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품평회를 거쳐 학교급식용 친환경쌀을 공급해오던 한 친환경쌀영농조합의 판로가 막힐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시 eaT등 전자입찰을 통한 비대면방식으로 조달할 것을 적극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청 지침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일선 학교에서 기존에 이용해오던 직거래를 중단하고 당분간 전자입찰을 통해 식재료를 조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학을 앞두고 3월분 식재료 발주가 미리 들어가야 하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지역의 혼란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문제는 사전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지역 영농법인·업체들이 몇 년간 공급해오던 직거래 판로가 막힌다면, 올해 학교급식 공급량에 대비 이미 지출한 수매자금 등 비용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11년부터 서울 7개 학교에 친환경 쌀을 공급하고 있는 A영농조합법인도 최근 모 학교로부터 갑작스럽게 쌀 공급중단 통보를 받고 근심에 빠졌다. A법인은 올해 서울학교급식에 대비 3천여톤의 친환경벼 수매를 끝마친 상태였다.

12일 A영농법인 대표는 “이번 주 초에 서울 모 초등학교로부터 3월분은 발주를 넣지만 4월부터는 쌀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대표는 “2011년과 2012년 B구 품평회를 거쳐 친환경쌀 공급을 시작한 후 초기에는 배송실수가 있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영양교사로 부터 쌀이 참 맛있다는 평가도 받고 공급만족도가 높은 상황이었다”며 “또 며칠 전에는 B구청에서 현장체험을 준비하도록 요구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쌀을 공급 못 받겠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고 전했다.

또 대표는 “서울 학교급식 직거래가 무너지면 지역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며 “우리 지역은 유치원·초·중·고등학교까지 학교급식에 지역 쌀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양은 작은 편이고, 친환경 쌀 생산이 조금씩 늘어온 만큼 서울이라는 큰 소비지에서 소화해줬기 때문에 생산도 안정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A영농조합법인은 서울 주재 사무소 직원들을 통해 학교와 면담을 진행하는 한편, 서울 학교급식 시장을 수소문하고 있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