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자 마송국화 먹는식물원 교육농장 대표

12월 10일 서울과 김포, 양주 등에서 슬로푸드에 관심을 가져왔던 강사와 활동가들이 망원동에서 모였다.

준비물은 회비 2만원. 김장김치를 4분의 1포기정도로 포장해서 레시피와 함께 가져오면 5천원을 깍아준다는 공지를 받았지만 마송국화차 꽃따기체험으로 김장을 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얻은 관계로 그냥 참석했다.

동네 주부들이 모여 바른 먹거리카페와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오방놀이터에 들어서니 윤유경 슬로푸드 정책위원이 ‘닮고 싶은 식재료’를 정해 이름표에 쓰라고 안내했다.

나는 두말할 것 없이 나의 삶과 질기게 같이 해온 국화로 정했고, 회원들은 된장, 누룩등 슬로푸드의 고운 품성답게 음식의 바탕이 되는 식재료를 선택하거나 생강이나 양파 등 보이지 않게 존재를 드러내는 식재료들을 선택했다.

처음에 만나면 아리송하게 보이지만 벗기면 벗길수록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될 거라며 양파를 선택한 세윤이, 송로버섯을 닮아 따스한 밥상을 알리는 귀중한 존재가 되어보겠다는 향미언니의 포부도 기억난다.

또 영국에서 8년 동안 공부하고 돌아온 유리가 “영국은 이제 신사의 나라가 아니라 상놈의 나라”라며 그렇게 된 바탕에는 “영국은 엄마가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지 않는다. 우리도 그렇게 되기 전에 밥상문화를 지키려고 슬로푸드 활동을 하지만 노력한 만큼 학부모들의 참석률이 따라주지 않을 때 속이 상하지만 남편이 그 마음을 위로해줬다”면서 울다가 웃다가 남편자랑으로 이어나간 것도 기억에 남는다.

김장에 이력이 난 ‘노땅’들은 빈손으로 왔는데, 외외로 결혼도 안 한 친구들의 김치 준비가 많았다. 자기가 가져온 사돈의 팔촌 김치(?)를 재료의 재배지와 재배과정 레시피 그리고 김장을 담은 분까지 소개하면 회원들이 경매에 응해 가위바위보로 김치의 임자를 정했는데 김일한 씨의 어머님이 담그신 효소김치는 땅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재배 그리고 땅속 항아리저장에 짚 고깔을 씌어 저장중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떠나갈 듯한 함성과 함께 치열한 경매가 진행되기도 했다.

사실 슬로푸드 테라마드레 데이라는 명칭이 조금은 낯설고 거북한 이 날. 우리 회원들은 한국식 나눔모임을 하고 있었고 그 날을 시작으로 비정기적이고 이벤트위주의 활동에서 보다 더 정교한 활동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가? “사람 없는 섹스는 포르노이듯이 음식에 숨겨진 사람과 자연을 모르는 미각행위는 포르노일 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회원이 많지는 않지만 아마도 서울-변두리모임은 우리 밥상위에 올려진 식재료를 통해서 땅을 가꾸고 생물종을 지키며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또 그 혜택이 고스란히 우리의 아이들과 그 후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기들의 건강한 성장은 우리에게도 큰 기쁨과 행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