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육·체험 농장 탐방 | 김포 서인농장

지난 7일 오전 학교급식 생산 농가 취재를 위해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서인농장’을 찾았다. 오전 시간이라 무척이나 바빴다. 최근 로컬푸드 직매장들이 생겨나면서 아침마다 깻잎을 매대에 직접 진열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인농장 깻잎은 경기도와 서울 학교급식 뿐만 아니라 김포와 일산에 있는 로컬푸드 매장에서도 판매 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농업을 선택하면서 33세의 나이에 농과대학에 입학, 최근 대학원 과정에서 자신의 재배 작목인 깻잎을 연구 하고 있는 ‘집념의 사나이’ 유성진 대표를 만나 그동안 일궈 온 학교급식과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규태 기자>

▲ 유성진 대표가 대학원 논문을 위해 운영 중인 실험포장

경쟁적 삶이 싫어 농사 선택

“직장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삶이 싫었습니다. 2002년 4월 직장을 퇴직하고 100만원을 들여 자전거를 사서 무작정 전국일주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유 대표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건너가 제주도부터 한 바퀴(220km) 돌고 해남에서부터 임진각까지 혼자서 770km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경북 안동 쯤에서 굴러 떨어져 붕대를 감고 여행을 마친 후 김포에 와서 MRI를 찍어보니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했다.

“처음엔 품을 팔면서 밥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농민들은 그 이상으로 대해주었습니다. 이 때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해 농사를 결심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분들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 유성진 서인농장 대표

농사 짓기 위해 농과대학 입학

“농사를 선택하기로 결심했지만 6·25때 월남해서 소작을 하며 가난하게 사셨던 아버지처럼 살게 될까봐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김포시농업기술센터 분들의 도움으로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유 대표의 관심은 어떤 작목을 선택하고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에 집중됐다. 1년간 수행해야 하는 현장실습도 일본으로 선택했다. 일본 농장에서의 경험은 이후 유 대표에게 농업의 방향과 자세를 심어 주었다.

“복합영농을 하는 ‘오노농장’에서 새벽 5시부터 저녁 6시까지 노예처럼 일하면서 많은 농사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67세 농장주 ‘오노상’으로부터 정확한 시간개념, 일에 대한 생각, 과학농사 등 제대로된 농사를 배웠습니다.”

창업과 함께 무농약 채소재배 시작

“한농대 3년 과정을 마치고 후계자 자금 6천만을 받아 걸포동 형님네 땅 1,200평을 임대해 창업 했는데 재배도 어렵고, 무엇보다 판매처가 없어 힘들었습니다.”

창업은 했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그래서 유 대표는 또 한 번의 결심을 한다. 농사를 하면서 한농대 학사과정을 마쳤다. 1년여 공부를 하면서 농촌진흥청, 경기도농업기술원 박사들과 친환경농사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갔다.

“학사과정을 마친 후 7년 전 농장을 옮겨 지금까지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내 땅은 아니지만 최근 재 임대 계약을 마쳐 2020년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연구회 활동하며 학교급식 시장 개척

“농장 이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김포시친환경채소연구회 활동을 시작, 매월 월례회를 거르지 않고 해 오고 있습니다.”

10년째 총무를 맡고 있다는 유 대표는 판로를 위해 학교급식 시장을 개척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학교급식 납품을 위해 채소 2박스를 싣고 경기도 광주까지 다녔습니다. 당시 전처리장을 만들어 선두에서 학교급식 시장을 개척하신 고재평 회장님의 고생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렇다 할 판로가 없는 상태에서 친환경연구회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소량이지만 어렵게 학교급식 물량을 따 와도 시중 시세가 높으면 회원들이 물량을 주지 않았습니다.”

학교급식 시장은 좁고, 회원들은 통제가 안 되고. 그래서 정관을 강화하고 정예 회원들 중심으로 친환경연구회를 운영해 왔다. 이후 경기도에 이어 서울급식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지금은 품목당 출하 물량을 배정 받고 있다.

김포시친환경채소연구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경기도 학교급식 ‘김포 출하회’는 현재 26명의 회원이 활동 하고 있다. 유 대표는 학교급식 시장 확대와 함께 연구회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 하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대학원에서 ‘깻잎’ 연구

“2011년부터 고려대학교 생명환경대학원에 입학해 친환경농업을 연구 하고 있습니다. 현재 4학기를 모두 마치고 논문을 준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 대표는 ‘광원 종류에 따른 유기농 잎들깨 생육 및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쓰기 위해 농장 한 켠을 실험포로 운영 하고 있다.

“깻잎은 경남 밀양과 충남 금산에서 전국 물량의 80%를 생산 하고 있는데, 경기 북부에서도 연중 생산이 가능 하다는 것을 입증해 내고 싶었습니다.

서인농장은 1년에 2작기를 하는데, 9월 말에 정식해서 봄까지 수확 하고, 5~6월에 정식, 10월까지 수확한다. 무농약에서 시작해 현재 유기농 5년차인 유 대표는 천연 살균 살충제를 직접 제조해 사용 하는 등 상당한 재배기술을 보유 하고 있다.

“그동안 걸어 온 길을 생각 하면 눈물 뿐이지만, 지금은 학교급식 덕분으로 조만간 내 땅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깻잎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