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도지사 김문수)가 재정 결함 등을 이유로 내년 예산에서 도내 학교급식 지원비 860억 원을 삭감하기로 해, 교육·농업계 및 야당,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기도는 세수 부족 등의 이유로 내년 예산편성에서 교육청 비법정경비 지원 등의 세출 5천319억 원을 구조조정 할 계획이다. 이 중 학생급식 지원 460억 원,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지원 400억 원 등 모두 860억 원에 달하는 비법정경비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대상에 오른 것이다.

이 예산의 삭감은 경기도 교육청이 실시하는 유·초·중학교 무상급식 사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친환경 농산물, 우수 축산물 등의 지원 사업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가 올해 편성한 친환경 농산물 지원비 400억 원(우수 축산물 지원비 160억 원 포함)은 기초단체를 통해 도내 초·중·고교에 지급돼 학교 영양교사들이 친환경 쌀, 채소, 고기 등을 구입해 학생들에게 친환경 급식으로 제공해왔다.

경기도 관계자는 “내년 예산에는 학교급식 지원비만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도 전체 예산의 삭감을 고려하고 있다”며 재정상황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반발 여론이 심상치 않다.

경기도 친환경 농업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가 친환경농축산물 급식지원사업을 시작한 목적이 안정적 판로확보를 통한 농가의 소득증대였다”면서 “이제 와서 갑자기 말을 바꿔 지원을 중단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관내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계약재배, 유기농법 등 다양한 방안을 실현해 왔는데 이 조치가 현실화되면 “판로가 막혀 수백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게 된다”는 하소연이다.

학교급식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도내 한 초교 영양교사는 “도교육청·기초단체의 무상급식비와 도 지원비를 통해 학생들에게 친환경 농축산물을 식재료로 제공했는데 내년부터 일반 농축산물로 전환해야 할 것 같다”며 “도 지원비가 줄면 농약·항생제가 들어간 농축산물을 쓸 수밖에 없어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반대 목소리도 강경하다. 민주당 강득구 대표의원은 “무상급식과 관련한 예산 삭감은 가치와 철학의 문제”라며 예산부족이라는 단순논리로 전액삭감을 시도한 집행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권칠승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안일한 대응으로 재정난을 자초한 김문수 지사와 집행부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며 “9월 추경예산 심의시 이와 관련된 김 지사의 사과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심의자체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참교육학부모, 천주교수원교구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 등 도내 30여개 농민·교육·사회단체로 구성된‘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경기운동본부’는 19일 경기도의회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삭감된 무상급식 예산을 원상복구 하라”고 요구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들은‘초등학교 평균 85.6%, 중학교 평균 73.9%의 응답자가 만족하고 있다‘는 2012년 10월 경기도내 친환경무상급식 만족도 설문조사 데이터를 제시했다. 김문수 지사의 독단적 행정행위가 “아이들의 밥그릇을 뺏을 뿐만 아니라 직권 남용에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학교급식 관련 예산 삭감조치는 2010년 6.2 지방선거당시 최대의 이슈였던 무상급식 논쟁이 다시 재연되는 상황을 초래할 전망이다. 숱한 정치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국 광역, 기초단위로 하나의 흐름으로 정착되가고 있는 것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이번 경기도의 삭감조치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정왕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