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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모자란다특별기고 / 최재관 (주)식량닷컴 공동대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운동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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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7  15: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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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관 (주)식량닷컴 공동대표
누구나 식량위기를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느끼지 못했다.

몇 해 전 사료 값이 폭등해서 소가 굶어 죽는 일이 생기고, 전 세계적인 식량파동으로 12개 나라가 폭동을 일으킨 2007년과 2008년에도 우리는 남는 쌀을 걱정해야 했다. 그것은 우리의 주식인 쌀만은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입쌀이 계속 들어오면서 오히려 쌀 과잉을 걱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세계적인 흐름과는 역행하며 쌀의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2011년 논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주고 농지의 전용을 더욱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논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바람 덕분에 수입쌀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빠르게 논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가 밥을 안 먹고 빵을 먹으며 쌀 소비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논이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2011년 쌀 자급률 83%의 충격에 빠져 들게 되었다.

쌀 자급률은 그해 필요한 쌀 수요량에 대해 그해 생산된 생산량을 나타내는 수치다. 쌀 자급률이 100%가 안 된다면 부족한 그해의 쌀은 묵은쌀 재고미로 해결하거나 수입쌀로 해결해야 한다. 즉 쌀 자급률 83%는 나머지 17%의 쌀을 묵은쌀 혹은 수입쌀로 해결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쌀 부족은 2011년에 한 해에 그치지 않고 2012년 쌀 자급률 86%, 2013년 쌀 자급률 89%로 3년 연속 80%대의 쌀 자급률을 기록하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3년 동안 쌀이 부족했는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쌀이 이정도로 부족하면 쌀값이 폭등하고 국민들이 아우성이 터져 나올 식량대란인데 여전히 쌀값은 오르지 않았고 국민들은 쌀 부족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쌀이 남는 줄 알고 있다.

지난 3년간 정부는 정부 창고의 묵은쌀을 거의 반값에 풀었고 그 중 상당수가 햅쌀과 섞여서 팔렸다. 150만 톤의 재고미가 풀렸다. 그리고 2012년에는 의무도입량 수입쌀을 연간 최소시장접근 물량의 2배에 가까운 수치인 62만 톤을 수입했다.

결국 최소한의 비축미를 제외하고 70만 톤의 묵은쌀과 의무도입량 이외의 수입쌀 30만 톤을 추가로 수입해 시장에 풀면서 쌀 대란을 간신히 막은 셈이다. 어쩔수 없이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의무도입량 수입쌀인데 정부는 우리 쌀이 모자라서 추가 도입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혼합미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그 과정에 정부의 정직하지 못한 속임수가 있었다. 그것은 묵은 쌀과 햅쌀을 섞어 팔게 하고 수입쌀과 우리 쌀을 섞어 팔도록 허용한 것이다. 2011년 정부는 부족한 쌀을 채우기 위해 묵은 쌀을 햅쌀과 섞어서 파는 혼합미 정책을 앞장서서 시행했다.

그것은 정부 스스로 부정유통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기간 쌀의 원산지 표시위반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양곡관리법 개정내용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2009년 10월 수입쌀과 국내산 쌀의 혼합, 그리고 묵은쌀과 햅쌀의 혼합을 용이하게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이 있었다.

동법 20조의 2의 생산년도와 품질 등의 표시에 관한 내용을 보면 ‘양곡을 판매하고자하는 경우에는 당해 양곡의 생산연도·품질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사항을 포장·용기 등에 표시하여야 한다’고 되어있으나 정부는 ‘당해 양곡’이라는 말을 빼고 ‘그 양곡’으로 바꿔 당해 양곡에 대해 생산년도와 품질을 표시하도록 제한되어 있는 조항을 없애버리게 된다.

그리고 동법 제9조2의 정부관리양곡 매입자격제한조문을 보면 ‘당해 양곡에 대해 제20조의2제1항의 규정에 의한 생산년도·품질 등의 표시를 위반하거나 제20조의3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거짓·과대의 표시, 거짓·과대의 광고를 한 경우’ 조항은 ‘당해 양곡’을 ‘해당 양곡’으로 바꾼다.

그동안은 생산년도와 품질표시가 당해 년도에 하도록 제한되어 있었고 이를 어기면 정부양곡을 매입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그것을 없앤 것이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는 사연처럼 ‘당해 양곡’과 ‘해당 양곡’은 단어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 한해 생산된 양곡을 생산년도와 품질을 표시하도록 규정된 양곡관리법이 여러 해에 걸쳐 생산된 것과 혼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뀌게 된다.

수입쌀이 우리 쌀로 둔갑하고 있다.

정부의 년산 혼합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수입쌀이 국내산으로 광범위하게 둔갑되어 판매되고 있다. 그동안 창고에서 판매되지 못했던 묵은 수입쌀들이 년산 혼합허용을 통해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칼로스 95%에 국내산 5%만 섞어도 국내산 포장지에 담겨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더욱 웃기는 것은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에 다르면 혼합해 판매할 경우 혼합비율의 표시에 있어 허용오차는 10%로 되어 있다.

95%로 표시된 칼로스에는 국내산 쌀이 들어있지 않아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포장지에는 ‘국내산’이라고 인쇄돼있다. 그리고 수입쌀의 경우에는 뒷면에 원산지를 별도 표시해도 되도록 친절하게 수입쌀 판매를 도와주고 있다.

이런 정부의 행태를 보면 수입쌀 판매상인지 우리 쌀과 국내 농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정부인지 우리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된다.

올해도 쌀은 모자란다.

과거에는 길이 산으로 났으나 요즘은 길이 논으로 난다고 한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경기도의 경우 논이 산보다 값이 싸다. 그래서 길이 논으로 난다. 매년 3천ha의 논이 공공용지로 빠져 나간다. 그리고 수입쌀을 들여와 국내쌀값을 잡는 동안 농민들은 논에 쌀 대신 콩을 심고, 논에 과일 나무를 심고, 논에 하우스파이프를 박고, 축사를 세우고 있다. 농촌에 노인들이 늘어나고 농민 소득이 주는 만큼 논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평균생산단수와 경지면적 감소율의 평균치를 대입한 결과, 올해는 쌀 자급률이 85%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쌀이 38만톤 가량 부족할 것이다. 그리고 쌀이 모자랄 경우 최소한의 비축 분을 제하고 나면 지난 3년처럼 여유분의 재고량도 가지고 있지 않은 조건이기에 더욱 심각하다.

올해 평년작으로 생산이 된다 하더라도 이처럼 모자라는 만큼 의무도입량을 훨씬 초과해 추가 수입할 수밖에 없다. 만약 흉년이 든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쌀 대란이 오는 것이다. 더구나 국제적인 흉년과 맞물린다면 우리는 국가 비상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정직해져야한다.

정부가 수입쌀을 우리 쌀과 섞어 파는 약은 방법을 허용했다하더라도 쌀 대란,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식량위기와 쌀 부족 위기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국민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지금 나서더라도 이미 많이 늦었다.

   
▲ 8일 서울 가락동에서 열린 본지 주주총회에서 최재관 공동대표가 특강을 하고 있다. 이날 최 공동대표는 지속적인 쌀 생산량 감소에 따라 국내 쌀 생산량이 실제 감소하고 있음에도 정부에서는 수입쌀 혼입을 허용하는 양곡표시법개정 등으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올해 WTO 쌀 전면시장 개방을 앞두고, DDA협상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현상유지(Standing Still)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인도국민식량보장법 제정사례를 소개, 참석자들로 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유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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