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놀랐다. 우리 아이가 먹는 급식인데 왜 나는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학교급식은 학부모의 권리인데 농약급식을 하던 친환경급식을 하던 적어도 학부모에게 물어봐주고 결정해 달라. 오늘 여기 오신 어머니들은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서울특별시광역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2014 친환경급식 안심 식재료 지킴이단 교육’에 참석한 한 학부모의 말이다.

이날 참석한 500여명의 학부모 중 대부분이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지침 변경으로 자녀들이 먹는 학교급식에서 친환경농산물 사용 권장비율이 초등학교 70%, 중학교 60%에서 일괄 50%로 줄어든 사실을 전해 듣고 심기가 불편한 듯 보였다.

여기에 시교육청이 학교급식에서 농약이나 제초제 사용은 물론 GMO농산물까지 포함될 수 있는 GAP(농산물우수관리인증)농산물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져 놀라움을 더했다.

이에 한 학부모는 학부모 토론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에 “안전한 급식에 제일 중요한 공공조달 시스템이 정치적 이유로 퇴색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친환경무상급식 때문에 학교 시설을 못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아이들 건강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교육 참석 학부모들은 이밖에도 텃밭 체험위주의 먹거리 교육, 학부모들에게 빠른 급식정보 전달, 학부모 모니터 참여범위 확대 등도 요구했다.

▲ 500여명의 서울시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4 친환경급식 안심 식재료 지킴이단 교육'이 지난달 31일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서울시광역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 주최로 열리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벌레 먹고 못생겨도 더 맛있고 더 안전해”

한편 이날 교육은 지난달 11일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 대상으로 진행한 연수와는 대조적인 분위기가 짙게 연출됐다. 서울시교육청의 연수가 ‘농약급식’으로 회자되고 있다면, 이날 토론회의 초점은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모아져 있었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왜 생태적 유기농업인가? 생명, 건강, 환경을 살리는 길’을 주제로 펼친 강연에서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학부모 강연회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농촌진흥청 과장이라는 사람이 농약은 과학이다라고 교육하고 농약을 뿌려 재배한 농산물이 친환경 농산물 보다 더 안전하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대신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GAP농산물과 관련해서 “GAP는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전세계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남용되는 제초제 등 농약 사용을 줄여 적절하게 쓰라고 만든 제도로 적정농업기술이라는 뜻”이라면서 “적정농업기술을 우수 농산물이라고 하는 것은 번역 착오정도가 아니라 사기”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은 ‘유기농의 대부’로 불리며 일생 생명·환경운동을 실천했던 故 원경선 풀무원 농장 설립자의 말을 인용 “좋은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옳은 것만이 좋은 것”이라면서 “아이들을 병들게 할 작정이 아니라면 친환경 급식으로 강화해 나가고 댁에서도 친환경을 드시고 GAP, GMO 등 G자가 붙은 놈은 여러분 식탁에서 작살내라”고 학부모들에게 당부했다.

김 전 장관은 끝으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벌레 먹고 못 생겨도 더 맛있고 더 안전해요”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왜 생태적 유기농업인가? 생명, 건강, 환경을 살리는 길'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전세계 급식흐름, 공공성 바탕 재설계”

이날 김흥주 원광대학교 교수는 ‘친환경급식과 공공조달시스템의 필요성’이라는 강연을 통해 “친환경무상급식은 시민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이 투입되는 한 공공서비스”라면서 “이탈리아, 영국 런던, 일본 등 전 세계 급식은 공공성의 논리를 바탕으로 재설계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교수는 건강권, 복지권 차원에서 학교급식의 새 모델을 정립한 이탈리아를 예로 들며 “이탈리아는 급식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으로 보고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품질기준을 마련하고 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적 경제 차원에서 접근했다”며 “급식 혁명을 통해 아이들 안전 뿐 아니라 자국농업 보호, 식량자급률 제고, 건전한 식문화를 형성하며 급식을 통해 사회가 바뀐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10년 서울지역에서 학교급식 공공시스템 구축이 시도될 무렵부터 현재 서울급식 상황까지 소개하고 “친환경 급식에서 공공조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유정상 기자>

▲ 김흥주 원광대학교 교수가 '친환경급식과 공공조달시스템의 필요성'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지난달 31일 서울시광역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2014 친환경급식 안심 식재료 지킴이단 교육'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친환경 급식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