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원들이 9일 오전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장인 김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이들은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고, 국내 GMO 기준을 무력화하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사진=김성훈 슬로푸드연구소 사무국장 제공)

비의도적으로 GMO(유전자변형농산물) 원재료가 혼입돼도 5% 이내면 유기농 가공식품으로 인정하는 미국의 기준을 국내서도 인정할지 여부를 놓고 정부가 미국과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먹거리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 양국정부는 9일부터 2일간 경북 김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한국 측에서는 농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등이 미국 측은 농무부(USDA),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협상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가 올해부터 유기가공식품 표시제를 폐지하고 인증제만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식약처에서 운영하던 ‘유기가공식품 표시제’에 의해 외국 인증기관의 인증서가 있으면 한국시장에서 ‘유기’로 표시해 판매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지정한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거나 「친환경농어업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따라 동등성인정을 받은 유기가공식품만이 국내에서 ‘유기’ 표시가 가능하다.

이에 미국은 협상을 통해 자국에서 유기 인증을 받은 경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유기 식품으로 동등하게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의 인증 기준이 우리나라보다 느슨하다는 점이다. 국내 기준은 유기가공식품에 ‘GMO 불검출’이 기준인 반면, 미국은 비의도적으로 GMO가 5%까지 섞여도 유기가공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유기가공식품 위해물질에 GMO를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볼 경우에는 미국은 유기가공식품에 GMO기준이 없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허용 식품첨가물의 수도 우리나라는 78종이지만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20여종이 많은 98종까지 하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9일 오전 11시 국내 39개 친환경·유기 농업 생산자 및 소비자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장인 경북 김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고, 국내 GMO 기준을 무력화하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은 “이번 협상은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의 그대로 받아들여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더욱이 미국은 환태평양동반자경제협정(TPP)참여 선결조건으로 자국의 요구를 관철되도록 노골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미국 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국내 친환경유기가공식품 육성정책이 전무한 현실에서 국내 친환경유기농업과 친환경유기가공식품 생산기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부에 △밀실협상 중단(농민, 소비자, 가공업체, 관련단체가 참여하는 협상 실시) △실효성 있는 친환경 유기가공식품 육성방안 마련 △동등성 협상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 정부는 일부 규정이 서로 다른 점을 확인하고 차이를 줄여나간 뒤 오는 5월초 2차 협의를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