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급식 명인을 찾아서 | (주)우리밀급식

수입농산물에 맞서 우리밀 가공을 통해 식량자급률 향상과 국민 건강을 꾀하고 있는 (주)우리밀급식 문영진 대표를 찾아 건강한 먹거리를 지켜 온 이야기를 들었다.

(주)우리밀급식은 2004년 설립된 법인으로 200여개의 우리밀 제품과 친환경 가공식품을 전국 3천개 학교급식과 친환경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1991년 창립한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는 1984년 전두환 5공 정부가 밀 수매를 중단하면서 당시 15%에 이르렀던 밀 자급률이 0.03%까지 떨어지자. 대대적인 우리밀살리기 운동을 펼쳐 밀 자급률을 최근 2% 가까이 끌어 올렸다. 이 과정에서 1999년 (주)우리밀이 설립되고, 2004년 (주)우리밀급식이 설립됐다.

그러나 (주)우리밀급식의 사업 환경은 녹녹하지 만은 않았다. 그 과정 중에 조직이 분열되고 사업은 파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에 2009년 새 대표이사에 취임한 문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친환경 원재료 사용 원칙을 지켜오면서 취임 7년 만에 매출 80억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비장한 각오로 키워 온 회사, 문 대표는“직원들은 나처럼 고생하지 않고 행복하고 발랄하게 일했으면 좋겠다”면서“학교급식이 공공급식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주)우리밀급식이 축적해 온 사업적인 전문성을 갖고 공공급식을 코디네이팅 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주)우리밀급식 본사에서 진행했다.

<김규태 기자>

(주)우리밀급식 제품의 원재료는 ‘친환경’이 원칙

▲ 문영진 (주)우리밀급식 대표이사

㈜우리밀급식 제품의 특징은 친환경 급식시장에서 원료 사양에서 가장 원칙적인 제품만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타 생협 보다 상품성이 우수한 품목들이 많다.

만두의 경우 국내 최초로 무농약 우리밀 만두피, 무항생제 돈육을 사용하고 있다. 모든 원재료를 국내산 친환경 농축산물을 원칙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입농산물이나, 유해화학첨가물, GMO 등은(주원료 뿐만 아니라 세부 복합원재료에도) 철저히 배제한다. 3년 전 부터는 무농약인증 우리밀을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 가공적성에 접근해 있는 원재료는 모두 친환경이고, 특성상 상시 공급받기 어려운 재료는 국내산이 원칙이다.

푸르나이는 (주)우리밀급식의 브랜드

푸르나이(푸른아이)라는 브랜드가 상품을 만드는 원칙이 강고하다는 인식은 학교현장에 심어진 것 같다.

전국 40개 협력업체를 통해 생산되는 ‘푸르나이’ 제품은 총 200여종으로, 전국 3천개 학교와 가톨릭농민회,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여성민우회 생협 등 규모가 크지 않아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어려운 친환경 매장에 공급되고 있다. 매출의 80%는 학교급식이다.

80억 매출은 ‘기적’…직원 충원, 총판 확장 계획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3년전 30여억원에서 시작하여 작년에는 80억원 가까이 매출을 달성했다. 규모 있는 경제에서는 얼마 안 되는 매출일 수도 있겠지만 저잣거리와 같은 치열한 급식시장에서 친환경 제품제조의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매출이 신장하고 있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2006년 조직이 분열되면서 7개 총판들이 담합해 다른 회사를 만들면서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 요청을 받고 사업본부장으로 올라왔는데 무한책임에 권한은 하나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대표로 취임했지만 회사는 재정과 조직에서 모두 위기였다. 생산지를 다니면서 외상매입금을 6개월만 유예해 달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내부 조직을 안정시켰다.

그런 과정 중에 생산지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뚝심을 신뢰해주셨고, 거래했던 사업단(총판)들도 신뢰를 보내줬다. 그래서 조금씩 사업을 정비해나갈 수 있었다. ‘미력한 사람을 이 정도까지 믿어주나’라고 내심 감동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약속은 지켰다. 6개월 안에 미지급 외상을 상환하고 채권을 회수했다.

▲ (주)우리밀급식 사업영역 및 개요

학교급식 잉여 농산물 가공으로 작부 확대해야

앞으로 지자체별로 급식지원센터가 생기고있고, 학교급식에 쓰이는 두부, 콩나물, 장류, 양념류를 비롯한 가공식품 비중은 24%를 넘어서고 있으며 더 낮아질 것 같지 않다. 이때 품위가 낮아 급식에서 제외되는 잉여 농산물을 가공하면 작부를 확대할 수 있다.

현재 가공식품에 쓰이는 농업부산물은 수입되는 양이 많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미국산과 이스라엘산이 100%이고, 제빵원료인 크라프트콘도 100% 수입이다.

한국 농업의 마지막 희망은 급식

개인적으로 한국 농업의 마지막 희망은 급식이라고 생각한다. 농민들이 학교급식이라는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으면서 주체가 되어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수많은 유통구조 속에서 농민들이 단 한 번도 주체가 된 적이 없다. 한 개인의 성공사례는 있었지만, 보편적 농민의 삶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던 적은 없다. 학교급식운동진영도 농민들을 들러리로 세우긴 했지만, 농민을 주체로 세우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향후 학교급식은 공공급식으로 가야하고 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때 우리가 지금까지 축적한 사업적인 전문성을 갖고 공공급식을 코디네이팅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외식분야 친환경 확대가 목표, 방식은 작은 협동조합

안전한 먹거리와 관련 가장 참혹한 게 외식분야, 거리의 음식시장이다.

학교급식에서 몇 년 동안 검증된 상품을 가지고 마을단위를 거점으로 작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지역과 거리음식을 바꾸는데 역할을 하려한다. 향후 계획은 그쪽에 쏠려있다. 매장 크기도 10~15평을 넘지 않게 할 계획이다. 친환경 우리밀 제품이 마을문화로 자리하면서 마을주민과 연대해나갔으면 좋겠다.

작은 단위의 대안 경제체제가 아주 많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우리밀급식 모태로 1·2차 가공 연대사업체 구상

또 하나의 계획은 우리밀 생산부터 가공, 상품화까지 할 수 있는 연대사업체를 구상하고 있다.

(주)우리밀급식이라는 모태가 더 성장하면 다양한 사업을 파생시키는 산실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친환경 학교급식 물류지만, 친환경을 테마로 한 소소한 물류를 통합하면 또 다른 사업주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업모델을 큰 덩어리로 가져갈 의지도 능력도 없지만, 사업모델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연대해서 체질을 강고하게 하는 방식만이 자본과 시스템을 갖지 못한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지·전분 등 대규모 자본 필요 가공사업…공공기관의 역할

유지, 전분 등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기초 가공식품 사업은 유통과 생산기반을 갖춘 공공기관 또는 단체가 해 줬으면 좋겠다. 이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먹거리 안전과 생산기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다.

CJ 등 대기업이 콩기름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식용유의 원재료는 대부분 아르헨티나 GMO콩이다. 농협 등에서 학교급식에서 큰 돈이 드는 가공식품 사업을 해 줬으면 좋겠다. 유지류는 소규모 일반업체가 할 수 없는 사업이다.

대표로서 지는 훈련, 승복하는 훈련할 것

2006년 우리밀급식에서 일을 시작한 후로 이가 몇 개 빠지고, 머리도 세었다. 일도 참 비장하게 했다. 어떨 땐 3일에 2천km를 다녔더라.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라는 시처럼 지나온 자리마다 폐허였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함께 일 해나갈 식구들은 행복하고 발랄하게 일했으면 좋겠다. 직원들에게 매월 문화비지원과 교통비지원을 하고 있고 년 간 자신이 원하는 무슨 교육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한다. 헬스, 댄싱, 영어 등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작년 부터는 자녀 학자금도 일부 지원을 시작했다.

그래서 올해는 사내 근로복지기금도 마련하려 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삶을 가족들과 함께 잘 누릴 수 있도록 연차도 년 간 21일이다. 소기업 치고는 근무만족도도 높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소통구조는 된다. 회의 때는 격의 없이 날것으로 이야기를 한다.

대표로서 앞으로 지는 훈련, 승복하는 훈련만 하면 될 것 같다.

▲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주)우리밀급식 본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