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친환경농산물 지원 예산 확보를 위해 경기도의회 민주당과 새누리당 의원 사무실을 오가며 농성을 벌였던 경기지역 친환경농가들이 1년 만에 또 다시 도의회를 상대로 친환경 예산을 확보해 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농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예고되고 있어 경기도의회 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삭감한 친환경급식 차액지원 예산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해 일부 복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가 부동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지사가 내년 6·4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농민들이 경기도의회를 유일한 출구로 겨냥 하고 있고, 여기에 경기지역 급식 관련 단체들이 대거로 합류하면서 내년 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도의회 앞 계단에서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경기운동본부(대표 구희현) 주최로 대규모 기자회견<사진>이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경기운동본부 산하 각 시군 대표들과 친환경 농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내내 김문수 지사를 비판하면서 도의회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김문수 지사와 경기도는 16조원이나 되는 예산을 잘못 운영해 1조5천억원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내놓고도 세수부족과 재정난을 이유로 들어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면서 재정적자 원인이 마치 친환경무상급식 지원 때문인 것처럼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기도가 지원하고 있는 친환경무상급식 지원 예산은 경기도교육청과 기초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는 7천1백억원의 7%도 안되는 금액으로, 453억원 때문에 그런 것처럼 본질을 호도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지난 6·2지방선거 당시 수도권의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과 함께 합동으로 친환경급식 확대를 공약으로 발표하고, 학교급식의 질을 제고하고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친환경우수농축산물 사업을 전국에서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며 입버릇처럼 자랑하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갑자기 ‘교육청 책임론’, ‘공짜 바이러스병’ 등의 발언을 하며 자신이 잘못 운용한 예산에 대한 책임을 친환경무상급식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김문수 지사를 규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도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실과 민주당 대표의원실을 방문해 정상적인 예산편성을 호소했다.

이어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모여 각 당 대표의원실 방문 결과보고회를 가졌다. 결과보고회에는 길이 막혀 늦게 도착한 농민들이 합류했다. 구희현 경기운동본부 대표가 결과보고를 했다.

“이승철 새누리당 대표는 친환경무상급식이 김문수 지사의 공약이었던 만큼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고, 강득구 민주당 대표의원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결과보고가 끝나고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신동식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신 회장은 “농민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입니다. 농민들은 힘이 없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하면서 “그동안 농민들만 외롭게 외쳐 왔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셔서 정말 힘이 난다”며 감사를 표했다. 인사를 마친 신 회장이 이번엔 농민들에게 말했다. “조만간 각오하고 다시 모입시다”

경기친농연 조직은 그동안 김문수 지사의 친환경농업 지원 정책으로 육성된 농민들이 모여 만든 조직으로, 친환경학교급식 차액지원 사업이 없어질 경우 이들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어 있는 현실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신이 육성한 조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서 이들로부터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 형국이 됐다. 또 그동안 진행되어 온 친환경학교급식과 맞물리면서 김 지사는 친환경농민을 필두로 전 도민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김 지사의 정책방향 선회로 인해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큰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향후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보가 주목 되고 있다.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경기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경기도의회 앞에 집회신고를 내 놓고 있다.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