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2월 17~18일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을 마련,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친환경농산물 사용을 줄이고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17~18일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는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6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한 ‘학교급식 질 향상을 위한 식재료 유통·구매 및 적정 급식비 지원 기준 개발’ 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진행됐다.

이에 앞서 교육청은 11월 4일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을 2014년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은 식재료 구매 시 일반업체 이용은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리고,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이용은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줄여 단일화 하고, 친환경 농산물 권장 사용비율을 초·중학교 모두 50% 이상으로 완화한다는 것.

이러한 교육청의 발표는 전국의 친환경농민들이 교육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여는 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논란은 교육청의 학부모 설명회 과정에서도 계속됐다.

설명회는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교육청) △친환경농산물의 올바른 이해(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권오전 인증팀장) △학교급식의 질 행상을 위한 올바른 이해와 방안(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양일선 교수, 서울시교육청 용역 책임연구원) 등의 순서와 내용으로 진행됐다.

먼저 교육청 관계자가 그동안 교육청에서 추진해 온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하고, 이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권오전 인증팀장이 농약의 중요성과 안전성에 대해 설명했다.

권 팀장은 “농약이 없으면 인구 유지가 불가능하고 잔류농약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농촌진흥청 고시를 지키면 농약으로 키운 농산물을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권 팀장은 최근 친환경농산물 인증 사고와 관련 “검찰의 요구로 농관원이 그동안 적발한 자료를 제공 했으며, 검찰 발표가 나갔을 때는 이미 농관원에서 해당 농가들의 인증을 취소한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로 농약을 친 농산물은 시중에 나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 질 향상을 위한 식재료 유통·구매 및 적정 급식비 지원 기준 개발’ 용역의 책임연구원인 양일선 교수는 학교급식의 발전과정 및 현황, 학교급식의 공급 유형과 특징, 서울시 학교급식 현황, 서울시 학교급식 식재료 유통과 구매, 서울시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 계약 방식, 서울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현황 진단, 서울시 학교급식 식재료 유통·구매 체계의 구조적 진단과 분석, 학교급식 질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 등의 순서로 강의를 진행했다.

양 교수는 특히 “무상급식 확대로 예산이 부족해 급식실의 청결 문제가 일반 급식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됐다”면서 “잔류농약보다 미생물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잔류농약으로 인한 사고는 한 번도 없었으며, 모든 식중독 사고는 미생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친환경농산물의 과도한 사용 규정때문에 다양한 식단을 구성하지 못해 급식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2015년부터 저농약농산물 인증이 폐지되면서 친환경농산물의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지만, 대신 국가에서 관리하는 GAP 농산물을 사용하면 오히려 다양한 식단 구성으로 급식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친환경농산물은 생산과정만을 관리하는데 비해 GAP는 유통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면서 HACCP과 함께 국가의 우수농산물관리제도”라면서 “식재료는 먹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원재료 확보에 있어 GAP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양 교수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그동안 유통센터가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 급식과 관련이 없는 쿠킹버스와 기자단을 운영하는 등 센터 홍보에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았다. 견제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면서 교육청의 역할을 강조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예정에 없던 질문이 터져 나왔다.

현재 급식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학교장들이 눈치를 보는 곳은 교육청이다. 센터의 운영방법 쇄신 등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데 왜 다른 방법으로 대안을 찾으려 하나. 그리고 친환경급식이 농민을 보호 하는 측면도 있고, 항생제와 호르몬제 등도 중요한데 왜 농약의 안전성만 이야기 하나”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학교급식이 양에서 질로 변하고 있다. 센터를 없애자는게 아니고 GAP로도 가능하는 이야기”라고 답변하면서 “오해 하지 마라. 나는 교육청 하수인이 아니다. 학교급식 전문가로서 5년째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교육청에서 친환경 비율을 50%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데 100%를 하든, 0%를 하든 학교와 학부모에 일임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양 교수는 “50%는 의무가 아니라 권장이다. 학교에서 기준 정하면 된다”고 답했다.

방사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요즘 방사능이 이슈다. 농약 안전성도 좋지만 왜 방사능에 대한 이야기는 없나”고 물었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추경을 통해 방사능 측정 기계를 도입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라면서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식품 전용 방사능 측정기를 도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17, 18일 진행된 설명회가 진행된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은 1,500여 석으로 2일동안 총 3천여명의 학부모가 참석할 수 있는 규모였지만, 실제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2일동안 500여 명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양일선 교수는 “무상급식이 실시되면서 학부모들의 급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운영위원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급식의 방향과 질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학부모 설명회에 앞서 11월 21일 학교장, 22일 영양사에 이어 12월 4일에는 학교 행정실장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