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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2천원 애호박이 산지서 120원? 이건 아니죠”<먹는 것도 농사다> 글 / 임은경 기자
‘뚜룹빠뚜빠둘밥!’「둘러앉은밥상」한민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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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02  16: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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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은경 기자
꽤 오랫동안 이들의 정체성이 헷갈렸다. 대체 뭐 하는 데일까? 모자원 어린이들을 데리고 목장에 가서 유기농 치즈 체험을 하는가 하면, ‘둘밥이 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 농촌 체험을 떠나고, 한동안은 부천 솔안 지역 아동센터에 북카페를 만든다고 분주하더니 어느 날은 전신 화상을 입은 어린이를 위한 모금을 호소한다. 한동안 나는「둘러앉은밥상」이 농촌을 매개로 한 봉사단체인 줄 알았다.

기왕 만난 김에 이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더니 한민성 대표(31)가 웃는다.

“우리가 그동안 해온 일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온라인 농산물 유통업체에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연결해주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죠.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일 뿐이에요.”

둘밥에서 한번이라도 물건을 사 본 사람은 한 대표의 편지 한 장을 받게 된다.「둘러앉은밥상」이라는 이 회사를 시작한 이유를 적은 것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던 20대 초반, 지방으로 무전여행을 갔다가 만난 한 애호박 생산 농가의 사연. 시중에서는 한 개에 1,700~2,500원 하는 애호박이 산지에서는 10개들이 한 박스에 2,500원에 출하되더란다. 그것도 박스 값 1,300원을 빼면 개당 120원에 불과했다.

“흔히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는 하지요. 말로만 듣던 그것을 제 눈으로 직접 본 거예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진 유통 체계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당장 가락동 농수산물유통공사를 없애자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생산자의 몫이 너무 적은 그 구조 하나에만 매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농민 각자가 거대 유통구조가 아닌, 자기만의 줄도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해요. 인터넷 직거래를 하면 농민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고 책임도 지는 거잖아요. 그 줄의 하나가 둘러앚은밥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 모내기 체험행사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민성 대표.(사진=둘러앉은밥상)
사람이나 회사나 이름 덕을 많이 보는 경우가 있는데「둘러앉은밥상」이 그런 예에 속한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정감 넘치는 이 이름도 많은 고심 끝에 탄생한 것이다.

“초등학교 4, 5학년쯤인가 저녁때 집에 돌아가는데 멀리서 밥 냄새가 나는 것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집에는 불이 켜져 있고 부엌문은 열려있고요. 도시 사람들은 TV 앞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시골에서는 항상 밥을 둘러앉아서 먹잖아요. 밥상에 이야기가 있어요. ‘이 나물은 앞집의 누구 엄마가 고생해서 뜯어온 나물이야. 이 밥은 우렁이농법으로 지었다는데 왜 그렇게 고생하는지 몰라. 맛있게 먹어…’ 이렇게요. 돈을 주고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거리를 가지고 소통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소비자가 직접 생산 현장에도 가보고, 왜 바른 먹을거리를 먹는지 교육도 하고. 그것을 총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일까 고민했죠. 줄여서도 쉽게 부르고 URL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단어요. 이름 괜찮지 않나요?(웃음)”

돈 주고 거래가 아니라, 먹을 것으로 소통하는 회사

이후 그는 삼성, 경기도, 성균관대가 함께 만든 ‘SGS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과정을 마치자마자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가 인큐베이팅 사업에 지원해서 합격했다. 그렇게 2011년 5월에「둘러앉은밥상」이 시작되었다.

“스무 살 때부터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으로 떳떳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있었죠. 이 일은 제가 꿈꾸던 바로 그런 일이었어요. 생산자는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주고, 소비자는 좋은 농산물을 싸게 살 수 있도록 둘을 연결해주는 거지요. 처음에는 정말 사업이 잘 될 것 같아서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요.”

그때는 미처 몰랐다. 산업의 비어있는 틈새와 시장의 수요를 연결하기만 하면 될 거라는 생각, 그것이 사실은 사업 초보자들이 처음에 흔히 하는 착각이라는 것을. 사업에 있어서 참신한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라는 것을.

“예를 들어 단호박을 거래한다 하면, 일단 내가 원하는 물건을 구해야 하잖아요. 그 물건을 공급해줄 믿을만한 생산자가 있어야 하고요. 그 사람과 시간을 두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쌓여있어야 하는 거죠. 파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를 믿고 구매해줄 소비자 집단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물건을 어디서 가져오는 것인지도 모르고, 믿을만한 농가도 없는 상황에서 일단 회사부터 만들고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덤빈 거예요.”

처음 시작할 때는 세 명이었는데 두 달 만에 혼자가 되었다. 함께 시작한 두 친구가 그만 둔 것이다. 두 친구는 먹을거리보다는 벤처에 관심이 있었고,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 내분이 생긴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그 후 일 년은 전국을 돌면서 생산자 모집에만 주력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 온라인에도 계속 둘밥의 활동을 띄웠다. 생산자 못지않게 중요한 소비자층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였다.

발로 뛴 만큼 성과도 있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연결하는 청년 사회적 기업. 게다가 사회봉사에 가까운 좋은 일도 많이 하는 곳. 둘밥은 곧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언론 인터뷰 섭외가 들어왔고, 유명인이 SNS에서 둘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좀 과했던 것 같아요. 너무 갑자기 세상의 주목을 받아서 그런 걸까요. 한동안 처음에 세운 뜻을 잊고 붕 떠 있던 때가 있었어요. 원래 내 모습이 아니라, 주변이나 언론에서 말해주는 이미지를 저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투사하는 거예요. 그때는 온라인 유통업체라는 말을 하기가 싫어서 나도 모르게 그 말을 피할 정도였죠.”

어설픈 시작, 혹독한 대가 치르며 배우고 성장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가치’와 ‘철학’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서 돈을 벌면서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생각한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누구라도 호의를 가지고 관심 있게 지켜볼 법하다. 하지만 이 ‘세상의 기대’라는 부담 때문에, 신생 청년 사회적 기업들은 원래 목표를 잊고 혼란을 겪는 일도 종종 생긴다. 기업으로서 돈을 벌고 수익을 내야 한다는 원래 목표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기대들 덕분에 열정을 더 불사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웃으면서, 한 대표는 말한다.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일 것이다. 현재 블로그 형태의 둘밥 웹사이트(www.doolbob.co.kr)에서 고정적으로 판매중인 품목은 8~9개, 고정적으로 물건을 사주는 소비자는 400명을 헤아린다.

언제든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생산자는 50여 군데 정도. 유기농 고대미와 참다래를 먹여 키운 장흥 적토우 판매에 주력했던 지난 달 매출은 2400만원을 기록했다. 청년 사회적 기업의 일반적인 현황을 생각할 때 대단한 실적이다.

더구나 그동안 둘밥이 ‘돈벌이와 상관없는’ 수많은 일들로 바쁘게 뛰어다녔던 것을 생각하면, 회사를 정상화시키려는 그간의 노력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친환경을 먹을 수 있어야한다’는 신념으로 모자원 어린이들과 함께 한 유기농 목장 체험, 아이들과 함께 직접 벼를 수확해서 그 자리에서 밥을 해 먹는 농촌 체험, 성북구 주민과 함께 한 완도 김장 담그기 캠프, 가을에 수확할 쌀을 선구매해서 모내기부터 소비자도 함께 농사에 참여하는 농사 펀드 등, SNS에는 연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둘밥의 활동상이 소개되었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기획된 일들이에요. 우리가 회사를 설립한 목적이 도농간의 소통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농촌이 어떤 곳인지 직접 가서 보는 게 맞죠. 그리고 나서 거기서 나는 생산물을 둘밥을 통해서 구매하는 거예요. 요즘에는 지역 주부들을 모시고 ‘요리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가 파는 생산물을 이용해서 함께 요리를 하고, 어떤 음식이 좋은 음식인지 같이 얘기도 해요. 소비자 커뮤니티가 유지되고 활성화되는 것이 우리 사업의 중요한 한 부분이니까요.”

   
▲ 지난해‘쌈지사운드페스티벌’에서 진행한 유기농 꼬마사과 나눠주기 행사 모습.(사진=둘러앉은밥상)

다문화가정 아이의 눈물, 농민의 웃음, 그가 이 일을 하는 이유

한민성 대표를 보고 있으면 참 남다른 삶을 사는 청춘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특별한 삶을 사는 만큼 그는 성장과정도 남달랐다.

“어릴 적부터 궁금한 것이 많았어요. 어머니 노트북도 분해해보고, 카메라 렌즈가 장난감 총으로 깨질까 궁금해서 실행에 옮겨본 적도 있죠. 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내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알아보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많이 다녔어요. 우체국에서 하루 종일 도장도 찍어보고, 중학교 2학년 때는 코엑스 책 박람회에 무작정 전화해서 봉사활동을 신청하고 사람들 줄 세우고 짐 나르는 일을 했죠. 중3때는 청량리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노숙자들에게 밥도 퍼주고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떠났다. 학교를 안 가도 된다는 사실에 너무 신이 나서 나선 길이었다. 일간지 구독에 딸려온 사은품이었던 그 자전거는 친구 아버지한테 빌린 것이었다. 광주에서 지리산, 진주, 경주, 부산, 제주…. 여행이란 곧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이었고, 거듭되는 만남을 통해 그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 내 삶 안에도 수많은 다른 이들의 존재가 있고, 그것에 비춰지는 내 모습이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

서울에 올라온 그는 구로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복지관 근처 판자촌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아이들은 복지관에 와야만 매일 저녁을 먹을 수 있지만, 급식을 받으려면 한 달에 5만 5천원을 내야 했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후원자들을 모았다.

주말에 롯데월드를 다녀온 아파트촌 친구들 앞에서 할 이야기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소풍을 돕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도 만들었다. 인터넷 카페에서 후원금을 모으고 간식을 사서 함께 우면산 등반을 다녔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 농촌 체험을 다닌다. 멍든 가슴, 얼어붙어 있던 아이가 ‘형 또 올게요’ 하면서 눈물을 보일 때 가슴이 먹먹하단다.

“원래 어렸을 때 꿈은 타임머신을 만드는 과학자였고요, 중·고등학교 때는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영화감독, 스무 살 이후에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지금 꿈을 말하라면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이 꿈인 것 같아요. 힘들 때도 있었지만 배운 것도 많아요. 제가 갈 길은 여기라는 생각이 들고, 이 일을 한다는 것이 참 좋아요.”

사업 시작한 지 3년째. 「둘러앉은밥상」은 이제 비로소 제 궤도에 올라선 것 같다고 한 대표는 말했다. 신생 회사「둘러앉은밥상」을 알리기 위해 SNS 홍보에 매달리면서 한 대표가 그동안 깨달은 것 하나.

“SNS는 평등한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불평등한 생태계에요. 이미 인지도가 있거나 대기업이 아니면 자기 쪽으로 시선을 환기하는 것이 정말 힘들더군요. 소위 강소농 정책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죠. 농민 혼자서 생산부터 마케팅, 고객관리, 디자인을 다 할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잖아요. ‘네가 경쟁력을 키워서 살아남아야 한다, 돈을 들여 교육을 해줬는데 왜 못하느냐’고 탓하는 것은 돈의 논리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일 뿐이에요. 이 생태계가 이미 불평등한데, 마치 평등한 기회를 갖는 것처럼 환상을 심어주는 거죠. 그게 아니라 농민이 믿을 수 있는 다양한 유통 채널을 열어줘야 해요. 그중의 하나가 둘러앉은밥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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