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이 의무교육기관에서 무상 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히 학교급식을 교육의 일환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수 없는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주목할 점은 단계적으로 초·중학교 친환경무상급식이 실현되면서 학교급식이 온전한 공교육으로 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학교급식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하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시 친환경 식재료 사용 권장비율을 축소시켰다. 또 식재료유통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학교직거래를 거론하면서 유통업자와 학교의 밀착관계를 독려하는 것 같은 의심스런 계약지침을 공지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346쪽에 달하는 급식정책 최종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의 목적은 우수한 식재료의 안정적인 공급 및 급식비 절감을 위한 식재료의 유통·구매·발전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은 시장논리와 편협한 관리자적 시각에 치우쳐져 있다. 용역발주를 맡은 학자들이나 합리적 연구결과를 도출키 위해 토론과정에 참여한 인사들이나 또 그걸 수용한 교육청이나 교육의 원칙, 법에 근거한 원칙적인 급식비기준, 최소한의 공공성을 담보키 위해 고심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국가와 정부가 책임지는 의무교육이지만,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전에는 급식비는 학부모들이 부담했다. 원칙적으로 무상급식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인 식재료비를 예산으로 대체하는 것임에도 인건비, 운영비 등을 포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급식법상(제8조 제3항) 학부모부담급식비는 식재료비에 한정돼있다.

과거 위탁급식을 강제했던 관료들은 학부모부담급식비에 인건비 운영비 업체영업비까지 포함시켰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식재료 외 비용을 학부모부담급식비로 정리하는 것은 분명 ‘위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법상황을 모두 함구하고 있다. 공교육책임자들은 급식에서의 ‘무상’의 법적 한계기준을 간파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교급식이 왜 무상이고, 왜 친환경이어야 하는지 당위성도 꿰뚫어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학교급식은 교육이다. 교육정책은 철저히 학생중심의 시각에서 만들어져야 함은 물론 학생들에게 행복할 세상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적어도 기업 또는 시장이 아닌 학생의 편에 서서 공교육을 바로세울 급식정책을 펴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