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인천 영양사직종결의대회가 11일 오후 인천시교육청 정문에서 인천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주최로 열리고 있다.

인천지역 학교비정규직 영양사들이 불합리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인천학교비정규직 노조 사상 최초다.

‘2013 인천 영양사직종결의대회’가 11일 오후 5시 30분 인천시교육청 정문에서 인천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날 집회가 열린 직접적인 계기는 위험수당이다. 인천시교육청과 노조 측의 단체교섭과정에서 위험수당 지급대상에 비정규직 중 조리원만 추가하고 비정규직 영양사는 배제하려 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동안 교육청은 정규직 위생원만 위험수당을 지급해왔다.

이날 집회는 비정규직 영양사들이 자발적으로 결의해 성사시킨 것으로, 인천 비정규직 영양사(총 235명) 중 절반이상인 1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대회장에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절박함과 ‘요구하지 않으면, 소리 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의 고충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절실한 분위기가 짙게 감돌았다.

대회가 시작되자 영양사들은 그들을 상징하는 하얀 영양사복을 꺼내 입고 △나근형 인천시교육감 공약인 비정규직 영양사 호봉제 실시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위험수당 지급 △직고용 실시 △명절수당 등 상여금 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뒤늦게 업무를 마친 영양사들도 속속 집회에 합류하면서 대회장 분위기는 고조되어 갔다. 조합원 뿐 아니라 비조합원 영양사들과 조리사 조합원들도 참석해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나경란 인천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서부협의회장은 대회사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처우를 개선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일하자”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고혜경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지부장은 “5월부터 교육청과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교육청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 합의된 내용은 한 조항도 없다”면서 “우리 비정규직 영양사들은 항상 급식사고를 노심초사하고 급식의 모든 책임을 다하며 노동량도 정규직과 다름없지만 임금은 절반 수준도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일 년을 일하나 십년을 일하나 똑같은 비정규직 영양사의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참아서도 안 되고 참지도 말아야 한다”면서 “교육청의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끝장 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날 전주에서 달려온 최영심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전북지부장은 “2011년 1월 지금 여러분과 똑같이 칼바람을 맞으며 교육부 앞에 앉아 명절수당 인상을 요구했었다”며 “소리 내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최 지부장은 “전북이 진보교육감이라고 해서 알아서 된 게 아니다. 교육감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영양사들이 힘을 합쳐 요구했기 때문에 직종수당, 명절휴가보전비 50만원 등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인천 같은 보수지역은 더 뭉쳐서 요구해나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한편 이날 기자 눈에 비친 비정규직 영양사들의 모습은 소위 ‘데모꾼’과는 거리가 멀었다. 참석자들은 집회 시작 전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과 ‘투쟁가’를 연습키도 했지만, 막상 본 집회에서는 익숙지 않은 티를 모두 감추지 못했다.

또 정식으로 집회신고를 낸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주최 측에 익명으로 “오늘 집회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묻는 문의가 왔었다는 대회 관계자의 말을 들으며 이날 이들이 얼마나 용기를 낸 것인지 짐작 가능케 했다.

하지만 “내가 이런대서 투쟁을 할 줄이야”라는 어색함도 해질 무렵의 강추위도 학교 근무현장에서 느끼는 비정규직 서러운 처우와 혹독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호했고 요구는 분명했다. 이날 비정규직 영양사들이 보여준 존재감을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들도 예의주시했다.

대회 도중 관계자는 이날 대회에 앞서 진행된 노조 측과 교육청 측의 13차 단체교섭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교섭내용 중 노조 측에서 요구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 대해 시교육청이 “공무원과 비정규직은 그 업무의 책임과 노력이 다르므로 차별을 둘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대회 참석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결의를 다지는 상징의식과 함께 투쟁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대회는 마무리됐다. 대회 끝나기 전 영양사들은 “힘들면 힘들다. 억울하면 억울하다” 학교와 시교육청에 영양사들의 처우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 할 것과 영양사 동료 및 주변사람에게 소식 공유하기 등을 약속하며 그들의 첫 대회이자 축제를 성공리에 마무리 했다.

<유정상 기자>

▲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