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군은 18일 오후 ‘친환경농업인 자정노력을 위한 실천결의대회’를 양평읍 양근리 양평실내체육관에서 개최했다.

친환경농민들이 일부 부실인증 사례로 인해 친환경농업 전체가 소비자들로부터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13일 감사원에서 농식품 인증제도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또한 이달 말 KBS(한국방송)에서는 친환경·유기농 인증 관련 프로그램이 전국으로 방영될 예정이었다. 모두 친환경·유기인증의 허술함을 꼬집는 내용이다. KBS 파노라마팀은 보완 취재를 위해 방송편성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돼 있는 양평군은 행동에 나섰다. 1,700여 친환경 인증농가와 함께 그동안 소비자와 함께 쌓아온 ‘신뢰’와 생산자 스스로의 ‘자부심’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양평군은 18일 오후 ‘친환경농업인 자정노력을 위한 실천결의대회’를 양평읍 양근리 양평실내체육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김선교 양평군수는 인사말에서 “우리 친환경농업인들은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이 땅의 식량주권을 실현하고 있다”면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대한민국 친환경농업의 미래를 책임지자”고 당부했다.

이에 1,700여 양평군 친환경인증 농가는 친환경농업인 자정노력 실천 선서와 결의로 화답했다.

▲ 대회 참석자 대표가 양평 친환경농업인 자정노력을 위한 실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성훈 전 장관, “친환경농민 스스로 떳떳해야”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그리고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무대에 올랐다. 농민들은 1시간 30분여간의 강연동안 행사장을 이탈하지 앉은 채 김 전 장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김 장관이 ‘왜 생태적 유기농업인가: 생명, 건강, (지구)환경을 살리는 길’이라는 강연을 통해 농민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단 한마디는 친환경농업 전체를 살리기 위한 ‘원칙’으로 보였다.

그는 “16년 유기농업이 살길은 우리(친환경농민 스스로)가 떳떳해야 하는 것”이라며 “한 마을에 사는 친척, 아는 형님이라도 밤을 틈타 (농약이나 제초제를 주는 등)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마음으로 신고하고 새 길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격려도 잊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여러분의 노고는 대한민국이 보상할 것이며, 대한민국이 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소비자가 하지 않으면 하늘과 땅과 하느님이 가정에 축복을 내려주실 것”이라면서 “여러분의 피땀으로 우리 자식과 후손들이 두고두고 아름답고 건강한 먹거리와 땅을 물려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최근 농촌진흥청이 추진하고 있는 GM(유전자변형)작물 실용화 추진과 도시 수직농장(식물공장)은 호되게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은 “장관 재임시절 농진청 폐지요구에도 그동안 식량증산에 대한 공헌을 감안 폐지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현재 친환경농업과 상극인 유전자조작식품 실용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도시 빌딩에서 LED 조명 등을 사용해 농사에 비해 13~16배의 비용이 더 드는 수직농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농촌진흥청인지 농촌패망청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GAP(농산물우수관리인증)농산물이 친환경농산물 보다 더 우수하다고 하고, 농촌진흥청 과장이라는 사람은 서울시 학부모들에게 농약은 과학이라고 강의하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하늘이 노하고 땅이 흉보고 강물이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전장관은 “GAP를 우수농산물이라고 하는데 G의 Good은 적정, A의 Agricultural은 농업, P의 Practices는 기술, 즉 적정농업기술로 우수농산물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키도 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은 강연을 통해 아파트 옥상에서 200여개의 화분과 단지들로 텃밭농사를 짓는 이야기, 故원경선 풀무원농장 설립자와의 일화, GM작물을 받아들인 인도농민의 사례, 캐나다 친환경농민들의 자정노력 사례 등도 소개했다.

“시장개방으로 생산비 보장 가능치 않다”

▲ 한석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

강연에 이어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한석우 사무처장은 ‘유기농업 최근동향’을 통해 “최근 정부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4대 선결조건 중에는 GMO를 허용하는 미국의 유기가공식품인증을 받아들일 것이 포함돼 있다”며 “이를 위해 높은 규제 수준의 국내 친환경 인증체계를 허물어야 하는 문제와 최근의 흐름이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친농연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사무처장은 “친환경농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적정가격과 판로 확보인데, TPP, FTA 속에서 친환경농업과 학교급식을 지켜나갈 수 있겠냐”면서 “농민의 피땀이 아니라 웃음이 들어간 농산물이 생산돼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정부, 농협 등에서 판로를 확보해야하며 농민들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요구해 나가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길호 양평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1명이 잘못하면 모두가 망한다는 생각으로 양심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고 인증센터도 가동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께서 믿고 드셔달라”고 전했다.

▲ 행사가 끝난 후 김성훈 전 장관(좌) 윤영식 KBS 기획제작국 파노라팀 PD(우)가 최근 방영예정이었던 친환경 인증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편 행사가 끝난 후 윤영식 KBS 기획제작국 파노라마팀 PD는 김성훈 전 장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은 윤 PD에게 “일부 실태조사로 우리나라에서 유기농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은 옳지 않다”며 친환경농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취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PD는 “취재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후속·보완취재를 진행하겠으며 김 장관님께도 정식 취재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정상 기자>

▲ 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