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인식 서수원농자재마트 대표

연일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 기상예보다. 하지만 11월 말, 12월 초의 맹추위를 겪고 나니 어지간한 추위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또 몇 년 전만해도 추위를 막으려고만 했는데, 요즘은 ‘소한도 지났는데 이제 대한 무렵에 강추위 한 번 오겠지, 그리고 나면 날씨는 풀리게 되어 있는 거야’라고 예측하면서 한결 느긋하게 보내고 있다.

이렇듯 한겨울이지만 가끔씩 씨앗을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시금치, 상추씨를 구할 수 있는지, 언제 파종해야 하는지, 허브를 묻는 전화도 있고 구하기 힘든 토종채소 씨앗을 확인하러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도 있다. 그분들의 목소리에서 즐거운 기다림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집 베란다에도 작년 봄에 심은 청양고추 4그루가 아직도 자라고 있다. 재작년 봄에 심은 고추들을 만 1년 만에 뽑고 흙만 새로 만들어 심은 놈들이다. 굵고 튼실하지는 않지만 아니 약한 광선의 차가운 베란다에서 버티며 살아왔지만 날씨가 약간만 좋아지면 한꺼번에 꽃이 피고 고추를 주렁주렁 매단다. 삼겹살을 구울 때 베란다에서 청양고추를 따다 함께 먹으면 ‘크…’ 소주가 없어도 삼겹살 맛이 기가 막히다.

하지만 겨울날 집에서도 손쉽게 기를 수 있는 작물이 있다. 바로 새싹채소다. 며칠 전 장모님을 모시고 처형이 매장을 방문해 새싹채소를 구입해갔다. 또 이것저것 키워보고 싶은 손님이 봄을 기다리다 사가 신 것도 새싹채소였다.

새싹채소는 넓은 땅도 강한 햇빛도 필요하지 않다. 새싹채소는 그 어린 생명체가 땅 속에서 물과 함께 영양분을 흡수하기 전 그리고 햇빛을 받아들여 광합성을 하기 전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온전한 영양분을 가져야만 하니 같은 무게의 어른 식물체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영양성분이 있어야 한다. 요즘 새싹채소가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새싹채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씨앗이 필요하다. 채소 씨앗이라면 모두 가능하지만, 단 소독은 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 시중에서 판매되는 씨앗은 곰팡이병 방제를 위해 농약으로 소독처리가 되어 있다. 따라서 스스로 채종하여 소독하지 않은 씨앗이나 새싹채소 전용 씨앗을 사용하면 된다.

씨앗이 준비되면 물에 3~4시간(씨앗이 크고 껍질이 단단한 놈은 10~12시간)정도 충분히 담갔다 꺼낸 후, 새싹채소 재배 전용용기에 씨앗을 깔고 물은 씨앗이 잠기지 않도록 채우고 어두운 곳에 둔다.

전용 용기의 물은 썩을 수 있으므로 겨울철에는 2~3일에 1회, 여름철에는 1일 1회 정도 갈아 준다. 전용용기가 없는 경우 접시나 바닥이 넓고 평평한 그릇에 부직포 등을 깔고 충분히 적신 후 물에서 꺼낸 씨앗을 깔아 주면 된다. 이 때 물이 마르지 않도록 스프레이로 자주 물을 뿌려 줘야 한다.

48~72시간이 지나고 싹이 트면 작은 화분으로 옮겨 밝은 곳에서 기르면 된다. 거실, 베란다나 식탁 위 소품으로 놓고 기르다 먹고 싶을 때 뽑아서 먹으면 된다. 보리 싹이나 밀 싹 등의 거친 뿌리는 잘라내고 샐러드, 비빔밥, 된장국, 쌈 등으로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우리 집 창가에도 비타민과 다양한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는 알싸하고 쌉싸름한 새싹들이 봄을 벌써부터 전하고 있다.

꽃피는 봄이 오면 뒷산 산책길에서 본 자투리땅에 큰 돌덩어리를 치우고 잔돌을 골라내면 조그만 텃밭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가까운 주말농장 분양도 알아보고 있다. 북극 한파가 몰아치는 이번 겨울에도 다가올 봄에 심을 작물 생각에 빙긋이 웃음이 지어진다.

“그래 올 봄에는 여러 가지 작물을 많이 재배해서 땀도 흘리고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살아야지, 우리 가족 모두!”

▲ 베란다 가까이 기르고 있는 새싹채소

▲ 겨울철 별미, 수확해 식탁에 오른 새싹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