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에 대해 전국의 친환경 농민들이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박종권, 이하 친농연)는 지난달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친환경급식 후퇴시키는 서울시교육청 규탄 전국친환경농업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종권 친농연 회장은 대회사에서 “아이들에게 100% 친환경 농산물을 권장해도 모자랄 판에 서울시교육청이 친환경 비중을 낮추고 업자의 손을 들어준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문용린 교육감은 아이들의 먹거리 안전과 친환경농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4일 서울시 각 학교의 친환경 농산물 권장 사용비율을 현행 초등학교 70%, 중학교 60%에서 일괄 50%로 낮추고, 수의계약 한도를 공급업체에 관계없이 모두 1천만원 이하로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방법 개선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시금치, 얼갈이배추, 부추 등 3천평 규모로 전량 학교급식 농사를 짓고 있는 김대영 씨(진건읍 배양리, 63)는 대회 시작 직전 “정부 육성에 따라 친환경 농사를 지어왔지만 서울시교육청 발표대로 되면 약간이나마 판로가 보장되던 급식 그마저도 후퇴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그는 “현재도 학교급식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렵게 키운 친환경 농산물을 관행 농산물과 같은 가격으로 시장으로 보낼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판로가 확보돼 마음이라도 편하게 농사짓고 싶다”고 하소연 했다.

이날 경기, 충남,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1천여 친환경 농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이 시행되면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한 공공조달체계는 일순간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학교장과 급식업자의 유착비리가 공공연히 재발할 것이며, 저질의 식재료 납품으로 학생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더욱이 저가 경쟁 입찰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해온 친환경농업인들의 판로를 막아 생계를 위협하는 반농민적 정책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 이상국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 김정택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친환경쌀특위 위원장, 신동식 경기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안인숙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회장도 한목소리로 철회를 요구했다.

▲ 지난달 2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친환경급식 후퇴시키는 규탄 전국친환경농업인대회’에서 박종권 친농연 회장(오른쪽)이 오석규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왼쪽)에게 농민들의 요구가 담긴 항의서한 전달하고 있다.

결의문 낭독 후 대표단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에게 이들의 입장이 담긴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문 교육감은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당시 문 교육감은 서울시의회 제250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장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교육청 정문에 배치된 경찰력과 10여 분 간의 실랑이를 벌인 끝에 오석규 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한 뒤,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동길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시교육청 “특별한 입장 없어”
최명복 교육의원 “농민도 업자일 뿐” 주장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농민들의 요구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1월 4일 발표한 개선안에 교육청의 입장이 모두 담겨있다”며 “새로운 입장이라는 게 나올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육청 발표는 학교급식 수혜자인 학교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농민을 일부러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농민들의 요구를 업자의 집단이기주의로 바라보는 주장도 나왔다. 최명복 서울시 교육의원은 전국친환경농업인대회 나흘 뒤인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의계약범위와 친환경식재료 권장비율을 개선한 것은 학교장과 학운위의 기능을 정상화하자는 취지일 뿐, 무상급식이나 친환경 식재료 사용여부와 관계된 조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학교장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자일 뿐”이라면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그동안 극소수 영농법인에 일감을 몰아준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잘못을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자기 단체에 속하지 않은 다른 농민들의 농산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