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해외원조를 통해 시작된 학교급식은 제도개선과 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돼 현재 초·중·고 및 특수학교 학생 대부분이 학교급식을 제공받고 있다. 더불어 무상급식의 시행에 따라 대부분의 의무교육기관까지 확대됨으로써 학교급식의 양적 성장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이제는 학교급식의 안전성 확보 및 품질향상 등 질적 도약을 이루어야할 전환점에 놓여 있다.

▲ 김윤두 건국대학교 교수

서울특별시의 경우 학교급식의 공적조달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한 공급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13년 말 기준 급식학교 총 1,326개교 가운데 867개교(65.4%)에서 이용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식재료공급업체별 형평성 유지 및 업무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하에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변경’으로 지금까지 일관되게 추진해오던 학교급식의 식재료 공공조달체계 구축 기본 틀을 한순간에 바꿈으로써 올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이용학교는 40여개 학교로 대폭 축소됐다.

이러한 서울시교육청의 정책변화는 학교급식의 공적조달기능 붕괴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것이 학교급식과 관련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게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급식의 목적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건전한 심신발달과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학교급식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친환경 식재료 사용의 일정수준 유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안전성확보를 위해서는 사전·후의 철저한 검사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계약재배 등을 통한 산지와의 장기적 공급약속이 담보돼야 한다. 이는 산지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수요를 바탕으로 가격등락에서 오는 위험성을 회피할 수 있음으로써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으며, 학교 입장에서는 적정가격에 친환경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농산물의 계약재배 확대는 전반적인 식재료 품질 향상 및 학교급식 식재료 가격변동의 최소화를 기할 수 있으며, 생산농가 입장에서는 적정가격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듯 학교급식의 안정적 공급기반 확보를 통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식재료를 조달받기 위해서는 산지와의 동반자적 관계 구축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영세하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공급업체를 통해서는 달성되기 어려운 사항이다.

즉,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변경은 민간공급업체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식재료의 낮은 품질과 불안전성이 다시금 불거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더욱이 공급업체의 영세성과 다품목 소량발주에서 오는 안정적 조달의 어려움은 소비자인 학생들뿐 아니라 FTA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 농업·농촌에도 지속가능성의 작은 희망마저 저버리게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학교급식이 시장논리에 의해서 훼손되어지기 보다는 공적조달기관에 의한 공익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학교급식 식재료 공공조달체계의 올바른 정립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무상급식 지원기관 중 일부의 정책의지 변화에 따라서 흔들리지 않고 친환경 무상급식의 안정적인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나아감으로써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재료의 공급을 통하여 학교급식 본연의 목적 실현과 우리 농업·농촌과 상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