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환경농산물 등 농식품 인증제도를 시행해오면서 부실인증 방지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인증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원장 황찬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식품 인증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감사는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1월 6일까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감사결과, 농식품부는 최근 친환경 인증 증가에 따라 소비자가 안심하고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부실인증 방지 등 인증제도의 공신력 유지를 위한 체계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도, 인증기관 지정요건과 부실인증에 대한 제재수준을 느슨하게 설계·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수행하는 민간 인증기관 지정요건을 서류 보관 장소와 심사원 2명만으로 정한데다, 부실인증이 적발됐을 때도 인증기관 취소나 심사원 자격 취소 없이 영업정지 조치만 취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운영상의 문제로 인해 “2002년 4개였던 민간 인증기관이 2013년엔 78개로 난립해 과당 경쟁이 초래됐다”며 “부실인증 등에 따른 인증 취소 건수도 2006년 553건에서 2008년 2356건, 2011년 8773건, 2012년 5,806건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10개 친환경인증기관에서 법령을 위반 소속 임직원이 경작한 농산물에 대해 자기인증을 하는 데도 방치하는가 하면,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는 자기인증 금지규정 조차 없었다.

 게다가 농산물에 대한 친환경인증이 취소된 뒤엔 1년 동안 재인증이 금지되는데도 인증기관이 인증 취소 여부를 제대로 조회하지 않아 281개 농가가 부당 인증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아울러 인증 유관기관 간 칸막이 관행으로 농관원은 같은 농식품부 소속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축산물 유해물질 검출결과’를 공유하지 않아 항생제가 검출된 41개 농가의 친환경축산물 인증을 취소하지 않은 채 방치, 해당 농가의 소·돼지 고기가 무항생제 축산물로 유통된 사실도 발각됐다.

감사결과와 관련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인증기관 지정요건을 강화하고 부실인증에 대한 제재기준을 정비하도록 요구했다. 농관원장에게는 인증기관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고 인증 유관기관 간 협업체계를 갖추도록 조치하는 등 총 17건의 시정요구를 통보했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