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단장

어린애처럼 낯을 가리는 나는
두 근 반 세 근 반 설레는 맘에다 걱정까지 얹어 구청으로 향했다.

구청 앞에는 우리를 태우고 다닐 아담한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속 한편에는 ‘내가 만든 김치가 최고’라는 생각에,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떤 생산 환경과 공정으로, 어떤 사람들이 우리아이가 먹을 김치를 담그는지, 거기에 문제점은 없는지 잡아내 보겠다며 두 눈 부릅뜨고 이것저것 살폈다.

원재료부터 계약재배여서인지 서울에서 보기 힘든 싱싱하고 깨끗한 재료들과 청결한 세척과정, 한눈에 들어오는 위생적인 작업 공정으로 ‘아! 집에서 만든 김치보다 더 안전 하겠다.’는 확신을 주면서 ‘올해는 힘들게 김장하지 말고 여기서 김치를 사먹어 볼까 하는 마음까지 들게 하였다. 그런가 하면 개선 사항이 정말 많이 보이는 업체도 있긴 했다.

센터장님은 우리 모니터 단에게 ‘본 만큼 알고, 아는 만큼 보인다’며 이런저런 상식을 알려주었다. 그 덕에 천일염구별법도 배웠으며, 유기농태양초 고추가루라 해도 방앗간에서 가루를 빻다보면 쇳가루가 혼입돼 있을 수도 있으므로 유념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급식업체에서 사용하는 고춧가루는 HACCP인증을 받은 위생적인 고춧가루라 해도 초강력 자석으로 쇳가루 적출검사를 한 번 더 한다는 것도 알았다.

노로 바이러스 걱정으로 혹시나 세척에 지하수를 쓰지 않는지 하던 걱정도
중소 업체는 한 달에 2~3 백만 원, 대형업체는 천 만 원 이상 나오는 상수도 고지서를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내 아이가 먹는 김치다”라는 맘으로 만든다는 한 업체 관계자 분의 말 한마디가 정말 인상 깊었다.

요즘 뉴스에서 계속 거론되는 일본 방사능 때문에, 식탁 위에 생선을 올릴까 말까, 아이에게 학교급식에 나오는 생선을 먹지 말라고 해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을 떠올리며 수산물업체를 방문했다.

소량이지만 내 몸에도 방사능이 있다는 것을 방사능측정기로 직접 확인하면서 자연적으로도 방사능이 존재하며 사람마다에도 방사능이 있는데, 어쩌면 지금 우리가 염려하는 방사능 수산물보다 병원에서 X-ray 촬영으로 피폭되는 방사능 양이 휠 씬 많고 위험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산물 업체에는 자체 실험실도 갖추고 있었고 휴대용측정기로 방사능에 대한 전수검사를 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외부전문기관에 방사능검사의뢰를 하고 있어서 크게 안심 할 수 있었다.

전기톱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생선을 다듬고 규격에 맞추어 자르는 공정도 신기했고, 작업장환경이 깨끗해서 생각 외로 생선 비린내가 전혀 안 났던 점도 좋았다.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업체에게는 상이라도 주고, 문제점을 보인 업체는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구청에서, 친환경급식센터에서 학부모모니터단과 함께 평가하고 점검하면서 우리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지켜주는 일에, 모두가 관심 갖고 더 많이 참여하고, 더 자주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미 보건증까지 만들어 모니터로서 완벽한 준비를 마친 이상 더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귀가 전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보건지소에 들려 단체로 보건증을 만들었을 때 가졌던 고마움과 뿌듯함은 잊지 못 할 기억이다.

이번 기회로 내가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아 차린 식탁 보다 학교에서 더 안전한 급식으로 우리아이들이 커가고 있다는 생각에 성북구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그런데 허무맹랑하게도 이렇게 안전하고 좋은 급식을 점심 뿐 만 아니라 아침에도 저녁에도 먹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심했나?? 어쨌든 성북구는 참 좋은 동네이고 나는 여기 행복한 학부모임을 자랑하고 싶다.

추신.
혹시 보건증이 없으신 분들께도 이 시간 이후에 단체로 보건증을 만들어 주시면더 많은, 더 좋은, 더 재밌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