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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이 되어, 수 만개의 빛나는 별이 되어<사는 이야기> 한경임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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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01  14: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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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임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지난 열흘을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다. 평범하던 일상이 모두 허물어져 버렸다. 지금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놓을 수가 없다. 행여나 소식이 있을까 종종거리게 된다.

무슨 일을 해도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는다.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들’이란 글귀를 볼 때마다 눈물이 쏟아진다.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기다린 착하기만 한 아이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고 줄지어 있는 아이들 사진을 보면 어디로 향해야할지 모르는 분노가 치솟는다. 내가 죄인이 된 것처럼….

처음이다. 다른 이의 아픔에 이리 오래도록 아프고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이 나는 건. 대한민국 부모는 다 같은 마음이리라.

세월호 사고 원인을 파헤치는 뉴스를 보노라면 마치 양파를 까는 것 같다. 까면 깔수록 기가 막힌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는 이권과 탐욕이 똘똘 뭉쳐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인 파렴치한 기업, 국민들이 피 같은 세금 들여 관리감독을 맡겼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공무원, 공무원 연금이면 먹고 살만한데도 더 큰 돈을 위해 관련업체에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해수부 마피아들, 기업의 탐욕을 구조적으로 가능하게 한 이 관료들과의 유착, 이 모든 것이 관행이라는 뻔뻔한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좀 먹고 있다.

대참사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준 정부의 대처능력도 국민들을 패닉상태로 만들었다. 언론은 언론대로 오보를 남발하고 정부 감싸기 보도로 희생자 가족을 두 번, 세 번 죽였다. 이 중 단 한 군데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우린 아이들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용감하게도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구나.’ 요즘은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외국의 어떤 이들에겐 우리나라가 부러움의 대상이라는데 돈 좀 벌었다고 글로벌 기업 몇 개 있다고 선진국은 아닐 터, 온 국민은 묻고 있다. 도대체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이냐고.

식당도 백화점도 영화관도 사람이 줄었단다. 꽃놀이가 한창인 계절이지만 여행이나 나들이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다. 온 국민이 슬프고 아프다. 페이스북에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자신이 혹시 비정상인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일 수 있다며 뉴스를 자주 보지 말라고, 다른 일에 집중해서 일상을 회복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야 한다고, 눈물이 쏟아지면 울만큼 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슬픔의 깊이와 크기만큼 냉철한 마음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사건이 어떻게 수습되는지 끝까지 지켜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생사의 갈림길에서조차 어른들만 믿고 기다리던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죄가 아닐까.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들은 스러져간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이다. 자식 잃은 부모에게 무서운 건 없는 법,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과 살아 있는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 야만스러운 재난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아이들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다시는 탐욕에 찌든 인간 세상에 오지 말고,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수 만개의 빛나는 별이 되어 이제는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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