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혁기

균류, 박테리아, 바이러스로 대표되는 미생물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게 된 지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세포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1665년 영국의 로버트 훅(Robert Hooke, 1635~1703)이었다. 그는 코르크에서 세포를 관찰했다.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생물을 관찰한 최초의 과학자는 레벤후크(Antony van Leeuwenhoek, 1632~1723)로 알려져 있다.

그는 꾸준하고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다양한 자연현상을 탐색했다. 그는 직접 렌즈를 갈아 현미경을 제작했다. 그가 만든 렌즈는 4백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요즘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의 배율이었을 테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직접 만든 렌즈를 이용해 빗물, 작은 벌레와 곤충, 곤충의 겹눈, 정액, 근육, 피부, 정자, 적혈구 등을 관찰해 그 모양을 정교한 그림으로 그렸다. 

그리고 1673년에는 낙숫물을 관찰해 움직이는 미생물이 발견됐다. 이 결과는 그라프(R. de Graaf)라는 과학자를 통해 영국 왕립협회에 보고되었으며, 1683년에는 세균을 발견한 최초의 과학자로 기록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미생물의 아버지’라 불렀다.

하지만 당시는 현미경이 발달하지 않아 본격적으로 미생물을 관찰하게 된 것은 비로소 19세기가 되어서다. 대표적 인물은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 프랑스의 화학자·미생물학자였던 그는 유산균·효모균 같은 미생물의 존재만이 아니라 부패나 발효가 미생물의 작용이라는 것을 설명하였고 탄저병, 폐혈증, 산욕열 등의 병원체를 밝혀냈다.

나아가 닭 콜레라의 독력을 약화시킨 배양균을 닭에 주사하면 면역이 발생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탄저병과 광견병의 백신을 개발하여 면역학의 창시자가 되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중세부터 내려온 절대적인 권위인 생명의 ‘자연발생설(自然發生說)'을 무너뜨린 것은 그의 위대한 업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생물학의 기초를 쌓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후 세균의 배양법, 고정법, 염색법과 현미경 사진 촬영법도 개발되었다. 파스퇴르와 더불어 세균학의 시조로 불리는 독일의 코흐(Robert Koch, 1843~1910), 홍역·천연두·소아마비·인플루엔자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최초로 확인한 러시아의 이바노프스키(Dimitri Iosifovich Ivanowsky, 1864~1929 )를 비롯한 과학자의 노력으로 세균의 관찰과 더불어 병원체 미생물에 대한 인간의 대응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898년에는 바이러스가 명명되었고 1933년에는 전자현미경 개발로 바이러스 형태를 눈으로 확인하였다. 단세포 미생물인 일반 세균은 크기가 0.2~2um로 광학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크기가 17~2,000nm로  전자현미경으로만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서는 미생물에 대한 항생제 개발이 두드러졌다. 1928년 스코틀랜드의 미생물학자인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1939년 미생물학자 두보스의 그라미딘과 타이로시딘 발견, 1943년 왁스만의 방선균의 일종인 스트렙토마이세스 그리세우스(Streptomyces griseus)에서 스트렙토마이신 발견 등.

17세기 말에 시작된 미생물 세계에 대한 그러한 인간의 탐험과 병원체 미생물과의 싸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다. 어쨌든 미생물에 대한 인간의 탐색과 발견은 비약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성과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 분야에도 적용돼 동식물과 토양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제거와 살균하는 데에 사용되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세균, 곰팡이 등의 미생물이 일으키는 탄저병, 역병 등을 막고자 막대한 살균, 살충 농약을 살포해 왔다. 

되돌아보면 미생물에 대한 과학의 대응은 소위 미생물이 인간에 유해한 병원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연히 사람들도 균에 대해서는 부정적 생각이었다. 손과 피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사람들은 꿈틀대며 증식하는 미생물을 보고 까무라치게 놀랐음은 당연했다. 양치질을 끝낸 구강에도 여전히 수백 만 마리의 세균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그러한 세균 감염이 두려워 사람들과의 악수를 피했다는 이야기는 지금으로 보면 우스운 얘기일 테지만 어쨌든 이러한 결과 사람들이 미생물에 대해 갖는 생각은 인간에게 병을 옮기는 해로운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인가? 최근 미생물에 대한 생각은 바뀌고 있다. 단적인 예로 사람 몸속에는 100조 개에 달하는 미생물이 이미 살고 있다. 오히려 미생물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은 밝혀진 진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수보다 훨씬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어서, 어떤 사람은 몸의 주인이 사람이 아니라 미생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세균이 오히려 사람을 부려 쓴다는 뜻이다.

이렇게 많은 미생물이 몸속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자신도 살고 사람 몸도 살리는 일이다. 공생이다. 따라서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들 미생물이 잘 살아가도록 배려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몸속에서 미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면 사람 몸도 버티지 못한다. 세균이 사는 곳은 입, 위, 소장, 대장이며 그 중 특히 장내세균은 몸 속 세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세균들은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유지하는 등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에 절대적인 존재이다.

이와 같은 이들 외부 자연계와 몸속의 미생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섭취하는 식품과 관련한 미생물은 또 어떤가? 식재료 가공은 보통 살균과정을 거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뜨거운 물에 삶고 불에 익히는 것이다. 그러나 살균이 일반적인 조리법이지만 반대로 미생물을 증식시켜 섭취하는 식품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발효식품이다. 효모, 초산균, 곰팡이 등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 발효식품은 식초, 빵, 청국장, 간장, 치즈, 요구르트, 김치, 젓갈, 술, 차 등 폭넓게 분포하며 식생활 문화와 습관에 따라 나라마다 다양한 이용을 보여준다. 슬로푸드의 중요한 한 영역이 이들 발효식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생물의 보고는 토양이다. 발효와 부패가 항상 이루어지고 있는 흙이야말로 자연의 항상성을 유지시켜주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흙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그 중 대표적인 한 방법은 흙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숫자를 측정하는 것이다. 좋은 흙일수록 미생물이 풍부하고 흙이 산성화되거나 오염되어 흙이 건강치 못하면 미생물도 살지 못한다. 

미생물과 토양의 환경은 슬로푸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