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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먹을 식량 마련하기<사는 이야기> 한경임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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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03  1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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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임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드디어 장을 담갔다.

생협에서 주문한 튼실한 메주를 잘 씻어 햇볕에 말리고 생수에 천일염을 풀어 놓았다. 항아리 소독은 지푸라기나 신문지를 태워 훈증소독을 하라고 하는데 아파트라 부담스러웠다. 대신 항아리 안팎을 박박 닦아 식촛물에 헹구어 말렸다. 항아리에 차곡차곡 메주를 담고 소금물을 부었다.

콩 한말로 만든 메주 네 덩이, 물 20L에 천일염 3Kg. 작년에 담근 간장이 많이 남아 있어 올해에는 간장을 빼지 않고 된장만 만들려고 소금을 덜 넣었다. 사실 메주를 사서 담그는 장은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이젠 고명처럼 예쁜 마른 고추와 숯을 넣을 차례다. 작년, 재작년 장 담글 땐 숯을 그냥 넣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달구어서 넣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 이번엔 나도?

어디다 숯을 달굴까 생각해보니 우리 집엔 가스불 밖에 방법이 없다. 가스불을 켜고 후드도 켜고 집게로 숯을 잡아 달구었다. 조금 지나자 콩 볶는 소리인지 딱총 소리인지 따다닥 소리가 나더니 어느 순간 폭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숯이 산산조각 나서 온 주방에 흩날렸다.

아, 이건 아닌가 보다. 흑흑. 혼이 절반쯤 빠져나간 것 같았지만 아수라장이 된 주방을 정리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숯을 항아리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유리 뚜껑을 덮은 다음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창가에 항아리를 모셨다.

내친 김에 고추장 항아리도 들여다봤다. 작년 긴 장마 탓에 유리뚜껑을 오래 덮어놨더니 수분이 너무 졸아 되직해져 버렸다. 항아리 뚜껑으로 바꿔줘야 하는데 타이밍이 늦었다. 생각나는 대로 매실청이랑 정종을 넣어서 나무 주걱으로 풀어놓았다. 팔이 아플 만큼 저었더니 제법 풀려 적당한 농도가 됐다.

우리 집엔 고추장 항아리가 두 개다. 재작년엔 동네 방앗간에서 산 고추를 빻아 고추장을 담갔다. 맛은 있지만 빛깔이 검붉다. 작년엔 농산물 직거래 사이트에서 산 유기농 고춧가루로 담갔다. 맛도 맛이지만 붉고 선명한 빛깔이 너무 곱다. 두고두고 먹는 장은 재료가 좋을 걸 써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얼마 전 친정에 갔다가 엄마 고추장을 조금 얻어 왔다. 짜지 않고 달달한 것이 참 색달랐다. 비벼먹을 때 넣으면 딱 좋은 맛이다. 엄마가 주말농장 텃밭에서 키운 고구마로 만든 고추장이라고 하신다. 고구마로도 고추장을 만들 수 있다니 처음 알았다. 언젠가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재작년에 처음 담근 된장이 너무 짜서 맛이 없었다. 작년에 친정 엄마가 일러주신 대로 메주콩을 삶아 치대서 섞어 놓았었다. 고추씨가루와 묵은 고춧가루도 넣어 막장처럼 찌개된장으로 먹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맛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짠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거 같다.

예전에 맛없는 된장은 보리밥으로 늘구면 맛이 난다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다행이 사은품으로 받은 보리쌀을 주방 구석에서 찾았다. 물을 넉넉히 넣고 지은 촉촉한 보리밥을 맛없는 된장에다 치대어 섞어 놓았다. 잘 삭아서 깊은 맛이 났으면 좋겠다.

풍성한 잎을 자랑하는 근대와 요즘 들어 쑥쑥 자라는 쑥갓을 땄다. 근대는 바깥쪽 큰 잎만 뜯어내고 쑥갓은 줄기 꼭대기만 잘라냈다. 얼마나 될까 했는데 채반에 가득하다. 큰 잎을 내준 근대는 꼭 이발한 총각 같다.

이날 저녁 아이들이 좋아하는 근대된장국을 끓이고 쑥갓은 잘 씻어 상추과 함께 내어 상을 차렸다. 작년에 담근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쌈장도 만들었다. 밑반찬 몇 가지에 단촐하기 그지없는 밥상이지만 우리 집 베란다에서 거둔 채소와 내가 담근 장으로 차린 밥상이 뿌듯하기만 하다. 맛은 당연히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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