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이 공공성과 사회적 돌봄 가치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학교급식의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잉정치화 된 현재 학교급식의 정책적 한계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친환경학교급식이 서울시교육청의 사업 뿐 아니라 서울시 및 각 구와 같이 추진하는 협력사업 임에도 불구하고 시와의 사전협의는 일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친환경 학교급식의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12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203호 제3간담회장에서 국회의원 김춘진·이인제·윤명희·김선동 공동주최, (사)환경농업단체연합회 주관으로 개최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도 식재료 공급지침을 바꾸면서 건강한 먹거리 공급되어야 할 학교급식의 공공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어, 공공급식 체계로서 학교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 확대 공급 방안 마련을 모색키 위해 마련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1월 4일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시 일반 급식재료 납품업체와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산하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수의계약 범위를 1천만원 이하로 통일하고, 친환경농산물 권장 사용비율을 기존 초등학교 70%·중학교 60% 이상에서 50%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지침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 17일‘친환경 학교급식의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 203호 제3간담회장에서 국회의원 김춘진·이인제·윤명희·김선동 공동주최, (사)환경농업단체연합회 주관으로 열리고 있다.

“서울교육청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개선안…과잉정치화 한계 여실히”

▲ 김흥주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교수

김흥주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교수는 기조발제 ‘친환경 학교급식의 현황과 발전방향‘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학교급식은 단순히 한 끼 밥 먹는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공공의 돌봄 윤리를 실현하기 위해 시장에서 공공이라는 비경쟁구도로, 복지에서 교육 등 공공급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학교급식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서 많이 벗어나 있으며, 최근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급식 개선방안이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 서울시교육청의 개선방안은 얼핏 보면 식재료 조달업체 사이의 형평성을 맞추고, 학교급식 운영 상 학교의 선택권 및 자율권을 확대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면에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교육청의 불신과 견제 심리가 다분히 배여 있다”며  “특히 학교급식 문제를 단순히 계약방법과 계약금액의 문제로만 축소시켜 서울시 친환경 급식모델의 공공성에 대한 의도적인 흠집 내기가 아닌 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해서는 “운영상의 문제는 있을 수 있으나, 제도적 장치 마련의 순수성은 있다”며 “공급업체의 현장평가 비중을 60%로 하고 서류평가 비중을 40%로 제한하여 규모중심의 서류평가로 인한 산지 공급업체의 진입장벽을 완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현재 학교급식이 공공성과 사회적 돌봄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로 과잉정치화되어 있다”며 “학교급식은 미래세대에 초점을 두는 최대의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에, 학교급식은 시장이나 정치 논리가 아닌 공공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용재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정책연구팀장

이어 발제에 나선 최용재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정책연구팀장은 전국 무상급식 실시 초·중·고교 225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양념용 인경채소류 수요량 산출결과를 바탕으로 “양파, 대파, 마늘의 경우 전체 저농약 인증 생산량이 친환경인증 생산량의 10% 정도를 차지하므로 2016년 저농약 인증이 폐지되더라도 학교급식 공급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유기 및 무농약 인증 양파는 학교급식의 필요한 16,636톤을 2.19배 초과 생산, 마늘의 경우 필요량 2,929톤의 1.99배 초과하므로 수요량에 비해 생산량이 충분타는 설명이다.

또 학교급식 친환경 양념채소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 △친환경 농산물 생산단지 조성 및 조직화 △재배면적 확대 △수요 및 공급 불일치시기에 대응키 위한 산지 유통센터·저장시설확보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친환경 농산물 품위 정립 △친환경농산물 기초 통계 자료 구축·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실상 친환경 학교급식의 후퇴이자 포기”

윤주이 농어민신문사 대표를 좌장으로 이어진 토론에는 △김하주 등현초등학교 학부모회장 △전양배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이구석 서울시청 교육격차해소과장 △김완수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 △은정연 삼전초등학교 영양교사가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구석 서울시 교육격차해소과장은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은 사실상 친환경 학교급식의 후퇴이자 포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장은 “서울시 친환경학교급식은 교육청 뿐 아니라 시와 구의 협력사업이기 때문에 시, 공사, 교육청 3자가 협의를 해야 하는 데 사전논의 없이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어 이 과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은 현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체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인 안전성 확보문제, 학교공공급식지워센터인 친환경유통센터 운영활성화 저해, 친환경 식재료 사용비율 하향에 따른 급식 질 저하, 친환경농산물 재배 농가의 판로 상실 등의 문제점을 간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서울시의 입장을 전했다.

농민입장을 대변해서 토론자로 참석한 전양배 충남 친농연 회장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 회장은 “얼굴 있는 생산과 소비를 위해 노력해온 친환경농민들이 지난 11월 2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집회를 연 것에 대해 농민을 업자취급 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친환경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이 원활하기 이뤄지기 위해서 친환경농산물의 품질 기준을 다시 정립해야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마을과 지역 공동체가 살아가는 형태가 되어야 하고 그래야 식생활교육도 가능하다”면서 “생산자를 교육가족의 하나로 인정할 때, 학교급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좋은 시스템을 왜 굳이…의구심”

김하주 등현초등학교 학부모 회장은 “아이를 보며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고, 산지 및 서울친환경유통센터 모니터링을 통해 의구심이 믿음으로 바뀌고 감사함도 생겼는데, 현재 좋은 시스템을 왜 굳이 바꿀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친환경식재료 구입비율이 줄어든다고 모두 안좋은 식재료가 사용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학교는 적은 돈을 들이는 방법으로 유통업자는 보다 많은 이윤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그랬을 때 제일 큰 피해자는 우리의 아이들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계절에 따른 수급불안정…친환경 비율 맞추기 어렵다”

식단을 구성하고 재료를 구입하는 학교 현장에서의 입장도 전해졌다.

은정연 삼전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생산량 및 품위의 저해로 친환경 농산물 수급이 원활치 않아 어려움이 있다”면서 “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감자, 양파, 당근의 경우 3, 4, 5월에 단가가 많이 올라 친환경 비율을 맞추려다 보면 식단이 부실하게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영양교사 역시 좋은 재료를 사용해 급식을 제공하려는 마음이 있다”면서 “친환경 농산물의 사용 비율을 높이려면 권장비율을 억지로 70%로 맞추기보다, 안정적인 공급체계 마련과 적정가격 공급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 김하주 등현초등학교 학부모회장

▲ 은정연 삼전초등학교 영양교사

▲ 이구석 서울시청 교육격차해소과장

▲ 전양배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