 파종됐거나 생육 중인 밭작물의 30% 이상이 가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도내에서 씨가 뿌려졌거나 크고 있는 밭작물은 옥수수, 콩, 밭벼, 참깨, 수박, 고구마, 조, 당근 등 8개 작물이다. 재배면적은 7,509㏊에 이른다. 이중 2,306㏊(31%)가 가뭄피해를 입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박은 전체 면적 중 55%가 가뭄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밭벼는 42%, 콩은 38%, 조는 53%, 참깨는 34%, 옥수수는 25%, 고구마는 24% 등의 규모다.

더욱이 지난 7월 29일 발표된 지역별 토양수분 상태를 보면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지역 및 읍·면 지역 전체에서 중산간과 해안지역 모두 ‘건조지역’ 또는 ‘매우 건조지역’으로 분류되는 등 도 전역에 물 부족현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최병근 전농 제주도연맹 총무부장>

▲ 제주지역에 사상 유례없는 가뭄으로 농작물이 밭에서 타들어 가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애월읍 고승완 씨의 밭에서 수확되지 못한 채 말라버린 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