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학교급식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까?

여러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 안전한 급식이란 점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다. 한결같이 새누리당만을 지지하는 골수 보수층조차 이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할 정도이다. 건강한 밥상, 안전한 급식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지극히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상식조차 뒤집어버리는 결정을 버젓이 자행했다. 지난 11월 4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이란 것을 발표했다.

그 골자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는 경우 수의계약 금액을 현행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줄이고 민간 급식업체를 이용하는 수의계약 금액은 현행 5백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올린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초등학교 70% 이상, 중학교 60% 이상 친환경 식재료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되어 있던 것을 50% 이상으로, 그것도 의무가 아니라 권장사항으로 바꾼 것이다. 게다가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친환경 식재료 구매비율 자체를 아예 없애려고 하다가 서울시의 강력한 요구로 50% 이상으로 바꾼 것이라 한다.

수의계약 금액의 조정 때문에 학생 수가 많은 423개 학교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들 학교는 결국 과거와 같이 저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식재료를 구매하던 시절로 되돌아가야 하고, 이들 학교의 급식에서 친환경 농축산물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초등학교 및 중학교의 친환경 식재료 구매비율을 없애려고 한 서울시교육청의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50% 이상 권장’ 역시 유명무실한 기준으로 전락하게 됐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발표는 건강한 밥상, 안전한 급식을 바라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바람을 정면에서 엎어버리는 행태에 다름이 아니다. 그동안 조금씩 진전되어 왔던 안전한 급식의 성과들조차 뒤집어버리고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퇴행적인 결정이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 안전한 급식을 빼앗아가는 후안무치한 조치이다.

건강한 밥상, 안전한 급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용린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과거와 같이 민간 급식업체에게 맡겨도 급식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한 구매는 사전에 수차에 걸쳐 안전성 검사를 한 후에 적합하다고 판정을 받은 식재료만 학교로 배송한다. 조금이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식재료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민간 급식업체를 통한 구매는 사전 예방이 불가능하다. 솜방망이와 같은 사후조치만 있을 뿐이다. 아무리 검사를 강화하더라도 식재료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아이들이 모두 급식을 끝낸 뒤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이 급식사고가 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더라도 뒷북치는 사후조치만 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교육청의 조치에 또 다른 불순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서울의 친환경 무상급식이 커다란 진전을 이룬 것은 곽노현 전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새누리당과 보수세력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시장을 흠집내는 차원에서 사사건건 친환경 무상급식에 트집을 잡았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결정도 그러한 흠집내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현행 운영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권장하는 민간 급식업체 보다는 훨씬 더 안전한 급식에 부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친환경 무상급식의 진전에 기여한 성과도 크다.

지금보다 더 나은 급식을 위해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안전한 급식을 거꾸로 후퇴시키는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 안전한 급식을 엎어버리는 장난질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혁신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급식 역시 전임자의 성과를 지우는 데만 관심이 있는 문용린교육감의 이번 구매방법 개선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