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식량주권지키기 운동본부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쌀과 국내쌀의 혼합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농민·시민단체들이 소비자들에게 혼합미 유통 실태를 알리고 관련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포장지만 보면 누가 봐도 국산쌀이지만, 작게 표기돼 있는 성분표시를 보면 다량의 수입쌀에 극소량의 국산쌀이 섞인 혼합미가 유통·판매되고 있다는 것.

실제 2009년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혼합미 규정이 대폭 완화됐다. 혼합비율만 표기하면 합법적으로 수입쌀과 국산쌀, 묵은쌀과 햅쌀의 혼합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등 10여개 농민·시민단체로 구성된 (가)식량주권지키기 운동본부는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산 쌀과 수입산 쌀을 섞는 혼합미를 금지해 우리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회견장에는 10kg 쌀 한포대가 놓였다. 해당 쌀은 포장지만 보면 여느 국내산 쌀포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실 성분은 수입쌀인 미국산 칼로스 95%에, 국산찹쌀 5%가 섞인 혼합미였다.

이날 최재관 여주농민회 교육부장은 “이천농산의 기찬진미쌀은 미국산 칼로스 쌀 95%에 국내산 찹쌀 5%를 섞은 혼합쌀이지만 합법”이라며 “쌀 자급률이 80%대로 떨어져 쌀이 부족해야하는데 오히려 쌀값은 폭락하고 이런 혼합미 유통으로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혼합미가 일반화된 사실을 서울 시민들과 국민 대부분들이 모르실 것”이라면서 “법 개정을 통해 혼합미 유통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식량주권지키기 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내산 쌀과 수입쌀을 섞어 파는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 쌀 생산기반을 뒤흔들어 식량자급률을 하락시키는 주요원인”이라고 지적하고 “혼합미는 외국산 쌀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팔리도록 보장해주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소시장접근물량(MMA)으로 들여오는 중국쌀과 미국쌀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정부는 혼합미를 찾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법개정이 어렵다고 한다”면서 “이는 소비자를 방패 막으로 내세워 생산자인 농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한편 회견장소에는 중국쌀 95%에 국산찹쌀 5%, 호주쌀 100%, 미국쌀 95%에 국내쌀 5%, 중국쌀 40%에 미국쌀 60%가 섞여 유통되는 쌀들의 사진들도 전시됐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