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시 ‘학교의 선택권 보장’을 핵심으로 1월 확정한 ‘2014학년도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서울시 각 교육지원청이 일선 학교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이하 센터)를 이용하지 말 것을 직·간접적으로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은 4일 교장단, 5~6일 영양교사·행정실장을 대상으로 ‘2014학년도 학교급식 기본방향 주요 변경사항 안내’를 위한 연수를 일제히 진행했다.

연수를 통해 각 교육지원청은 공통적으로 전자입찰 방식인 eaT를 이용한 공동구매를 적극 권장하는 한편, 교육지원청마다 수위의 차이는 있으나 학교에서 센터를 이용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관계자 다수의 제보다.

노골적인 경우 “위에서 떨어진 명령이니 무조건 센터를 이용하지 말고 eaT를 통해 입찰해라”, “센터 이용 시 감사를 하겠다”, “센터를 이용하겠다는 학교는 시말서(혹은 사유서, 보고서)를 받겠다”는 등의 내용이 참석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학교 영양교사들은 “교육청에서 eaT 이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센터를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학교의 선택권을 역제한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는 해명이다.

7일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청소년과 관계자는 “시에서도 관계자가 찾아오는 등 연수가 논란이 되면서 지역교육청에 확인해봤지만, 절대로 센터를 이용하지 말도록 강요한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육지원청 연수에 일일이 배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연수가 올해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설명하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인데 상식적으로 다수를 모아 놓고 과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하면서 “교육지원청별로 취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센터를 배제하는 쪽으로 와전돼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 6일 오전 10시 서울 북부교육지원청이 관내 각 학교 영양교사·행정실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 연수' 시작 직전 모습. 연수는 영양교사·행정실장 합동교육으로 20여분 간 진행된 뒤, 행정실장만 따로 교육이 이뤄지는 등 극도로 폐쇄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5동 북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연수도 극히 폐쇄적으로 진행돼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당시 본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실무자들과 팀장급 관계자로부터 “연수장에서 나가달라”며 취재를 거부당했다.

“공개하지 못할 내용이라도 있느냐”, “올해 변경내용이 많은 만큼 독자와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관심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취재를 하고 싶다”며 10여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취재를 재개할 수 있었지만, 영양교사·행정실장 합동교육이 20분여간 진행된 뒤 영양교사들은 돌아가도 좋다는 안내와 함께 행정실장만을 대상으로 따로 교육이 실시되면서 다시 한 번 취재중단을 요구 받았다.

북부교육지원청 국장급 관계자로부터 “행정실장들에게는 돌봄학교에 대한 교육을 할 것이고, 학교급식에 대한 교육은 없을 것”이라는 것만 재차 확인하고, 결국 취재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연수장의 문은 굳게 닫혔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