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뭐든지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안하려면 핑계가 만 가지, 하고자 한다면 방법이 만 가지라고 종종 말들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급식에서의 친환경은 확실히 획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친환경으로의 급식의 길은 멀고도 멀다. 친환경급식이 단순히 친환경농산물 등을 원료로 사용했느냐에 그치지 않고 그 조리과정에서도 친환경적인가라는 문제가 함께 다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2일 서울시 성북구에서 Non-GMO 급식을 선언한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성북구의 선언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이 선언은 급식에 GMO를 원료로 올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창조경제, 미래창조과학 등이 유행하기 시작하자 농촌진흥청 등은 이를 기회로 삼아 연구·개발에 몰두해 왔던 GMO작물을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위한 포석을 깔기 시작했다. GMO홍보기구인 ‘농업 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의 회장을 초대하여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영국의 기후변화전문가를 초청하여 GMO를 옹호하는 강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런 의도는 결국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GMO를 재배해야 한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따라서 이번 선언은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GMO를 먹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선언을 이끌어낼 견인차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쉬워지기 마련이다.

이 선언이 가지는 두 번째 의미는 좀 더 근본적이면서도 훨씬 더 획기적이다. 즉, 단순히 GMO를 먹지 않겠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식단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사실 급식처럼 대량으로 소비해야 하는 경우에 모든 먹을거리를 직접 조리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거기다 아이들 입맛까지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 결과 여전히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가공식품이 급식에 제공되고 5대 식품군 기준의 식단도 바뀌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바로 식용유를 대량으로 소비하게 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가공식품 가운데 GMO가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바로 식용유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식단에는 식용유를 사용하는 먹을거리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곡채식을 해왔던 우리 민족은 조리도 주로 생으로 먹거나 데쳐서 무쳐먹는 것이 주된 것이었다. 80년대 후반 냉동식품 붐이 일면서 식용유 소비가 급증했지 그전까지 식용유를 사용하는 조리가 일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즉, 튀김류의 먹을거리가 밥상에 올라오는 것과 식용유의 소비는 거의 비례관계라 할 수 있다.

각 학교의 식단을 보면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반드시 제공되는 튀김류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식단에 최소한 한 가지 정도는 식용유로 조리해야 하는 먹을거리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사용되는 식용유가 거의 GMO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이번 선언은 식용유를 사용하는 먹을거리가 아이들 밥상에 올라가는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결국 전통적인 우리 식단의 다양성을 실현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성북구에서의 식단 변화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모범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워진다. 성북구의 Non-GMO선언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