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과 서울, 경기 등 수도권지역 학교급식 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이 현 무상급식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난 2010년에 이어 또 다시 무상급식이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서울시교육청이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방식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방식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6일 한 언론 매체에 따르면, 서울시 각 학교에서 급식재료를 구매할 때 학교장이 직접 식재료 공급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수의계약의 범위를 현행 500만 원 이하에서 1천만 원 이하로 조정하기 위한 작업을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수의계약은 일선 학교급식 현장에서 학교장이 식재료 공급업체를 임의로 선택해서 식재료를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서울시 학교급식지침에는 각 학교의 수의계약의 한도를 월 급식비 500만 원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산하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는 경우에는 월 급식비 2천만 원 이하도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이 같은 보도에 서울시 1천3백여 초·중·고교 중 860여 개 학교에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는 서울 친환경유통센터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식재료 품질 점검, 안전성 검사,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 사용을 통해 서울시 각 학교급식에 안전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을 해오던 와중 서울시교육청의 이 같은 논의는 서울 시민들의 뜻에 따라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오던 방향과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친환경유통센터, “센터를 통한 식재료 조달은 각 학교의 선택”

26일 서울 친환경유통센터 관계자는 “서울시의 논의대로 지침이 바뀐다면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학교급식 재료를 조달받고 싶은 학교도 못 하게 되는 게 핵심”이라며 “학교급식을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생들이 먹는 급식은 안전성이 최우선인데 식재료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서울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한 식재료 조달은 의무가 아닌 각 학교의 선택이라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친환경유통센터 측에 따르면 서울시 초·중·고 전체 1,300여 교 중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는 학교는 860여 개교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서울시 초등학교의 90%, 중학교의 50~60%, 고등학교의 30%가 센터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며 “월 급식비 단가가 높은 고등학교의 경우는 친환경센터를 통해 학교급식 재료를 조달받는 비중이 낮지만 그건 만족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월 급식비가 2천만 원이 넘기 때문에 센터를 통해 수의계약을 맺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계자는 “2009년 시범사업으로부터 시작해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공공성과 안전성을 강화한 이유는 2008~9년에 여러 사건들이 많았기 것도 한 요인”이라며 “식재료 업체에서는 이윤을 남겨야하기 때문에 질낮은 식재료가 공급되기도 했고, 공급 업체 선정과정에서 돈이 오가 각 학교 행정담당자들이 직위해제가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유통센터에 따르면 유통센터를 통해 식재료를 조달받는 860여 학교 중 월 급식비가 1천만 원 이하인 학교는 420여 개교, 1천만 원 이상인 학교는 440여 개교로 대부분 월 급식비가 5백만 원 이상부터 2천만 원 이하에 분포되어있다. 센터 측은 월 급식비가 5백만 원 이하인 학교는 100여 개교로 파악하고 있다.

급식은 교육, “이권·주도권 다툼의 장이 되선 안 돼”

서울시교육청이 내부 검토 중인 내용대로 서울시의 학교급식지침이 바뀐다면, 서울시 각 학교 수의계약의 한도는 사실상 1천만 원으로 줄어들어 각 학교에서는 수의계약의 폭이 더 줄어들게 되는 셈이 된다. 또한 2천만 원 한도 때문에 친환경센터를 통해 식재료를 조달하고 있지 못하는 학교는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학 식재료 조달이 더 요원해지게 된다.

한 학교급식관련 인사는 “각 학교에서 만족도가 낮지 않다면 서울 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쪽은 협력업체로 선정되지 못한 식재료 공급업체 측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놓는 한편 “친환경무상급식이 업체들이 이권을 챙기는 장이나 시와 교육청의 주도권 싸움의 장이 되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인사는 “친환경급식센터를 통한 식재료 조달은 의무가 아닌데 만족스럽지 않으면 학교에서 선택할 이유가 없다”며 “친환경급식센터를 통해 학교의 행정 부담이 줄고,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은 생산지가 없기 때문에 농산물을 공급하려면 시장이라는 유통구조를 거칠 수밖에 없는데,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7~8단계의 유통구조를 2~3단계를 줄여 값싸면서도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밥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단지 친환경유통센터가 수수료 몇 푼만 따먹고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한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 사용이 현재 모든 농민들의 판로가 되고있지는 못 하지만, 향후 국내 농업발전의 단초를 만들어 왔다는 의미 또한 있다”고 전했다.

서울 친환경유통센터는 2009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0년 부터 서울시 초중고교에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내부 논의 중, 바꿀 법적근거는 있다”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서울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수의계약 한도에 관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고, 내부적으로 비공식적인 논의를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26일 밝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지방자치 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2천만 원 한도 내에서 수의계약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 조정할 법적인 근거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교과부에서는 그 기준을 1천만 원이하로 권장하고 있고, 서울시는 500만 원을 수의계약의 한도로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담당자는 “한 언론에서 친환경유통센터가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한 것 같은데, 교육청은 학교입장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좋은 식재료를 쓸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역할”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현재 센터의 입찰 방식이 G2B(국가종합전자조달)다 보니 자유롭게 하길 원하는 학교에서는 센터에 대한 불만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청의 입장이 결정되면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공론화에 붙인다는 입장이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