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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정치논리에 좌우돼 안타까워”경기 광주 자연애 학교급식 출하회 한기덕 총무
프로그래머에서 친환경 농민으로 ‘인생 2막’
유정상 기자  |  buksor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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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6  15: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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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덕 광주 자연애 출하회 총무
서울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다가 고향으로 귀농, 친환경농사를 지으며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는 농민을 만났다. 광주시 자연애 학교급식 출하회 한기덕 총무(46세)다.

농사경력 10년 차인 한 총무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내 딸을 먹인다는 마음으로 학교급식에 출하하고 있지만, 학교급식이 정치논리에 좌우돼 안타깝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경기도가 내년 친환경학교급식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한 총무는 공급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작부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이미 11월에 내년 상반기 출하용 시금치 파종을 마쳤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하룻밤 사이에 뚝딱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리 심어놔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만약 내년에 학교 수요량이 줄어들게 되면 그 만큼의 손해는 고스란히 한 총무가 떠안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유정상 기자>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열정 하나로 프로그래머 생활에 뛰어들었다. 프로젝트를 맡아 밤낮도 없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어느 날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다. 서울서 직장생활을 잘하던 아들이 갑자기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집에서도 청천벽력.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농사. 아버지와 농사방식을 두고 의견 충돌도 많았지만, 적극적으로 정보를 알아보고 친환경 판로를 찾아다니는 모습에 현재는 아버지께서도 인정을 해주시는 것 같다.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한 것은 10년 됐고, 5년 전 친환경으로 전환했다. 2천5백평 규모로 시금치, 얼갈이, 실파 농사를 짓고 있다.

팔당유역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짓다가 이명박 정권 때 4대강 사업으로 수몰돼 현재 농장인 귀여리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공사를 반대하며 관공서고 금강이고 낙동강이고 안 가본 곳이 없었다.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지을 때보다 수량과 일조량이 부족해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차차 농사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학교급식 출하 계기와 소감은.

친환경 농사를 시작하면서 판로를 찾던 와중에 경기친환경연합회가 생겨서 결합하게 됐다. 자연애 출하회는 친농연 채소분과 안에 속해있는 학교급식 출하회로 21명의 회원이 있다.

2년째 출하를 해보면서 학교급식이 활성화 되면 정말 좋겠다고 느끼고 있다. 여태껏 생산자가 가격결정을 해본 사례가 없었는데, 생산자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이다.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가격을 결정해나간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서울 학교급식은 현재 최저가 경쟁방식인데, 지금은 시작 단계라 농민들이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공급을 하지만, 계속 제일 싼 것만 찾는다면 나중에는 농민이 다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인건비 등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으면 계속 공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학교급식에서 생산량을 전량 소화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출하회 차원에서 개인 업체 공급루트를 뚫어 보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특품을 학교급식에 보내고 남은 농산물을 친환경 딱지 붙여 가락시장에 보내봐야 어차피 좋은 값은 못 받는다.

   
▲ 한기덕 총무가 9일 남종면 거여리에 있는 그의 농장에서 학교급식 출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가 내년 급식예산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내 딸을 먹인다는 마음으로 학교급식에 출하하고 있지만, 학교급식이 정치논리에 좌우돼 안타깝다.

내년 초에 출하를 하려면 미리 파종해야하는 데 당장 내년도 학교급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작부를 어떻게 짜야하나 고민이 많다. 그래도 이미 11월에 추위가 오기 전에 내년학기용 시금치 파종을 마쳤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하룻밤 사이에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심을 수밖에 없다.

친농연 소속 출하회원들도 그동안 물량을 바탕으로 심어 놓기는 했지만, 막상 내년에 조금만 가져가겠다고 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나. 결국 피해는 농민 몫이다.

친환경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한 번 농약이 검출되면 그 사람은 끝이라고 보면 된다. 품관원에서 불시에 와서 가져가고 인증센터에서도 수시로 체크하고 누가 어디서 와서 가져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샘플을 많이 가져간다. 서울급식은 45일에 한번 검사를 받지 않으면 출하 자체를 할 수도 없다.

농산물 값이 비쌀 때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적발되면 그 사람만 잘못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까지도 피해를 보기 때문에 농민 조직 자체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학교급식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간혹 특정학교에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전량 반품할 때는 다 쏟아버리고 싶은 충동도 든다. 무의 경우 출하회와 전처리 과정에서 외관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도, 잘라보면 바람이 들어간 경우가 있다. 속이 하나 비었다고 전량을 반품하는 식이면 농민으로서 어려울 때가 참 많다.

영양사분들과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일정하게 교육을 받고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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